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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y 17. 2017

[서평]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권오상 지음, 부키

사실 금융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문외한이 이러한 책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심 탈렙은 일찍이 ‘행운에 속지 마라; Fooled by randomness’라는 책을 통해 “서평자의 자질이 지극히 높지 않다면 서평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서평자의 수준을 드러낸다”라고 한 바가 있다. 금융에 대한 딱 내 수준을 드러낼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다 읽고 소화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한번 써보고자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해당분야에 정상급 전문가들도 계신데, 부디 틀린 부분이 있으면 가차 없이 조언해주시면 고맙겠다는 말을 먼저 남긴다.



금융은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글의 머리에 “돈 문제와 인사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있으면 그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p.18”라는 말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열 명 내외의 구성원이 있는 팀만 보더라도, 이러한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팀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그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럽고 치사하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인센티브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사실 금융이 중요하다는 말은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공돌이만 하더라도 건설공사를 수행하고자 하면 수많은 bond, security, insurance, 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뿐만인가. 근래의 해외건설공사의 경우엔 Advance payment 및 interim payment 등에 따른 Cash flow, 그리고 공사기간에 따른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프로젝트 운영을 할 수 없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 카운티의 부도 혹은 2008년 Sub-prime Mortgage 로부터 파생된 금융위기 등 우리가 사는 사회 자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련의 좋지 않은 사례를 가지고 파생금융 자체를 나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파생금융은 기본적으로 기초 자산(외환, 금리, 주식, 원자재, 신용 등)의 소유권이나 예금, 대출을 토대로 변형된 형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그 불확실한 리스크를 감쇄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일 수 있다.



책은 그 파생금융의 기초부터 시작하여, 역사를 훑어본 후, 다양한 파생금융의 형태를 살펴본다. 가장 기본적이라는 델타원 파생거래, 로켓 과학자들이 주무른다는 옵션, 그리고 금융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내는 구조화 금융에 대해 이야기한다. 델타원(Delta-One) 파생거래는 솔직히 처음 들어본 용어인데, 여기에 속하는 금융이 선도, 선물, 스와프라 한다. 물론 이 정도는 나도 좀 들어본 바가 있다 ㅋ



기본적으로 미래 시점에서 금액을 지불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선도(forward contract)는 그 움직임이 선형적(linear)으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변하는 만큼 파생금융 가격도 그대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거래소가 모방하여 내놓은 거래가 선물(future)이다. 선물은 일일 정산과 증거금이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거래소 입장에서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생긴 특징인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선물시장은 곡물거래가 많았던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부터 19세기에 시작되었는데, 20세기 초반부터 뉴욕 상업거래소에서는 버터와 치즈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미래에 대한 리스크 헤지 및 차익거래 등이 목적일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돈이 충분치 않은 농산물 가공업자가 현재의 가공라인을 돌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농산물을 빌리는, ‘농산물 예금, 대출 시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농산물 생산업자들은 선물시장에 대해 언제나 적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고 한다. 메인 플레이어는 농산물 가공업자였다 한다.



책에서 마지막으로 델타원 파생금융으로 스와프를 언급하고 넘어간다. 그러면 비선형(nonlinear)으로 움직인다는 파생금융 거래인 옵션(option)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가. 저자가 옵션에 굳이 로켓 공학자를 언급한 이유는, 냉전시대 이후 많은 물리학 및 수학 박사들이 월가에서 퀀트(Quant)라는 직군을 형성하여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주변 분들 중 이에 해당하는 분이 딱 한분 떠오르긴 하는데, 그간 왜 이 분은 물리학을 전공하시고도 금융권에 계신지 의문이었는데, 여기서 그 의문점이 해소되었다 ㅋ



옵션의 기본 구성요소인 바닐라 옵션을 보면 콜옵션과 풋옵션이 있는데, 이는 특정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수량만큼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선도와의 차이는, 선도는 쌍방 간의 의무인 반면, 옵션은 한쪽만 의무가 있고 다른 한쪽은 권리만 보유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영화 빅쇼트에서 Short이 여기서 나오게 되는데, 옵션을 보유했다는 것을 옵션을 롱(long)한다고 하며, 이는 의무는 없고 권리만 갖는 옵션 매수자를 뜻한다. 반대급부적으로 옵션을 팔았다는 것을 옵션을 쇼트(short)했다 하며, 이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지는 옵션 매도자라 한다.



