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만연한 사회에서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투자에 대해 무지하지만, 서평도 좋고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소음은 굳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현대 경제 및 정치, 산업, 교육, 건강 등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소음의 발생은 정작 중요한 정보를 걸러내기 힘들게 한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에서 십 년째 계속해서 폭락이라는 공포 팔이를 계속한다면 언젠간 정말 폭락이 올 수는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도 여타 직장인과 같이 신입사원 때는 주식을 열심히 한 기억이 있다. 간혹 주식 자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에서 주식 직접투자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저 주식에 돈이 매여 있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에 따라 일상생활이 방해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어디까지나 주식회사의 급여를 받는 임금생활자로서, 궁극적으로 경영진에게 적절한 보고 및 조언을 하기 위해선 이 주식시장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주들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 그에 따른 경영진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자꾸 무언가 헛바퀴도는 식의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동자 중심의 자본주의든, 주주 자본주의든, 고객중심 자본주의든, 그 각각의 플레이어의 특성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건 주식회사를 다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본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 시장의 규칙을 세우고 관리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근로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말일 수 있다. 그럼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을 한번 들여다보자. 상술한 바와 같이 나는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므로 잘 못 이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글을 씀을 알려드린다.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지,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아니다. 편안한 밤잠을 원한다면 분산투자를 선택해야 한다. p.24”
사실 이 책을 보며 의문 나는 점이 있었는데, 다행히 역자가 페이스북 친구인지라 문의드린 사항이 있다. 분산투자에 대한 것인데, 번스타인은 226페이지에 투자기간 10년 기준 위험, 수익 산포도 분석차트를 보여주며, 10년 손실확률이 소형주부터 해외주식, 성장주 및 가치주, S&P 500까지 모두 0%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문득 나는 의문점이 생겼다. 예컨대 약 10년 전인 2007년 STX의 주식은 약 15만 원까지 치솟은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4천 원대에 불과하다. STX 조선의 경우는 상장폐지까지 되었는데, 이 회사도 2008년의 경우 시가총액 순위가 89위였던 우량주였다. 이처럼 기업의 상장 및 폐지, 업황의 불황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10년이라 할지라도 장기투자는 절대적으로 손실확률이 0%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개별 기업 관점에서 본다면 장기투자가 절대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번스타인이 제시한 투자기간 10년 기준 위험, 수익 산포도 분석차트는 215페이지를 참조하면 메릴린치 계량 전략 성장주 펀드 지수나 소형주 지수, MSCI EAFE 지수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유명한 대형 주 펀드 9개의 투자 총수익을 측정한 것을 바탕으로 손실확률을 도출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번스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개별기업의 투자에 있어서는 비록 장기투자라 할지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분산투자를 고려한 펀드의 형태라면 장기투자에 있어서 손실을 발생할 확률이 없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위험을 줄여준다.
아울러 번스타인은 소음은 자극적이고 흥미롭다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편견일 수도 있지만, 재산 증식을 취미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 소음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여가 시간에는 주식을 잊고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편이 낫다. p.61”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 미국 대선과 같이 변동성과 리스크가 큰 장에서 마치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이 힐러리 혹은 트럼프 주에 투자하는 것은 조금 위험해 보였다. 물론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와 같이 그쪽 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분명 적절한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그쪽에 과도히 관심을 가지면 본업에는 어쩔 수 없이 영향이 갈 수 있다 생각한다. 회사 내부자가 그랬다더라, 어느 유명한 트레이더가 그랬다더라, 하는 둥의 첩보들에 너무 휘둘리기 시작하면 문제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 전 발생한 청담동 주식부자 사기사건은 우리에게 전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재산 증식을 취미처럼 다루어서는 안 되고, 누군가의 말만 듣고 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임은 분명하다.
주변에서 보면 종종 개인투자를 하시는 분들 중에 펀드매니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자랑하는 분들이 보인다. 이는 상당히 피상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과도히 부각하는 측면이 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는 주식시장에도 물론 통용되어, 분산투자를 하지 않고 특정 주식에만 투자하면 당연히 단기간에는 괜찮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특정 주식 업계에 불황이 찾아오거나 주식 폭락장에서는 또 순식간에 자산을 증발시킬 수 있다. 여기서 번스타인은 2000년대 초 IT버블 사태 때의 개인투자자에 대해 언급한다.
“1999년 기술주는 대부분 초과수익을 기록했는데, 대다수 개인 투자자가 이 기술업종에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000년이 되자 이들의 초과수익은 종목 선정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운이었음이 밝혀졌다. 기술 업종이 급락해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1998~1999년 황제 주식, 최고 주식으로 통했던 종목들은 2000년도에는 최악의 주식이 되어 버렸다. p.65”
“1999년에는 인터넷주에 대한 과대 선전이 넘쳐 났지만, 이듬해(2000년)에 주가가 50%, 75%, 심지어 9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p.145”
주식을 할 때는 다양한 정보제공자들의 데이터에 현혹되기 쉬운데, 그중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보기 좋게 포장해서 파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이 책은 돌직구를 아래와 같이 날린다.
