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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빅 숏,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비즈니스맵

빅 숏,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비즈니스맵, 2010


SNS를 통해 본격적으로 지인이 아닌 분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일 년 반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세상의 다른 면들을 많이 보게 되어, 개인적 관점에선 꽤나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중에 아마도 내가 이대로 인생의 궤적을 따라갔다면 평생 못 보고 간과할 수 있었던 직업군은 단연 경제학과 관련된 분들이다.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 그리고 트레이더 같은 분들. 물론 기자나 국회 혹은 행정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다양한 법률가, 의사, 교육자, 엔지니어 분들의 글도 배울 것이 많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자영업을 하시는 분, 건축현장을 리드하는 분, 십 년도 넘게 차이나는 대학생, 고등학생, 은퇴하신 인류학자, 북한이 고향이신 분, 투병을 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시선의 글은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나의 시각을 많이 바꾸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 분들은 그래도 이 경제학과 관련된 분들이다.


(Disclaimer)
이 책은 논픽션 비슷한 책이지만, 영화와 같이 호흡이 가쁜 소설과 비슷한 형식이다. 따라서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가능하면 책의 인용을 피하고, 내가 이해한 바에 따라 자유롭게 서평을 서술하고자 한다. 특별히 따옴표가 없는 부분은 개인적 생각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경알못이다 보니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잘 못 이해한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부분이 발견된다면 친절한 조언도 부탁드린다. 그럼 시작을 해보자.
주) 뱅기에서 인터넷도 없이 걍 아이폰으로 뚝딱거린 것이니 오타 및 오자도 많이 있을 수 있음. 선해를 부탁드림.



인류는 본디 자급자족을 하며 살다가 물물교환이라는 조그마한 교역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금이나 은과 같은 화폐를 만들기 시작했고, 중상주의 시절 이 금이나 은의 축적은 곧 그 사람 혹은 국가의 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며 국가는 화폐를 종이에 찍어내기 시작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황금시대에(급속한 경제성장의 시대) 접어들며 금태환 제도는 폐기되었다. 현재의 전 세계 기축통화는 미달러 화이며, 거의 모든 국가는 이 기축통화를 외환보유고의 형태로 많이 가지고 있으려 노력한다. 이제 경제는 더 이상 한 국가만의 것이 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국을 비롯한 큰 경제권의 변화에 따라 종속변수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러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이상 이 경제, 그리고 미국의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는 세상을 살아가기 조금 어렵게 된 측면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것들을 잘 몰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있지만, 본 책에서 설명하는 2008 금융위기와 같은 일이 불어 닥쳤을 때 이러한 기반 지식이 없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알못이 조금 더 풍월을 읊어보자면, 경제는 크게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거칠게 얘기해 보자면 우리가 물건을 사고팔며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인센티브의 경제가 미시경제; micro economy 라 하면, 국가 차원의 환율이나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을 조절하며 운용하는 것은 거시경제; macro economy 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당연하게도 불가분의 관계인데, 금번 2008년 세계경제위기는 이 둘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괜찮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읽은 책들 중, 2008 세계경제위기 관련하여 흥미로웠던 책은 당시 미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가 쓴 '스트레스 테스트'와 연준 의장이 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이다. 미국 금융의 양대 축인 두 분은 대공황과 같은 큰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서 다각도로 대처해 나가며 미국 경제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었다. 



이때 청산 주의 관점에서 잘 못을 일으킨 회사들 다 도산시켜버리고, 관련자들 구속시켜 버리자는 의견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현대 경제는 앞서 언급한 중상주의 시대와 같이 저량;stock의 개념이 아닌 유량;flow의 개념인지라, 그렇게 청산 주의를 실시해 봤자 마음만 좀 후련할 수 있을 뿐, 국가경제는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과 보험사가 망할 것 같아지면, 수많은 사람들은 예금이나 보험을 인출하기 시작할 것이며, 충분한 자기자본이 있지 않은 은행이나 보험사는 파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해당 은행이나 보험사를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부채로 운영하던 회사도 파산위기에 처하며, 이렇게 연쇄적으로 은행과 보험사, 기업들이 파산하면 실업률은 높아지고 내수시장은 얼어붙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다 환율이 급락하여 기존 1불짜리 외산 상품이 1,000원에서 2,000원이 된다면 급격한 인플레이션도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쯤 되면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의 감소로 정부예산도 축소되게 된다. 그럼 결국 몇 년 전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은행은 폐쇄되고, 거리엔 부랑자들이 넘치고, 돈이 있어도 식료품이나 기초생활용품도 구매하지 못하는 헬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티모시 가이트너와 버냉키의 판단과 실행은 적절했다 생각하며, 양적완화든 헬리콥터 머니든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시장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자, 여기까지는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난 후 불을 끈 소방수들의 이야기였다. 그럼 이 2008년 금융위기를 만든 방화범들의 이야기도 있어야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가이트너와 버냉키의 정책과 방법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대처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화범들의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미시적인 관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집을 가지고 싶어 한다. 정치인들도 표를 많이 받으려면 항상 이 주택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돌아봐도 내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시절이나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서울과 같은 대도심이나, 지방이라 할 지라도 이층 집에 마당이 있는 저택 같은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중산층에게 이 집을 구매한다는 행위는 평생에 걸친 소득의 축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소득을 모으지도 않고 살 수 있게 만든 것이 있으니, 이름하여 모기지론이다. 비록 내가 지금 가진 돈은 없지만, 은행권에서 나의 신용도 혹은 담보를 보고 대출을 1억 원이나 10억 원을 해주고 20년이나 30년 동안 갚아나가는 게 이 모기지론이다.