옵션만 이야기하면 나같이 잘 와 닿지 않는 분들이 계실 텐데, 쉽게 말해 예금, 대출을 증권의 형태로 만든 채권을 이야기하면 조금 단어적으로는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채권의 경우, 고정된 이자율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콜 가능 채권 및 풋가능 채권 등으로 경우가 나뉘며, 이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등으로 세분화된다. 다만 내가 본 부분에선 이 옵션이 왜 비선형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는데, 채권의 경우 시중금리와 다르게 금액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니라면 친절한 설명을 부탁한다)



여하튼 저자는 델타원, 옵션에 이어 구조화금융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건설업에 있어 아파트나 빌딩, 민자 인프라 등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이 구조화금융 중 Project financing인데, 이는 좋지 않은 결과들이 모회사로 넘어오지 않게 하려는 연유가 있다. 여기서 주로 쓰이는 파생금융 거래가 바로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즉 자산 담보부 기업 어음이다. 2013년 초 기준으로 ABCP의 발행 잔액은 85조 원에 달했으며, 이 중 건설회사의 ABCP 잔액만 26조 원이라 한다. 저자는 구조화금융 중 프로젝트 금융을 비롯하여 패스스루, 페이스루 등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직접투자는 하고 있지 않지만, 기업의 관리자 관점에서 그 거동의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를 하는 편이다. 사실 코스피만 보더라도 그 시가총액과 기업수를 비교해 보자면, 이는 표준 정규분포 곡선을 따른다기보다는 멱 법칙(power law)을 따르는 측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하기 바라보지 않으면 그 행태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Wag the dog(개의 꼬리가 몸통을 좌지우지한다)란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냥 뒷짐 지고 보고만 있기엔 지나치게 복잡화된 경향은 있지만, 조금 공부를 해가며 바라보면 단순화해 보일 때도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한다면, 아니 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 한다면 파생금융에 대해 조금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금융을 주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 기업에서도 리스크 관리 등의 목적으로 파생금융 거래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뿐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다국적 기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들도 여러 목적을 가지고 파생금융을 이해하며, 일반 개인도 투자 목적이든 투기 의도에서든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p.234”



마지막으로 저자는 상업은행, 머천트 뱅크, 투자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는 다소 딱딱했던 책의 중반부를 넘어 금융권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보따리같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평소 이름만 많이 들어봤던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및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스 및 UBS 등을 구분에 맞게 설명을 해준다.



헤지펀드의 무기인 공매도와 레버리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주식은 사실 저평가된 좋은 주식도 있을 수 있고, 그저 그런 별 볼 일 없는 주식도 있고, 말도 안 되게 고평가 되거나 문제를 숨기고 있는 주식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공매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경제학이나 금융을 학부에서 전공한 분이 아니라 기계공학을 학석박사를 통해 공부한 분이란 부분이다. 물론 MBA를 이수하긴 했지만, 그러한 공학적인 관점을 통해 저자는 파생금융을 바라보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고체역학적 원리에 충실하게 다리를 건설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원인으로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설계 과정에 안전계수(Safety factor)라는 요소를 추가해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의 관점이다. p.276” 


엔지니어링, 그러니까 공학은 자연과학과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다. 기술과 비용, 이 둘을 항상 고려한다는 말이다. 교량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해당 교량이 무너지지 않게 설계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경제적인 비용으로 만드는 것도 다른 중요한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 공학자들은 늘 그 완전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잘 인지하고 있다. 콘크리트나 철근의 거동에도 변수가 작동할 수 있고, 잘 해석했다는 지반도 때에 따라 계산 값과 달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전율을 도입하고, 실제 계산 값보다 경우에 따라 두 배 이상의 재료를 투입하기도 한다. 경제적이지 않은 과다설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1/100,000의 확률이라도 해당 교량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면 대형 인재가 될 수 있기에 그 리스크 헷징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금융도 공학도, 그리고 우리네 인생도 다 그렇게 리스크를 감쇄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예부터 그러한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 놓은 것도 이 파생금융의 상품들이며, 그러한 파생상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저자는 금융의 통합적인 관점을 강조한다. 이를 전문가라 하는 분들께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에게도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사용하게 될 때, 적절히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류는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를 헤지해 왔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을 단초로 하여 우리네 인생 혹은 가정경제에 있어서도 무언가 인사이트 한 것을 받아올 여지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하튼 참 금융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가슴 답답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자연스러운 내러티브에 이끌려 끝까지 읽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읽으며 이해해 갈 요량이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그 어두웠던 파생금융의 영역에 시야가 조금 열렸다는 점에서,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부디 이렇게 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조금 더 대중서를 많이 집필하고, 팔려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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