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관심

나야 애초에 회사 동료들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선 그저 듣기만 하지 논쟁 같은 건 굳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 회사를 하는 친구가 이십 대 친구들 대여섯 명과 같이 일을 하는데, 지난 주 일어난 JTBC 탐사보도에 대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시끌시끌한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이야길 전해 듣고 좀 놀랐다. 의견의 결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이 정도 사건은 정말 역사에 기록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며, 이를 뿌리 뽑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울 것이란 생각을 한다. 정치를 잘 아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장삼이사 수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레 내어본다.


청와대, 대통령 기록에 관해서는 법률로 정해진 바와 같이 무단으로 파기나 반출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분께서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대통령 관련 기록을 반출 일지 따위에 적어놓고 반출했을 리 만무하니 이는 ‘무단으로’에 해당할 것이다.


본디 대통령비서실은 수석비서관을 정무직으로 두게 되어 있다. 이들은 참모 역할을 하며, 대우는 차관급이다. 여기는 법무,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 행정, 치안 등을 담당하는 정무수석, 외교, 국방 등을 담당하는 외교안보수석 등 총 10명의 수석이 존재하며, 각 수석비서 아래 1-3급의 고위공무원급인 비서관이 존재하며, 그 아래도 선임행정관 또는 행정관이 존재한다. 내가 알기론 이 비서실장 아래 5급 이상 고위공무원만 280여 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들은 적어도 자기 이름을 공식적으로 올려놓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게 된다. 헌데 사실상 국정운영을 하는 조직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장차관 이하 조직인데, 이렇게 비서실의 행정관들의 권력이 너무 커지면 그 또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게 문고리 3인방으로 시작된 갈등인데, 비서실의 신임이 지나치게 두터워 대통령에게 장관들이 직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심중이 왜곡될 여지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그 문고리 3인방 중의 한 분 지인을 사칭한 분이 국내 대기업 여러 곳에 부장으로 취직하는 웃지 못할 참극도 바로 몇 년 전에 발생한 것이다. 이는 마치 봉건시대 왕의 지근거리에 있는 십상시들이 왕의 전언이라 전하며 위상이 하늘 높이 오르던 때와 비슷한 형국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나마 조금은 이해가 된다. 어차피 문고리 3인방도 비서실 직원이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면 책임추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데 청와대 외부 인물이 연설문을 고쳐가면서까지 국정에 관여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아무런 자격도 없고, 검증도 안되고, 책임도 지지 않을 사람이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 및 방향을 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합당한 인재라면 그에 맞는 정식 절차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이나 행정부에 등용되어야 할 것이고, 감사원이나 검찰에 의해 언제 견제받을지 모르니 조심히 행동하게 된다. 헌데 공식 직함 하나도 없이 권력만 휘두르게 된다면 견제세력도 없으니 대기업들에게 800억 원 씩이나 자금을 모으고, 종합대학을 마음껏 주무르는 수준의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뭐가 문제냐고 무관심해진다면 앞으로 당신이 취업할 때는 낙하산이 더 늘어나고, 불법을 통해 부를 늘려가는 사람들도 방관될 것이다. 밤새워 열심히 공부한 당신보다 부모를 잘 둔 옆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며,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선진국도 물론 이러한 비리나 관습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이러한 정황이 드러났을 때 철저히 수사를 하여 진실을 밝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자정‬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로 이때 온 여론이 들고일어나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SNS에 계속해서 정치글만 올라온다고 푸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때에는 모두의 여론을 모아, 국민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겠는가. 나는 이 시점에서 어서 빨리 특검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