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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나의 보고서 작성방법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고 귀찮다. 특히나 정규 교육과정 중에 글쓰기를 특별히 배워본 적이 없는 나 같은 경우 더 힘들었고, 공돌이라 대학 때 리포트도 많이 써보지 않아 처음 입사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공대는 보통 문제당 수십 장의 연습문제 풀이과정으로 과제를 대신하곤 한다. 나에겐 심지어 대학입시 논술시험에서도 요구하는 글자 수의 반도 채우지 못했던 흑역사도 있다.



그런데 그건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게, 신입사원에게 종종 보고서를 작성해보라고 하면 한 문장으로 지루하게 이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뭔 맥락이 없이 고냥 까만 건 잉크요, 흰 건 종이로다 수준의 갈 길을 잃어버린 수준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한다. 뭐 나도 보고서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혹여나 회사생활을 많이 해보지 않은 분들이 이러한 보고서를 쓸 때 도움이 될까 하여 오늘은 나의 보고서 작성방법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 방법은 정석이 아닐 수 있으며, 보고서 작성방법은 개인별 회사별로 상이하므로 절대적으로 적용할 수 없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나는 보고서도 어떠한 사고의 흐름, 즉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두괄식으로 쓸 것인지 미괄식으로 쓸 것인지 선택하는 게 중요한데, 내가 이 보고를 함으로써 어떠한 정보를 회사에 알려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부족한 매니지먼트가 보는 것이 목적인 보고서는 간결하고 Decision making에 필요한 정보만 전달될 필요가 있다. 보고서의 이 두 가지 특성, 즉 내러티브와 간결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먼저 무형식으로 보고 들은 바를 늘어뜨릴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자기 머릿속에서 간결하고도 정확한 보고 내용이 출력되기란 어렵다. 그러면 어느 외국의 신규 가상 건설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정하고, 샘플 현장답사 보고서 일부를 만들어 보자. 초안은 다음과 같다.


"프로젝트는 수도 000으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500km 지점에 위치한다. 인근에는 여러 부족이 존재하며 이는 향후 민원 리스크로 발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반조사보고서 및 설계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지역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편마암 및 중생대 화강암 위주로 구성되어 추가 지반보강은 불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항구는 서쪽 100km 지점에 2014년 기준 100만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수준의 규모를 보이는 XXX항구가 있으며, 최근 15m 깊이 준설을 마쳐 대형 선박의 접근이 보다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공식 Instruction to Bidder는 다음 달에 발급될 예정이다. 발주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 중 착공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공사기간은 48개월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를 일단 보고용으로 몇 개의 문장으로 끊어본다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는 수도 000 남동쪽 약 500km에 위치
-인근에 여러 부족이 존재하며, 향후 민원 리스크로 발생 가능
-지반조사 리포트 확인 결과 화강암 위주 암반지역으로 추가 지반보강 불필요할 것으로 판단
-최근접 항구는 서쪽 100km 지점 XXX항구. 연간 약 100만 TEU 규모, 최근 수심 15m 준설 완료
-ITB(Instruction to Bidder) 다음 달 발급 예정. 내년 상반기 NTP(Notice to Proceed) 발급 예정 및 공사기간 48개월 예상



여기서 조금 더 카테고리 별로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 내부 보고자료로 가정하면, 서로 알만한 약자는 정보전달 효율성 관점에서 그냥 사용하는 편이 낫다.

- 위치: 수도 000 남동쪽 약 500km 지점
- 지반: 화강암 위주로 추가 지반보강 불필요 (설계자료 참조)
- 물류: 서쪽 100km 지점 XXX항구 위치. 연간 약 100만 TEU 규모, 최고 수심 15m
- 특이사항
* 현장 인근 여러 부족 존재. 민원 리스크 발생 가능
* ITB 내달 발급 예정 (내년 상반기 NTP 발급 및 공사기간 48개월 예상)"


물론 보고서를 쓰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자 상이하며, 업종이나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정보의 효율적인 전달 측면에서 본다면 나만의 보고서 작성방법도 한번 생각해 보고, 어떻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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