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쓰는 일은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읽은 책을 다시 들춰 보고, 중요한 내용은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며 피드백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지식수준의 바닥도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쓰면, 일단 책을 더 능동적으로 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부분은 기록을 하게 되고, 저자의 생각에 탄복하는 지점에 있어서는 밑줄을 긋게 된다.
그렇게 책의 저자와 교감을 하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책이 내 머리 속에 들어오게 된다. 책만 읽고 마는 것은, 마치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시험을 안 보는 것과 유사하다 생각하는데, 결국 그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다시 갈무리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재생산함으로써, 나는 다시금 책을 들여다보게 되고, 인터넷으로 크로스 체크를 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이를 블로그에 남기면, 일 년이 지나건, 십 년이 지나건, 내가 읽고 느낀 부분에 대해서 다시금 복기할 수 있다. 십 년 정도 흐른 뒤엔,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사진 외에도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서평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쓴다기보다는, 그저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편이다. 물론 게임과 같이 즉각 즉각 다가오는 피드백이 있으면 더 즐거운 것이고, 댓글로 해당 책에 대해 대화를 하다 보면, 저자의 생각을 더욱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따봉의 노예이긴 하지만, 서평에 따봉이 덜 달리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서평을 씀으로써 나는 책에 대해 다시 정리할 기회가 생겼으며, 그것에 대해 몇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기실 서평에는 악플도 거의 달리지 않는다.
애초에 악플을 달 사람들은 서평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주변에서 나의 서평을 보고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고 하는 말을 전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내가 언제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적이 있던가.
미약하나마 이렇게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한 줄이라도 좋으니, 책을 읽으면 서평을 써 보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엔 부끄럽고, 아 물론 시간이 지나도 부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는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금이야 블로그에 구독자가 6천 명이 넘지만, 처음에는 하루 방문자가 1-2명에 불과했을 때도 있었다. 지금도 블로그는 그다지 관리하는 편은 아니다. 아예 대문에다가 기록용이니 피드백 없을 수 있음이라고 공지를 해 두었다. 그야말로 내 기록용이다.
그저 나를 위해서 서평을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는 그 존재의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