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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Oct 08. 2016

서브 사하라 지역 경제, 그리고 외국자본에 대해

2016년 10월 1일 자 WSJ 주말판을 참조해보면 금년도 사하라 이남 경제성장률이 1.6%라 하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최저치라고. 참고로 전 세계 평균이 2.3%이다. 뭐 해석이야 각기 다양하다. 항상 제일 먼저 대두되는 원자재가 하락,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 악조건의 날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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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지역 양대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은 물론 비교적 소국인 남수단이나 적도기니, 모잠비크도 석유 및 가스 가격에 미래를 걸고 있고, 현재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다고 한다. WSJ는 이 지역 경제가 성장하려면 중국의 꾸준한 투자와 영국의 EU 탈퇴 등의 영향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단기간 전 세계에서 가치가 가장 오른 화폐는 남아공 랜드란 기사를 읽은 적 있다. 현재는 그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인해 가치 하락이 잠시 일어났지만, 다시 가치 오름세에 있다. 아무래도 이 지역 유일의 영연방 국가이므로 유럽에서 떨어진 영국과 교역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어 그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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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남아공 화폐인 랜드는 94년 아파르트헤이트 해제 이후 가치가 5배가량 하락했다. 넬슨 만델라의 인류애적인 업적은 누구나 칭송하지만, 그 이후 흑인 보호 정책 등으로 경제는 내리막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이렇듯 세상엔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닐 수 있다. 경제가 내리막이면 뭐 어떠냐, 인권이 중시된 사회가 되었으면 된 거 아니냐 라고 할 분들도 계시겠다. 하지만 이 지역은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양극화로 치안 수준도 세계 최악이다. 혼자서 길을 걸을 수는 없을뿐더러, 창문을 열고 자동차를 운전하면 언제 신호대기 시간에 부랑자가 내 가방을 집어갈지 모르는 동네다. 물론 총싸움 및 잦은 강도는 옵션이다. 이게 다 잃을게 더 이상 없는 수준의 계층이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니겠나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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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 특별히 개발도상국들은 국내 요인보다 외부요인에 의해 그 경제가 변동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경제가 하락하면 사회는 불안해지게 된다. 이때 민족주의의 일환으로 국가 문을 걸어 잠근다면 뭐 앞서 언급한 중국 및 영국과의 교역은 줄어들 테고, 상식적인 수준의 정치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MDB 및 선진국의 차관은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점점 국민들은 기초적인 의식주도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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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세기 초 각각 영국과 미국에 의해 유전이 개발된 국가들이다. 다른 점이라 하면, 이란은 단번에 혁명으로 영국 석유를 몰아냈고, 사우디는 차츰차츰 협상을 통해 아람코의 미국 지분을 낮추어 갔다. 현재 결과는 어떠한가. 역사상으로 보면 페르시아 대제국이 모태인 이란과 풀뿌리 하나 없는 유목민의 후손인 사우디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현재로선 사우디의 국력이 이란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국민들도 윤택한 생활을 누린다. (물론 종교적 제약이 많긴 하지만, 고것은 수니파, 시아파 종주국인 사우디나 이란을 도긴개긴이라 가정하면 말이다) 이란 입장에서야 자기 땅에 나오는 석유를 외세인 영국이 다 가져간다고 축출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영업망까지 끊겨 석유로 수입을 발생시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유사한 산유국의 사례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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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국회사에 대해 일종의 질투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자 하는 본성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런 애국심의 발로는 비단 작금의 한국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미국이나 서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긴 하다. 그래서 20세기 초 미국에 진출한 네덜란드-영국 합자회사인 로열 더치 셸의 디터어딩 회장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지역주민의 참여 없이 회사가 발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그런 셸사도 결국 1920년대 캘리포니아 유니온 오일이라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고 미국의 강력한 석유회사로 만들고자 했으나, 상원의원 및 정부 각료들까지 들고일어나 미국의 국익을 반하는 행동이라 간주되어 지분을 다시 매각했다. *1)
하지만 마음으로 싫어하는 것과, 그 싫어하는 마음으로 나라 밖으로 내몬다고 얻어질 결과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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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현대 경제에선 거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IMF 이후 한국에 투자했다가 철수하는 많은 외국기업에 쓰인 먹튀 프레임이 여전히 지속되긴 하지만, 그들이 만약 제대로 세금을 내고 영업활동을 하다 돌아간다면 1천억을 가져가든 1조를 가져다든 먹튀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어쨌든 그들도 법인세 및 부가세를 내고, 고용을 통해 소득세를 납부했다면 우리가 마다할 일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자본이든 외국 자본이든 결국 현대사회는 유량의 사회이지 중상주의 시대와 같은 저량의 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차피 혼자 힘으론 살아가기 힘든 세계가 현대사회다. 세상을 한쪽으로만 보지 말고 조금 다각도로 보려고 노력해보자. 물론 나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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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금의 샘 1권 384p, 다니엘 예긴, 고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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