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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n 09. 2017

한 달간 출장 오며 업어 온 책들에 대해

한 달간 인도, 그중에서도 비하르 주라는 아주아주 산골짜기..라고 하기엔 산이 없고, 그냥 갠지스강이 보이는 동네에 출장을 왔는데. 모 인터넷도 느려 딱히 한국 예능도 보기 어려워 책을 주섬주섬 많이 가지고 왔다.


이 동네는 지구 상 몇 안 되는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는 주인지라, 딱히 저녁이면 할 일도 없고, 빈부의 격차가 커서 내가 사는 빌라 주변엔 다들 동물들과 먹고사는 분들이 계신지라. 딱히 밖을 나서기도 그렇다.


여하튼 그래서 퇴근하면 저녁 먹고 책을 읽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출근하기 전까지 책을 읽고 있는데. 가져온 책들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참고로 아직 완독 한 책은 하나도 없으니, 그 내용에 대해선 아무말대잔치일 것임을 전제로 한다.


우선 사회적 원자. 이 책은 마크 뷰캐넌이란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부의 불평등 문제부터 집단행동, 그리고 다양한 사안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란다. 모 본디 물리학자가 꿈이었던 과거도 떠오르고, 고냥 저냥 과학적 추론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을까 하고 가지고 왔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 하름 데 블레이라는 지리학자가 쓴 책인데, 모 기후변화, 테러단체의 등장, 등 다양한 세계적인 사건들을 지리학이란 렌즈를 통해 설명한단다. 지리학에 대해선 1도 모르고, 그 방법조차 어떻게 되는지 생소하다. 이것도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조금은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의 승리. 요건 한 100페이지 정도 읽다 온 책인데, 하버드대 경제학과 에드워드 글레이저라는 학자가 쓴 책이다. 조금 읽어보니 평소 나의 생각과 어느 정도 비슷한 형태의 사고관 같아 보인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여 도시공학이란 학문에 매료되었을 시절이 떠오른다. 모 지금 토목공학으로 가서 그다지 후회는 없지만, 도시공학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평생 갈 것 같다. 주제넘지만 혹시나 내 이름을 걸고 책을 쓴다면, 그것은 도시에 대해 쓰는 편이 가장 사짜 취급 덜 당할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훔냥훔냥.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요건 지난주에 한 200페이지까지 읽었다. 읽다 보면 작년에 읽은 거인들의 몰락에 등장하는 20세기 초반 유럽의 정치인들이 나오는데, 이때 마치 동네형을 다시 본 듯한 기분이 난다. 역시 켄 폴릿의 이야기 만들어내는 솜씨는 엄지 척이다. 여하튼 올해 초부터 소련과 중국의 지도자들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공산주의 진영의 지도자들이 걸어간 길을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게 상상 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일이다. 여하튼 네이버 책에서 이 책의 저자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는데, 좀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 리처드 오버리가 뭐하러 60년대 서울에 와서 공부를 했겠나 ㅋ (출처: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789)


음. 일본의 재구성. 이 책 역시 소련 및 중국을 중심으로 20세기 역사를 되짚어 보는데, 동아시아 역사에 있어 일본을 빼놓을 수 없어 집은 책이다. 실은 존 다우어의 패배를 껴안고를 무지하게 읽고 싶은데, 절판이 되어 도통 구하기가 어려워 차선책으로 선택한 책이다. 패트릭 스미스라는 기자가 쓴 책인데, 기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거버닝 차이나. 출장 올 때 비행기를 열 시간가량 타며 이 책과 덩샤오핑 평전을 읽었는데. 이거 뭐 아무리 읽어도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케네스 리버살이란 학자가 쓴 책인데, 어느 정도 중국의 정치와 경제사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책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정치적으론 공산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한 독특한 나라인데, 그러한 나라로 변모할 수 있었던 스토리를 읽을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그러니까 맨 아래 있는 덩샤오핑 평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아침저녁으로 이 책을 읽는 맛에 요즘 살 맛이 난다. 뭐 요즘 사는 낙이 딱 이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즈라 보걸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책인데, 평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흥미진진한 전개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아직 천안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데, 덩샤오핑이란 사람은 그 전까진 정말 존경의 마음이 솟구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마도 그 1980년대 후반에 가서는, 많이 실망할 순간이 올 것 같다. 그렇게 한 사람이 평생 옳고 합당한 일만 하기엔 어려운 게 세상사인 것 같기도 하고.


뭐 다시 INDIA AFTER GANDHI라는 책을 보자면. 이 책은 뉴델리 공항 서점에서 눈을 뺏겨 사 버린 책이다. 사실 책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또 책을. 그것도 영문판을 사는 건 사치(?)라 생각했지만, 처음 몇 장을 읽어보니 “그래. 내가 찾던 책이 바로 이 책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스탈린이나 덩샤오핑과 같이 인도에 대해 좀 깊게 알아보고자 했는데, 도통 그 한국에서는 인도 산업에 대한 피상적인 책들만 있지, 제대로 인도에 대해 고찰을 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뭐 영국, 미국 등 유수의 대학을 다니고 강의하다 다시 인도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조금은 객관적 시각으로 인도의 근현대사를 바라본 듯한다. 900페이지인데. 하루에 10 페이씩 읽으면 세 달이면 다 읽겠지. 여하튼 다 읽을 수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언 모리스 할배의 역작. 여기 이 모든 책들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전에 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그 깊은 통찰력에 감명을 받은 학자다. 본디 가치관의 탄생보다 더 훌륭한 역작이 이 책이라 하는데, 그의 통찰력을 다시 따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흡족하다. 출장기간 중 심리적 압박이 올 때 히든카드로 쓸 요량으로 아직 열어보진 않았다. ㅋ


여하튼 이 많은 책들의 무게를 달아보니 5kg이 조금 넘었는데, 올 때 델리까지는 Star alliance gold 멤바라 문제가 없었는데, 이 시골 동네까지 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오버 차지를 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종이가방에 책들만 빼니 안 내도 된다고. 그렇게 힘들게 가지고 온 책들인데, 부디 다 읽고 돌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창문을 열면. 아니 창문엔 쇠창살이 가득하다. 모 빈부의 격차가 크니, 그냥 두면 도둑들이 어서 옵시오 하시겠지. 여하튼 여기 와서 딱히 사는 낙도 없고,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 들어와 천장에 돌아가는 팬만 쳐다보는데. 부디 이런 책들을 탐독하며, 무언가 얻어가는 거라도 있길 바란다. 이번 주말엔 덩샤오핑 평전 서평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탁! 이놈의 모기! 저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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