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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Nov 03. 2016

불타는 청춘은 유한하다

한우물을 파는 것은 정말 중요한가

내가 아재인 게 확실한 게, 요즘 일주일에 하나 꼭 챙겨보는 예능이 있다면 이 불타는 청춘이라는 것이다. 대략 65-70년생들이 출연하는 이 예능은 나와 나이 때가 일치하진 않지만, 내가 TV를 즐겨보던 십 대 때 전성기를 구가한 분들이라 그런지 나오는 출연자 한 명 한 명 친근하다.


불타는 청춘에 나오는 출연자는 현재까지 모태솔로이거나 한두 번의 결혼경험이 있는 분들 중 현재에 솔로인 연예인 분들이다. 이 분들은 대략 반백년 동안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서 그런지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물론 K팝스타나 쇼미더머니같이 십 대들의 재기 발랄하고 무엇 하나에 올인하는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인생의 쓰디쓴 맛을 다 보고 이제 조금 관조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의 모습도 꽤나 매력적이다.


여기서 문득 한우물을 파라, 하나에만 집중해서 올인해라, 무엇을 하나 해도 한 가지를 잡고 끝까지 해야 성공한다는 이 말이 과연 현대사회에 적합한 말일지 의문이 든다. 인생은 꽤나 길다. 인기가요 1위, 드라마 주연 연기자 등을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너무 집중해 burn-out이 되는 것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음원차트를 올킬하던, CF스타로 이름을 날리더라도 한 시대가 지나면 기억 속에 잊히는 게 연예인의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 안정되어 보이는 인물이 농구선수 서장훈 씨인데, 농구선수로 한국을 호령하던 시절, 착실히 부동산에 투자하여 현재 임대업과 예능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선수 시절 서장훈 씨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졌다면, 그가 본업인 농구에 집중하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러 다닌다는 사실에 어그로를 끌었을지 모른다. 국가대표가 농구에만 집중해도 될까 말까 한데, 다른 우물에 신경 쓴다고. 하지만 농구로 많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했고, 작금의 그는 현명한 선택의 결과를 누리고 있다. 굳이 농구코치나 감독 자리를 찾지 않아도, 예능에서 먹고살기 위해 무리한 개그를 하지 않아도, 안정적 삶을 누리기 때문이다.


산업에서 보자면 애플 사는 본디 매킨토시로 시작한 컴퓨터 회사지만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휴대폰에서 창출하고 있다. IBM도 더 이상 싱크패드와 같은 하드웨어로 매출을 창출하지 않는다. 원자력이 좋아 원자력 공부만 십여 년 파던 어느 학생은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로 취직을 못할 수도 있고, 조선해양공학만 파던 학생도 작금의 조선업 업황에는 어려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대학 학과를 선택할 때, 많은 학생들이 특정 대학의 특정 과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장학금을 준다고, 취업을 보장한다고, 길이 매우 좁은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트렌드는 언제든지 세계 경기 및 국내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점수도 그러하다. 내가 입학할 땐 공대에서 화공과나 기계과가 성적이 낮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전화기라 불리며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애초에 감지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해답은 무엇일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 우물만을 파지 말고, 조금 넓게 넓게 시각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학과를 선택할 때도 지나치게 특정 산업에 연관된 과는 조금 리스키 하다. 산업에서 10년은 정말 상전벽해 수준이다. 아마도 20년 전 IMF 시절, 10년 전 세계경제공황을 떠올려 보면 가늠이 될 것이다. 현재 흥하는 산업, 학과가 지속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준비해 나가는 일은 각자 본인의 영역이다. 주변 조언은 참고만 하되,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결정하자. 결국 이러한 나의 말도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아재의 읊조림일 뿐이다. 멀리 보자. 인생은 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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