“과거에 초과수익을 냈으니 앞으로도 인기주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얼빠진 조언에는 귀를 닫자. p.130”
뉴스레터 등의 정보제공자들은 계속해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유망주를 발굴해 내고 팔아 버리라고 권하는 경우는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문득 이 지점에서 지난 2015년 회사에서 내는 리포트 중 10%를 매도 의견을 제시하던 한화증권이 생각난다.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는 관점에서 괜찮은 시도였지 않나 싶다.
아울러 저자는 위험과 수익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인 두 자산을 구성하는 것, 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의 가격과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며, “분산투자는 위험을 축소하는 방법이지,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다. (중략) 일반적으로 분산투자를 하면 위험이 감소하지만 수익률도 감소한다. p.162” 여기서 생각나는 격언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다. 책에는 주정부 프로젝트 기금 설정의 예가 나오는데, 지역 정치인들이 이 기금을 지역 기업에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금 포트폴리오에 지역 기업 주식 비중을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발생할 시, 공공사업에 투입해 침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 기금은 지역경제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편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책에 예시된 지역은 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곳이었는데, 이런 경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때 주가가 상승하는 항공사나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여 포트폴리오 구성하는 것이 괜찮은 대안이라 한다. 여기서 나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가 떠오른다. 과거 오일쇼크를 경험한 카타르나 노르웨이 등의 자원부국은 이 국부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는데, 석유 가격 하락에 따른 재정규모 감소 시 이 국부펀드의 자금을 가져와 인프라나 복지 등의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여태 이 국부펀드가 어느 곳에 투자하는지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는데, 문득 석유와는 분명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역자 칼럼이 두 번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인데, 역자들은 한국의 스타일 투자, 여기서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비교 내용이 등장한다.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주식시장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아니라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개념도 좀 모호한 상태였는데, 책을 읽으며 조금 그 차이점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가치주는 PBR(주가순자산 배수=주가/주당 순자산가치)이나 PER(주가 수익 배수=주가/주당순이익)이 낮은 주식을 말한다. 현재 수익성은 좋지 않으나,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커서 기회를 잘 만나면 상승할 여력이 있는 주식이다. 반면 성장주는 PBR이나 PER이 시장 평균에 비해 높아서 인기 있는 주식들을 말한다. 추천사를 쓰신 홍춘욱 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전자의 예가 포스코나 하나금융지주가 될 수 있고, 후자의 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네이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가치주와 성장주는 경기변동에 따라 투자방식이 다소 상이한데, 역자 칼럼의 일부를 아래에 참조해 본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유리하고 성장주는 금리 인하기에 유리하다. 대략적으로, 미국채 10년 물 금리와 가치, 성장 지수를 비교해 보면, 2000년 즈음의 IT버블을 제외한다면 추세가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즉,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가치주를,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면 성장주를 매수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중략) 미래의 이익에 대한 현재 가치가 하락하다 보니, 미래의 이익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가 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현재 이익을 잘 내거나 자산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부각된다. p.330”
마지막으로 알짜 정보만을 추출하는 12가지 필터링이 등장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투자가 아닌 실무에서도 통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종사들도 비행 전에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고 출발하는 바와 같이, 투자자들도 매매 전에 체크리스트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투자를 고려하게 된 계기는? 인기 종목인가, 소외종목인가? 등의 질문들인데, 이러한 질문에 즉시 간결하게 답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새로운 투자 대안을 찾아보는 게 낫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번번이 막히면 펀드나 기타 간접투자상품을 찾아봐야 한다고. 나도 업무를 하며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즉시, 그리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페이스북 글 하나를 쓰더라도 회사 감사팀이 물어보면 언제든지 대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내가 하는 행동이나 업무에 대해 제삼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면 쌓여갈수록 소음과 과대 선전을 걸러낼 능력이 비로소 내재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는 투자나 업무에 있어서도 매한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투자 알못이 오래간만에 흥미로운 책을 읽고 직접투자를 살짝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시간과 능력의 제약을 고려한다면 그저 간접투자를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로선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고 실물이 존재하는 부동산이 괜찮은 대안이라 생각하는데, 많지 않은 자금으로 시장을 직접 체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결국 그 주식이라는 자본금이 기업을 이루는 양대 기둥이며, 그 자본금의 생태를 파악하는 것이 기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괜찮은 책을 번역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일본이 현재와 같이 우수한 과학 및 인문학적 토양을 이룩한 데에는, 번역이 활발했던 과거 정책의 영향이 있다는 이야길 들은 바 있다. 번역은 5천만 명의 지적 토양을 70억 명으로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다. 부디 이러한 번역서가 많이 나오고, 잘 팔려서 계속해서 지적 갈증을 해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끝.
소음과 투자, 리처드 번스타인 지음, 한지영, 이상민 옮김, 이건 감수, 북돋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