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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Nov 20. 2016

자신도 지키지 못할 높은 도덕성에 대한 잣대에 대해

우리는 왜,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할 높은 도덕성을 유명인에게 요구하는가

엊그제 라디오스타를 보니 트와이스의 정연과 사나가 나왔더라. 스무 살을 갓 넘긴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까르르 터지는 웃음을 보니 왠지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그렇게 깔깔대며 라디오스타를 보다가, JYP는 데뷔 후 3년까지 연애 금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대부분 아이돌 스타 연예인들은 연습생 기간을 보통 3-5년가량 갖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연습생 시절에는 비록 회사에서 별도로 임금은 받지 않지만, 트레이닝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기획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대부분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이 비용은 숙소비, 식비, 의상비, 교통비 등의 생활비 및 노래 연습, 악기 연주, 작곡 수업 등의 레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다 연기나 외국어 강습까지 추가되면 해당 기획사에서 연습생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까지, 정말 파릇파릇할 나이에 대략 7-8년을 연애 금지 상황에서 지내야 하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무슨 범법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사랑’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정말 대놓고 할만한 것 인가. 고대 그리스 및 중세 금욕주의도 생각나는 시점이다. 기획사를 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게, 과거 남자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여자를 만나러 다니거나 술을 마시러 다니면 여지없이 언론이나 대중의 표적이 되었다. 스포츠 선수는 운동에 집중해야지 여자를 만나거나 술을 입에 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이동국 선수가 과거 그러한 욕을 많이 먹었고, 허재 감독도 심심치 않게 욕을 먹었다. 그런데 두 선수 지금 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2002년의 영광은 다 누리고 동년배들은 은퇴한 상황에 서른여덟 살의 이동국 선수는 아직도 베테랑 공격수로 AFC 경기까지 뛰고 있고, 여전히 K리그 득점 순위 탑 10 안에 들고 있다. 허재 감독은 어떠한가. 현역 시절 실력은 탁월한데 태도가 불량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그는, KCC를 무려 11년 동안이나 이끌다가 올해에는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까지 맡았다. 그 현역 시절 성실했던 동료들 중 몇 명은 승부조작 파문으로 현재 자취를 감추었다.

이를 가지고 성급하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현역 시절 말썽꾸러기 같이 자기 하고 싶은 행동을 다 하던 사람들이 더 롱런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것은 무슨 차이일까. 사람은 누구나 욕구가 있다. 아울러 그것이 십 대 이십 대 때같이 편협하고, 불같고, 저돌적이던 시기에는 그 욕구를 어느 정도 분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훈련을 강조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단시간 내에 무엇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긴 인생의 관점에서는 번아웃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성균관대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설기현 감독의 규칙은 신선하다. 설기현 감독이 처음 부임해서 내세운 규칙은 딱 세 가지라 한다.
1. 단체훈련은 하루 1시간 10분 이내
2. 주말은 무조건 휴식
3. 아침은 먹고 싶은 사람만
의미 없는 단체훈련보다 각자 부족한 운동을 하는 게 맞고, 쉴 때는 무조건 쉬고 중요할 때 잘하면 된다고 한다. 아울러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아침 먹기 싫으면 억지로 안 먹어도 된다는 말을 한다. 상당히 개인주의적 리더십 사고관의 소유자다. (T-Times 기사 참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구가 있고 감정이 있는 동물이다. 부동산 시장에 풍선효과가 있는데, 어느 나이 때에 꾸욱 하고 풍선을 눌러놓는다면, 언젠가는 그 풍선이 부풀어 오를 나이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이는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며 하는 지랄의 총량은 일정하여, 그것을 적당하게 가끔 표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바른생활로 살다가 한방에 빵 터뜨리는 사람이 있다. 후자보다 전자가 나는 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한 기본적인 사람의 패턴을 생각한다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이성교제 통제, 혹은 음주문화에 대한 단속, 이런 건 좀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음주운전이나 폭력 등의 문제로 가자면, 그것은 가차 없이 법의 잣대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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