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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Sep 17. 2016

그들은 왜 혼술을 마실까,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자

TVN과 JTBC 드라마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정말 우리 사회의 단비 같은 존재다. 종편 때문에 한동안 말 많고 탈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시장장벽을 조금 완화 함으로써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경쟁이 강화되어 소비자(시청자) 입장에선 조금 더 나은 품질의 제품군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언급한 TVN이나 JTBC 같은 경우는, 시청률 경쟁에 이기기 위해 기존 방송 3사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져야 했다. 따라서 우수한 직원들에게 성과급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공기업 직장인과는 조금 다른 차원 보상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공공성이라는 굴레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도 꽤나 중요한 변수였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방송 3사가 보여준 드라마는 일일연속극,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연속극 등 프로그램은 달라져도 해당 요일에 따른 진부한 클리셰를 계속해서 우려먹는 경향이 있었다. 방송작가 풀도 제한적이라 어떠한 허구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경우도 많고, 사회경험이 제한적이라 그런지 사회의 직업군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생과 같이 대기업 직장인의 생활을 잘 묘사한 작품은 정말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누구나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나는 미생을 정말 마음속 깊이 절절하게 본 편이었다. 아, 참고로 나는 신입사원을 미생의 배경인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서 시작해서 더 그런 경향이 있긴 했다. 일하다 가슴이 답답할 때 그 옥상에서 서울역을 내려다보던 그 기억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그런가 하면 송곳 같은 드라마는, 평소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노동문제를 제대로 묘사했다. 매번 마트를 이용하면서도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떤 감정과 어떤 일상을 지내시는지 몰랐지만, 드라마를 보며 조금은 그분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요즘엔 마트에 가서 특별히 아주 불편한 일이 아니라면 클레임도 걸지 않는 편이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 엄마 친구, 혹은 친구 엄마, 아니면 이모나 고모 정도로 보이기 시작하니, 웬만한 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혼술남녀는 공시족, 그리고 그와 관련된 노량진 학원가 사람들을 그려낸다. 나는 노량진에서 일주일간 공부한 경험이 있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토목기사 학원을 다니려고 맘먹고 일주일간 다니다가, 아무래도 영어가 중하다고 생각을 해서 종로로 옮겨 중도하차한 케이스다. 물론 그 일주일도 집에서 통학을 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본격 노량진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신문에서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가 30만 명이니 40만 명이니 하며 숫자로 이야기하니, 이게 기성세대에게는 사실 어떠한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가 보다. 자세히 그 속사정은 들여다보지 않고 본인 기준으로 편한 것만 찾는 젊은이들이라 폄하하고 판단하는 기성세대가 많이 있다. 이러다 보니 어느 구호단체 운동가라는 분은 7급 공무원이 꿈이라는 어느 젊은이에게 한대 때리기까지 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경제발전을 많이 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처럼 세대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기도 하다. 50-60년대 나무줄기를 긁어먹으며 보릿고개를 넘기던 때도 있었고, 70-80년대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걸던 때도 있었다. 아울러 90년대에 들어서는 IMF라는 거대한 문화 경제적 전환이 우리 사회에 이루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IMF 이전과 이후의 한국사회는 정말 같은 사회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판이한 사회가 되었다.



이처럼 기나긴 세월을 지내온 기성세대와, 90년대 이후 태어난 현재의 이십 대는 생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랜 경험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과거의 잣대로 현재 세대를 판단하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혼술남녀와 같은 드라마는 좀 바람직한 드라마로 보인다. 신데렐라 클리셰나 악녀 클리셰 따위 없는 그런 진솔한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존재다.



4회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 강사들이 강의를 엄청나게 열심히 고민해서 준비한다거나, 공시생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은 잘 묘사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처음 스토리를 잡아가는 단계라서 그런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며 미생과 같이 본업에 충실한 보통사람들을 그려줬으면 좋겠다. 여느 월화드라마와 같이 CAD는 열어보지도 않고 연애만 하는 건축가, 재무제표는 들여다보지도 않는 어느 CEO 같은 판타지 속의 사람들 말고, 하루하루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잘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디 이런 드라마들이 잘 되어 앞으로 건설 노동자 분들이나,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 병원에서 의사 말고 다른 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나오면 괜찮을 것 같다.



그들은 왜 혼술을 마실까. 한 번쯤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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