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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01. 2016

영화-인천상륙작전

영화를 보는 도중 눈물을 흘린 게 얼마만이던가, 내 기억으론 아이러니하게 십여 년 전 '화려한 휴가'가 마지막이었다. 지난 역사에 있어서 좌우가 얼마나 중요할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을 떠올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영화를 두고 지나치게 애국을 강조했다느니, 남한과 북한을 선악의 구도로 몰아갔다느니, 하는 평을 몇 개 보았다. 헌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그다지 편파적으로 무얼 선동하려 했다는 흔적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6.25 초기 북한이 낙동강 이북까지 쳐들어오는 부분을 붉은색 물결로 표시한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 진보도 사민주의적 진보와 공산주의적 진보 정도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20세기 초 독일의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이 확립한 사민주의는 무장봉기나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적 공산주의를 반대했다. 그리고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이루어진 민주주의 내에서 경제적 평등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이것이 전후 유럽, 특히 영국이나 독일, 스웨덴을 중심으로 발달한 복지국가의 초시가 되었다. (물론 영국은 대처리즘으로 많이 그 양상이 바뀌었고, 스웨덴도 요즘 그 궤를 다소 달리하기 시작했지만) 



그러니까 공산주의는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한다 해도 역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체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속 돼지, 나폴레옹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 공산주의를 어찌 인정할 수 있겠는가. 소설 속 정적을 몰아내고 공포정치를 펼치며 초기 이념과 정 반대의 국가를 건설하는 이 돼지 나폴레옹이 현실 속의 스탈린이자 김일성 아니겠는가. 그러니 6.25 관점에선 선악의 구도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지금 당장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한다면 가서 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좌우 이념을 떠나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지켜낸 이 한반도에 대한 고마움 측면이 크다. 내가 태어나기 삼십 년 전밖에 되지 않은 시절이 이야기인데, 실로 아주 먼 옛날이야기로 느껴짐이 더 가슴 아팠다. 내가 어린 시절 놀이기구를 타고 놀았던 월미도,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함께 거닐며 추억을 쌓던 월미도가 이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그 많은 피를 흘린 곳이란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인천상륙작전기념관 근처에 거주했고 자주 가서 놀았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왜 가슴으로 그곳을 방문했던 적은 없을까. 이 땅에 태어나 이처럼 글을 쓰고,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펼치고, 경제활동을 하며 가정을 꾸리고, 무비자로 이런저런 나라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다 그때 목숨을 걸로 싸워온 할아버지 할머니들 덕분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더라.



물론 앞서 언급한 화려한 휴가의 5.18, 한국전쟁 얼마 후 일어난 4.19, 유신헌법 등 한국사회에서 그 정부가 행한 악한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오점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헌법 제1조 1항, 민주공화국이란 것을 명문화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말로만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내걸고 주체사상 일당제를 강요하는 어느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내가 너무 정치적 색깔을 오른쪽으로 갔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하지만 나는 대놓고 다음 정권은 더민주로 넘어갔으면 하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해 마지않는다고 말을 한다. 지난 냉전시절 우리는 지나치게 반공과 애국을 강요당한 건 사실이다. 나도 어린 시절 공산당이라면 응당 머리에 뿔이 달리고, 붉은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지나친 반공교육 때문에 우리 사회에선 제대로 된 진보는 그 색깔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때도 있었다. 나도 원칙적으로 진보를 지지한다. 요즘은 그 시장경제 자체를 거스르는 진보들이 보여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가진 자가 사회에 더 많이 내놓고, 기회의 평등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와 같이 폭력적인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지지하는 진보라면 나는 극렬히 싫어한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다고 군대를 해산하자는 나이브한 진보도 그다지 내 성향은 아니다.



인류가 현재까지 내놓은 가장 이상적인 사회, 자유민주주의 및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현실이 어려워 팍팍한 분들께 이런 말을 하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듣기 좋은 선동에 의한 급진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북한 주체사상의 일당화, 혹은 베네수엘라와 같이 전 국민이 굶주려가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이다. 역사를 무언가 박제화된 것으로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히틀러도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고, 김일성도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만들어진 인물이다. 그 시절 사람들이 미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도 언제든 그렇게 어떤 사람을 우상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이다. 너무 인간의 직관을 믿지 말고, 항상 역사를 돌아보며 논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내 남은 인생에 인천상륙작전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



영화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지나친 정치 역사 글이 되어버렸다. 사실 공돌이라 이쪽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데 너무 썰을 푼 느낌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드린다. 하지만 답도 없는 논쟁을 위한 댓글은 사양한다. 각자 다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니겠는가. 끝.



*영화적 매력을 첨언하자면,
1.맥아더(리암니슨)의 전략에 대한 고뇌,
2.장학수(이정재)와 림계진(이범수)의 긴장감있는 관계,
3.조연들 각각 시대를 반영한 스토리,
4.입체적으로 변화해가는 한채선(진세연),
5.인천의 과거모습 재현, 
등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영화 자체로도 긴장감있고 재미있었음. (이래서 나는 영화평론가가 못되나 보옴 ㅠ 솔직히 시민케인은 몇번을 보다 잤음. 고냥 이런 상업영화가 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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