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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Oct 08. 2016

[서평] 황금의 샘1

황금의 샘 1, 대니얼 예긴/ 김태유 옮김, 고려원,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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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든 국내든 차를 타고 다니면 주유소의 간판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다. 주유소는 보통 석유를 공급하는 회사의 이름이 붙어있기 마련인데, 그 이름을 파고 들어가보면 역사와 정치가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GS CALTEX로 유명한 CALTEX를 한번 봐보자. CALTEX는 기본적으로 California Texas Oil Company의 약자로, 미국에서 1936년에 시작한 JV 석유회사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California는 나중에 Chevron이 되는 Standard Oil of California를 말하고, Texas는 나중에 Texaco가 되는 Texas Company를 언급하는 것이다. 이 두 회사는 지난 2001년 ChevronTexaco로 합병되어 지금은 Chevron이라 불리지만, 미국 외부에서는 Caltex란 상호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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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지점은 앞서 언급한 Standard Oil of California는 19세기 말 석유왕 록펠러의 그 Standard Oil이며, 현재 전세계 시가총액 순위 6위 정도인 Exxon Mobil은 그 Standard Oil의 뉴저지(Exxon)와 뉴욕(Mobil) 회사의 후신이다. 참고로 2015년 3월 기준으로 Exxon Mobil의 시가총액(Market value) 크기는 $356.5 billion이고, 중국의 PetroChina는 $329.7 billion 이다. 앞서 언급한 Chevron은 $197.4 billion이며, 영국-네덜란드의 Royal Dutch Shell은 $192.1 billion, 프랑스의 Total사는 $118.5 billion, 영국의 BP는 $118.3 billion 가량한다. 비교해보자면 삼성전자는 당시 $214.0 billion 였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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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왠지 그 석유회사들의 탐욕과 카르텔 같은 이야기가 연상될 수 있는데, 석유회사들의 발자취를 찾아 가다보면 그 독점이나 카르텔의 역사도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 작금의 상황으로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각국의 수많은 석유회사들, 록펠러의 Standard oil의 후신들, 그리고 OPEC 국가들의 회사들을 보면 이 모든 회사나 국가들이 다같이 담합을 한다거나 가격을 장난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즉, 석유가격이 이렇게 널뛰기를 장세를 이루는 것은 마치 그 주식시장과 같이 어떠한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 형성에 인함이지, 뒤에서 누군가가 조종을 하고 있다는 등의 음모론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 혹은 사우디의 아람코라 할 지라도 단독으로 시장에 지대한 힘을 미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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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석유왕이란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반트러스트법 위반으로 인해 무려 34개의 독립회사로 해체된다. 19세기 말, 당시 석유가 거의 미국에서밖에 생산되지 않을 때,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8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스탠더드오일 트러스트를 설립하여 자회사를 통제하였다. 현재 한국 대기업의 지주회사의 선조격인데, 이 때 반독점법의 출현 및 대법원 판결은 향후 전세계 자본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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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현대석유는 사실상 19세기말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오하이오나 뉴욕, 버지니아 쪽에서 유정을 발견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텍사스나 오클라호마, 캘리포니아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카스피해의 바쿠유전이나 페르시아 연안, 혹은 인도네시아 보루네오 섬의 유전의 발견과정까지 가게되면 그 모험의 역사는 웬만한 무협지 저리가라 할만큼 탐험적이다. 이 책의 장점은 그 무협지와 같은 서사로 시작한 단락의 끝은 BP나 Royal Dutch Shell과 같이 우리가 익히 알만한 회사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 서사적 능력과 다양하고 깊은 지식을 가진 저자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자세히 보면 어느 유정 하나 처음부터 “이것이다!” 했던 적은 없고, 다들 혀를 끌끌 차는 가운데 사막을 탐험하다 재산을 탕진하기 직전에 발견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당시의 유명한 학자나 언론들은 해당 개발탐사에 대해 혹평하기 일수였고, 지금 되돌아보면 그 얼마나 우스운 혹평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문득 현재의 잣대를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폄하하는 내 자신이 좀 경계스러워지면서도, 당시 석유에 대한 무한한 희망으로 전재산을 탕진하던 사람들을 보면 또 신재생에너지가 다시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자원개발은 정말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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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책도 아니라 밑줄을 그을 수도 없고, 책이 워낙에 오래된지라 눈으로만 본 케이스라 쉽게 인용할만한 구절을 적기 어려웠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나는 더욱 더 이 석유회사들의 역사에 관심이 가게 되는데, 그 수많은 풍파를 견디며 지난 1백여년간 어떻게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찾아 가다보면, 우리 건설사들의 미래도 조금은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해외 일을 하면 할수록 그 미래가 아득하고, 지구 반대편 현장답사를 가면 갈수록 종종 그 가공의 두려움이 나를 감싸긴 한다. 하지만 그 수요도 예측할 수 없던 시기에 석유를 탐사하던 인류 선배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조금은 나의 그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나도 어떠한 발자취 하나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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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을 태동하게 했던 분들은, 작금과 같이 밤에도 사람들이 불을 키고 생활할 지, 컴퓨터로 일을 할 지, 자동차가 이처럼 전세계 거리를 활보할 지 생각 못했을 것이다. 문득 그 미지의 공포와 맞서 시장을 개척했던 분들, 그 모든 분들의 노력이 모여 현대사회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하는 이 일도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티끌만큼이나 보탬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오늘도 이 새벽에 힘찬 발걸음을 한번 시작해보고자 한다. 황금의 샘은 2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 3권을 읽을 기대감이 더 커져간다. 2권의 2차 세계대전 전후를 지나 3권 즈음이면 OPEC의 결성 스토리, 그리고 냉전의 시대가 전개될텐데, 두근거리며 읽을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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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료참조 : https://www.statista.com/…/top-companies-in-the-world-b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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