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제일 재미있었던 과목 중에 하나가 강구조공학이었다. 한글로는 그 뜻의 감이 잘 안 온다면 영어로 Steel structure engineering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참고로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콘크리트와 이 Steel인데, 이 둘을 합친 철근콘크리트 공학이라는 과목도 있다. 언젠가 콘크리트학회에 갔다가 끝까지 앉아있으면 휴대용 안마기를 준다고 해서 안마기를 받아왔는데, 집에 가져다 주니 가족들이 안마기에 박힌 ‘한국 콘크리트 학회’라는 것을 보고 마구 비웃던 기억이 난다. 콘크리트가 무슨 학회가 필요하냐고. 그러나 콘크리트도 엄연히 하나의 학문일 수 있고, 현장에서 자주 치다보면 어떠한 생명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대로 배합비를 설계하고 정밀하게 믹싱하지 않으면 목표강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공학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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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다시 강구조공학으로 돌아오자면. 우리 서울시내에 보이는 대부분의 교량들, 그러니까 Viaduct라 하는 고가도로까지 포함하면 강박스;steel box로 제작된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보통의 아파트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지지만,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철골구조로 지어진 건물도 서울엔 상당히 많다. 이러한 steel로 이루어진 구조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게 강구조공학이다. 강재, 그러니까 steel은 쭉쭉 땡기는 힘인 인장강도와 짜부시키는 압축강도가 비슷하고, 비교적 가공하기 쉬워 구조용 재료로 많이 쓰인다. 참고로 콘크리트는 인장강도가 대략 압축강도의 1/10도 안된다. 그래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그 콘크리트 사이에 철근은 촘촘히 배근하여 부족한 인장강도를 채우고 휨 모멘트에 저항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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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조공학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연습문제나 시험문제가 대부분 그 적합한 재료를 찾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에 하중조건이 주어지고, 계산을 통해 여러 개의 형강(I형 형강이나 H형강 같은것들)들 중 최적화된 제품을 찾는 게 일이었다. 거기다 가격이라는 변수까지 본다면 과다설계가 아닌 지점을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꽤나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되었다. 여기서 나는 순수과학보다 공학이 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학은 무작정 어떠한 연구를 막 파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가격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어떠한 합리적인 지점을 찾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까 교량을 짓는다 한다면 막막 철판갖다 놓고 콘크리트 쭉쭉 부어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게 목표가 아니라, 해당 교량에 가해지는 자동차 등의 동하중과 바람의 풍하중, 그리고 교량 재료 자체의 사하중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게 공학이 필요한 목적이다. 거기서 해당 교량이 태풍이나 홍수의 50년 빈도를 버틸지, 100년 빈도를 버틸지, 그것도 아니면 몇백년 빈도를 버틸 것인지에 대해선 발주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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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득 사진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강구조물을 만드는 용접공 아저씨들이 떠오른다. 공학을 통해 제대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어떠한 강구조물을 만드는 분들을 보면 일말의 경외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계산을 잘하고 설계를 잘해도 이 분들이 제대로 된 품질의 강구조물을 만들지 않으면 모든 게 헛수고다. 참고로 한국의 용접사 아저씨들 수준은 세계최강 수준이다. 물론 그것은 조선업 때문일 것이다. 강판 위에 적힌 숫자와 글씨들은 이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도면과 똑같이 강판을 가공하려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그러한 각자의 노력과 땀방울 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가 이렇게 튼튼하고 쓸모있는 인프라를 많이 보유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지진이 났다 하는데 건물이나 교량이 무너졌단 얘기는 아직까지 다행히 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스트레스 받고 집에도 가고 싶고 하기도 싫을 때 있지만, 이러한 일이 큰 틀에서 사회에 조금은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일 할 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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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그렇다. 어떤 누구 능력이 뛰어난 천재 같은 과학자 혹은 지도자가 막막 세상을 바꿀꺼 같고 하지만, 실제론 용접사 아저씨와 같이 하루하루 땀방울 흘려가며 일하는 분들의 노력이 모여 무언갈 천천히 만들어간다. 부디 브라운관에 보이는 화려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 말고도 자기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아가 언론은 노벨문학상이나 과학상이니 그런 것에 집착하지 말고,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시는 분들의 모습을 어떻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보여줄까 신경쓰면 좋지 않을까 싶다. 문득 20년 동안 방영되다가 2012년에 종방한 체험 삶의 현장이 그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