나는 어학연수를 호주에서 반년 정도 했는데, 나도 그랬지만 그 시절 이십 대들은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존재한다. 마치 이 나라는 천년만년 선진국일 것 같고, 연금도 많이 주고 하니, 이 나라에서 청소부라도 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그 시절 미국이나 호주 같은 데 어학연수를 했던 친구들이 모두 모아 말하던 것이 이 모기지론이었다. 비록 소득이 많지 않아도 이 나라는 모기지론을 국가에서 대출해주니 집도 쉽게 살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남 해남의 어느 쓰러져가는 초가집을 제외하고서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등락은 존재하지만 가격은 일정 수준 하방경직성에 의해 마지노선이 유지되기 마련이다.



2008년 경제위기가 발생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 모기지론 때문이다. 본디 모기지론을 해주려면 LTV나 DTI 등의 소득 혹은 자산 등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 사람이 대출을 꾸준히 갚을 수 있는지 제대로 실시를 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제2금융권으로 간다면 미국이라 할 지라도 대출이율은 5%가 넘고 10%가 넘기도 하는데, 대출을 받는 사람은 본인 소득을 기반으로 수십 년간 이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2000년대 초반은 그러지 못했다. 누구나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너도 나도 이 모기지론을 이용하여 집을 사기 시작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불안정한 스트리퍼나 유모도 몇십만 불짜리 집을 두 채씩 세 채씩 사기 시작했다. 그러니 수요가 늘어나니 집값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다시 집값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하니 대규모 주택 건설붐도 일어났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직업이 안정되거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다다르지 못하면 제1금융권이 아닌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다. 이걸 영어로는 subprime;비우량이라 하며, 다시 앞서 모기지와 결합하면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된다. 여기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당연히 신용도가 낮으며, 이를 금융상품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잘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양질의 모기지론과 결합하여 신용도를 상승시킨다면.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합성 증권인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다른 말론 부채담보부증권이다. 이는 마치 수천 개의 블록으로 쌓은 탑과 같은데, 하부와 중간중간 부도날 위험이 많은 채권이 있어도 탑 전체로 보자면 상당히 견실해 보이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CDO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실상 CDO는 미국의 중하층 주민들을 위한 신용세탁 서비스였다. 월가에 있어서는 납을 금으로 만드는 기계였다. p.124"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금융상품들은 월가의 유수한 투자은행에 의해 팔리기 시작했고, 바다 건너 유럽의 은행들은 물론 전 세계 투자은행들에게 각광을 받아 유통되었다. 당연히 대출을 받기 쉬운 서브프라임 이용자들은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였고, 더 이상 집값이 상승하지 않고 소득으로 대출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을 때 이 바벨탑과 같은 금융시장은 붕괴되었던 것이다.



빅 숏이란 단어는 시장이 붕괴될 것을 예측하여 크게 베팅한 딜을 말한다. 주식시장으로 따진다면 공매도가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영화와 스토리가 같은 이 책에는 그러한 빅 숏을 실시한 몇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어떠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이게 크리스천 베일인지 브레드 피트인지, 스티브 카렐인지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텐데, 그 디테일한 영화 상 인물 표현도 뒤늦게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혹자는 이 영화를, 혹은 이 책을 보며 탐욕적인 현대 금융의 추악한 이면을 본 것 같다며 성토하기도 한다.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사람들은 보너스도 받고 특별히 징역형에도 살지 않아 불공평한 사회라 한다. 물론 일리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청산 주의 사례와 같이 그렇게 관련된 모두를 처벌하는 것만이 꼭 우리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물론 의도적으로 금융범죄를 일으킨 장본인은 확실한 법의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점은, 무분별한 대출제도의 허점,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고 남의 말을 듣고 투자하는(=읽지도 않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보편적 사람들의 습성, 권위(유명 투자회사, 신용평가사, 학력이나 경력)에 의존한 Decision making에 대한 경계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렵고 복잡하고 내가 이해되지 않는 상품에는 투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을 할 때도 그러하다. 본인이 이해가 안 된다면 무식함이 탄로 나더라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물어봐야 한다. 무식이 탄로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경제 관련 서적의 서평을 쓰는 나의 그 용감함(?)에는 이런 측면도 존재한다.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글을 써보거나 남에게 설명을 해주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가 빠르지는 않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는 습관을 들인다면, 이러한 경제위기의 폭풍에서도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영화를 본 분들은 조금 더 세밀한 이해를 위해 읽어 볼만 하고, 빅 숏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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