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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 에릭 홉스봄, 이용우 옮김

20세기, 내가 태어났고 인류가 격동적으로 변화하던 시기. 그 시기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가득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쉽게 찾기 힘들다. 20세기는 초반에 두 번의 전쟁을 치렀고, 대공황을 경험했다. 중반을 넘어서도 한국전쟁 및 베트남 전쟁 등의 굵직굵직한 전쟁은 계속되었으며, 냉전이란 체제로 세계가 양분되어 있었다. 본문에 따르면 50년대에는 오히려 공산권인 소련의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그 인센티브 없는 사회는 정체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의 미국은 전 세계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20세기가 채 막이 내리기도 전에 소련은 붕괴되었고, 세계는 다시 자본주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자세에 있다.
“필자의 목표는 왜 사태가 그렇게 전개되었고 사태의 앞뒤 전개가 어떻게 들어맞는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p.16” 필자는 같은 세대를 살아왔지만, 본인이 겪은 경험으로 20세기를 판단하기를 주저했다. 따라서 수많은 학자들의 논문과 저서를 기반으로 20세기를 다시금 되돌아보았다. 저자는 사실 이 책 보다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의 삼부작으로 더 유명한 17-18세기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역사적 기원을 바탕으로 20세기까지 이어져 와서 그런지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필자에게 1933년 1월 30일은 단순히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이 된 날일뿐 다른 점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날이 아니라, 베를린의 어느 겨울날 오후 열다섯 살 먹은 소년과 그의 누이동생이 빌머스도르프에 있는 인근 학교에서 할렌제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어느 곳에선가 신문 표제를 보았던 날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며, 종종 꿈속에 나타나기도 했다. p.17”
동시대를 살아온 저자는 이처럼 히틀러가 수상이 되던 날을 기억한다. 마치 히틀러나 파시즘 하면 우리 기억 저편에서 화석같이 존재해 보이지만, 그 기억은 비단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히틀러는 어떠한 악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조금 더 권력욕이 강하고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보였다. 1차 대전 이후 막대한 보상금과 인플레이션으로 실의에 빠진 독일을 그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진전시킨 인물이다. 그래서 집권을 하면 할수록 인기는 더 높아져 갔다. 내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히틀러가 마치 악마와 같이 느껴지는 우리와 달리, 당시 패전국인 독일 국민들에게 있어 그 사이다 같은 발언과 정책을 펼치는 히틀러는 마치 구세주와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사민당을 비롯해 당시도 히틀러의 집권을 끊임없이 방해한 세력은 있었지만, 그보다 더 악이라 생각했던 공산당의 덕택인지 히틀러는 야욕을 더 부릴 수 있게 헌법을 바꾸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독일사에서 나치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를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하는 것이 곧 대학살을 용서하는 것은 아니다. p.18”
우리는 이해를 해야 한다. 어떻게 인류는 일백 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전간기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1/3이 식민지배를 당하고, 공산주의가 반 세계의 지배적인 경제논리로 이어져 나간 것인지에 대한 이해. 20세기는 전반부는 전쟁의 시대, 후반부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시대였다. 전후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낮고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황금시대를 맞이하였다.
“1990년대의 세계에서는 50-60억 명의 인구가 살았는데, 이는 아마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인구의 3배에 해당할 것이다. (중략) 1990년대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부모들보다 키가 더 컸고, 몸무게가 더 나갔으며, 더 잘 먹고, 훨씬 더 오래 살았다. p.27”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0년의 76년 전인 1914년은 인구가 3배가량 차이 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과도히 의존할 경우, 이는 현대의 상황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은 제1부 파국의 시대를 시작으로 제2부 황금시대까지 이어간다. 아마도 2권에서는 황금시대를 넘어 20세기 후반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파국의 시대에서 주로 다룬 이야기는 전쟁의 총력전의 시대, 대공황의 경제적 심연 속으로, 그리고 자유주의의 몰락, 공동의 적에 대항하여 식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이 시기의 예술을 가볍게 터치하고, 제국들의 종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케임브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런던대에서 사회경제사 교수를 역임한 저자는 20세기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책을 옮겨 적고 싶은 부분도 많고, 하나하나 서평을 쓰며 곱씹어볼 부분도 많으나 요즘 그러할 시간은 부족하지 싶어 서평을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작년에 픽션을 통해, 그리고 특정 섹터를 통해 접한 20세기. 올 해엔 이러한 논픽션 위주로 하나둘씩 더듬어 봐야겠다. 하나둘씩 역사를 통해 과거를 들여다보다 보면 현시대의 안갯속과 같은 상황도 조금씩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격동의 21세기 초 한국, 부디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20세기 초와 같이 암울한 시기는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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