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Oct 08. 2016

혼술남녀 이야기 (2)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혼술남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데, 노량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각자의 인생이 옴니버스하게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슬슬 각자의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며, 이쯤되면 정말 그 미생에 근접할 수준의 고퀄리티 역작이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
-
내 평소 지론이 굳이 조미료를 과도히 뿌리지 않아도 음식재료는 각자 본연의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인간의 인생도 그러하다. 굳이 과장을 하거나 현실성이 결여된 신데렐라 스토리를 제빵같이 양산하지 않아도 정말 드리마틱한 인생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대로 표현된 작품이 미생이고, 작금의 혼술남녀가 아닌가 싶다.
-
형 누나들에게 매월 5만원, 10만원씩 지원받으면서도 알바를 하며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 아낌없이 지원받으며 공부하지만 도통 의지와 두뇌가 따라주지 않는 학생, 잘해보려 하지만 낮은 학벌과 자신감, 그리고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신출내기 강사, 머리 하나로 부를 얻었지만 무언가 하나가 결여된 인생을 살아가는 스타강사, 항상 유쾌하지만 치매로 입원한 엄마가 언제나 머릿 속에 있는 강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인생들을 잘 엮으면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아 보인다. 물론 현실에서 이들은 각자의 스토리를 공개하지 않고 겉으론 무덤덤하게 잘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드라마가 많아지면 좋은 점은, 문득 그들의 인생을 보면서 과거 나의 인생도 돌아보게 되며, 나만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사람들은 정말 각기 다양한 환경과 능력 속에 살아가는데, 쉽게 신문기사만 보고 공무원만 하려 하는 청년들을 나무라기 힘들어진다. 다 그들도 우리의 남매일 수 있고, 우리의 과거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70년대생은 80년대생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 80년대생은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서로의 시각차를 인정하되, 그들이 각자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살고 어떠한 것에 즐거워하는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다.
-
이런 수작, 대환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