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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4차 산업혁명? 정말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인더스트리 4.0을 비롯하여 최근 각계각층에서 이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란 이야기를 한다. 이는 정말로 그렇게 겁을 집어 먹고 우리의 직업이 사라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일까. 먼저 이는 어느 월급쟁이의 잡상이므로 나도 얼마든지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개인적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증기기관이나 자동차, 비행기나 전기 등의 출현은 분명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한 변화를 후대 사람들이 명명하기로 산업혁명이라 한다. 만약 당시 이 기술의 변화에 명민하게 대응했으면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제임스 와트 아저씨에게, 벤츠 아저씨에게, 혹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라이트 형제에게 가서 밥도 사주고 선물도 주고 투자금도 지불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지나고 나면 명확해 보이듯이, 그러한 투자를 했다면 대부분 십중팔구 망했을 것이다. 인류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스스로 굴러가는 마차를 생각하거나, 하늘을 나는 물체를 만드려고 했던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앞서 언급한 와트나 벤츠, 라이트 형제와 같은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한 것이다. Fooled by randomness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에 따르면, 이와 같이 "나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후견지명 편향;hindsight bias이라 한다.


기술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설령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설령 예측하더라도 인디언 기우제와 같이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80년대 태어난 분들은 어린 시절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실제로 21세기 정도 되면 보편화된 우주여행은 가능할 것이란 상상을 했다. 당시엔 아마도 아무도 암스트롱이 달착륙을 한 지 반백년이 지날 때까지 인류가 다시 달에 흔적을 남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신혼여행을 달나라로 가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십 년 후일지, 백 년 후일지, 천년 후일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술이든 그 혁신성이나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효용가치가 있어야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냉전시대와 같이 국방비에 대한 가치가 높았던 시절에는 상당한 국가예산을 우주과학에 투자해도 누구 하나 딴지걸기 힘들었다. 우주과학은 곧 미사일에 대한 투자, 미국 혹은 소련에 비해 전투력을 강화시키는 것만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체재로 개편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예산을 과도히 들여 우주과학에 투자하는 것은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간혹 3D 프린터를 가지고 더 이상 건설업의 노무자는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보인다. 실무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얼토당토않은 말로 보인다. 건설업은 서비스업만큼은 아니지만 타산업에 비해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편에 속하는 산업이다. 당장 우리 집 앞에 담장을 하나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지반이 튼튼하다고 치고 작업을 시작해 보자면, 먼저 철근공 아저씨들이 철근을 가지고 와서 반생이로 하나하나 엮어야 한다. 그리고 철근콘크리트의 적절한 피복두께를 위해 콘크리트 스페이서라는 블록도 군데군데 묶어주어야 한다. 벽이 한 방향으로 긴 스판으로 이어지면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시공 이음을 위해 군데군데 플라스틱 지수재도 설치해 주어야 한다. 이제 거푸집을 댈 차례다. 거푸집 역시 목수아저씨들이 톱과 망치로 두드려가며 만들어야 한다. 균열제어를 위해 중간중간 나무토막으로 줄눈도 만들어 주어야 하며, 앞뒤로 거푸집이 쓰러지지 않게 타이바도 매어줘야 한다. 이제 비로소 콘크리트를 타설 할 준비가 되었다. 펌프카 아저씨를 부르고, 레미콘 아저씨를 불러 타설을 시작한다. 바이브레이터라 하는 봉으로 중간중간 잘 저어줘야 콘크리트에 레이턴스나 재료분리가 발생하지 않고 원하는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다 쳤나? 미장하는 아저씨들이 매끈하게 상부면을 미장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수분관리가 중요한 콘크리트는 타설 한 후에도 2-3일 정도 주기적으로 물도 뿌려주고 헝겊으로 수분이 증발하지 않게 관리해 주어야 한다. 건조 수축 균열은 콘크리트 품질관리에 쥐약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타설 할 때는 시험 큐브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걸 또 수조 속에 넣어 아저씨들이 7일, 14일, 28일마다 깨어 얼마나 강도가 발현되고 있는지 추적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이제 비로소 원하는 30-50 MPa의 강도가 나왔다면 끝이다.


이렇게 지리하고 인원이 많이 필요한 콘크리트 벽을 한 50M가량 만들려면 얼마 정도의 예산이 들까. 아주아주 러프하게 계산을 해보겠다. 이해를 위해 가정의 가정을 더한 것이니 딴지 거실 분들은 고냥 엑셀로 알아서 돌려 보시라. 난 그냥 머리로 생각나는 대로 한번 계산을 해 보겠다. 벽두께 20cm, 높이 3m, 길이 50m라면 대략 필요한 콘크리트의 양은 30m3 정도 된다. 콘크리트 및 철근 등의 재료비, 노무비 및 경비를 포함했을 때 단가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매우 상이하지만, 대략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1m3당 40-50만원 정도한 프로젝트가 기억난다. 여기서 50만원으로 잡고 30m3를 계산해 보면 1천5백만원 가량 든다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3D 프린터로 해당 벽체를 타설 한다면 어떻게 될까. 3D 프린터로 구조물을 만든다 할 지라도 재료비는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 재료비 노무비 경비의 비중을 대략 5:3:2로 가정해 보자면, 상기 1천5백만 원의 절반인 750만 원은 날아가게 된다. 아울러 3D 프린터로 벽체를 찍어낸다 할 지라도 현장에 가져다 세우려면 적어도 30톤짜리 크레인은 필요로 할 것이고, 그에 따른 노무인력도 필요로 할 것이다. 크레인 한 대 빌리는 데, 하루에 백만 원이라 쳐도 이틀만 빌려도 벌써 2백만 원이다. 찍어낸 벽체를 이동하려면 트레일러도 필요하다. 고냥 백만 원만 잡자. 여기에 이윤과 판관비, 안전관리비 및 기타 비용을 추가하면 이 3D 프린터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넉넉하게 잡아줘도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 2백만 원을 위해 대형 3D 프린터를 제작할만한 업체가 있을까. 물론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만 쓸 것이 아니니, 감가상각과 해당 프린터가 차지할 토지면적, 프린터를 운용하기 위한 관리인원 및 노무자를 생각하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이 훨씬 싸단 말이다.


건설업의 경우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사례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오는 뉴스가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검증이 전혀 되지 않은 공법이란 말이다. 신기술을 적용하다 교량이 무너지고, 건물이 무너진 경우는 종종 존재한다. 보수적인 건설업의 경우엔, 그래서 수십 년간 검증받은 공법만 적용하기 마련이다. 신기술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그 신기술이 경제적으로 노무비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예전엔 한국인, 현재는 중국인이나 필리핀인, 앞으로도 방글라데시아나 네팔 등의 낮은 임금으로 근로 가능한 인력은 지구 상에 꾸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기술은 이들의 임금경쟁력을 능가해야 한다. 아울러 제조업과 같이 공장에서 똑같이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는 것과 다르게, 건설업의 경우는 프로젝트 베이스로 매번 다른 설계와 다른 콘크리트 배합비 등을 적용하게 된다. 적어도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은 급격한 기술의 변화로 일자리를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발주물량의 감소, 혹은 저유가 및 저 원자재가에 따른 발주물량 감소가 더 큰 위협요소라 생각한다.


다른 산업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것들이 해당 산업 종사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의문이다. 옆에서 보고 사후 확증편향적으로 판단하는 문돌이 아저씨들이 하는 판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문과생을 모두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무언가 산업에 직접 종사해 본 적 없으면 산업의 미래를 잘도 말하는 해로운 문돌이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의사와 변호사는 내가 어린 시절에도 좋은 직업이었고,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좋은 직업이다. 앞서 언급한 나심 탈렙은 그의 저서 행운에 속지마라에서 치과의사는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평균적인 소득이 높은 집단으로 직업적으로 좋은 사례라 언급한다. 물론 누군가는 벤츠나 라이트 형제, 에디슨과 같이 훌륭한 발명품 혹은 기술의 진보를 마련하여 부자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인류 역사상 그 이름도 없이 굶어 죽어간 수많은 괴짜 발명가들이 될지, 이러한 위인이 될지, 확률의 관점에서 보자면 위인이 될 확률은 극히 드물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적용해보려는 자세와 검토방법은 중요하지만, 이를 가지고 무형의 공포를 집어먹고 국가예산을 허튼데 막 투입한다던지, 젊은 사람들 직업을 선택하는데 잔소릴 한다던지 하는 것은 상당히 바보스러운 일일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물론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기만 할 뿐, 경제적 효용가치가 없는 기술은 그다지 우리 삶을 변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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