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Jul 26. 2017

평타 치는 리더라도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데, 약속시간이 한 삼십 분 남아서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조금 글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나는 가끔 어느 아이돌 그룹의 멤버 간 불화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 ‘아, 이들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에 대해 실망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심지어 해당 아이돌 그룹의 CD를 불태우는 행위까지 하는 분들을 보면,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조직관리를 해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사실 일평생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도 않고, 유사한 무언가가 엮이지도 않은 개별적인 사람들을 모아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인간적 매력에 취해 좋아 죽던 커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애초에 그러한 애정이나 동질감도 없던 인간관계에서 꾸준히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란 생각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생각이다.



그러하다. 일단 평타 치는 리더라도 될 요량이라면, 인간관계에 대한 근거 없는 긍정적인 시각은 조금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알아서 잘 하겠지. 자기들끼리 알아서 문제 해결을 하겠지. 갈등이 생기면 알아서들 봉합하겠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주니어들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주니어들의 행동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된다. 애초에 그 근거 없는 기대 자체를 버리면 실망할 요인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조직의 리더라 하면, 해당 조직의 Scope of work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업무분장을 신경 써야 한다는 거지. 간혹 우리 팀장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엑셀도 잘 못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툴툴대는 주니어들이 보인다. 하지만 팀장은 그런 거 하라고 앉아있는 게 아니다. 실무는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고, 팀장의 역할은 팀원들의 업무를 제대로, 적재적소에 분장하여 팀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커피 마시고 띵까띵까 놀지라도, 팀원들이 쉴 새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업무를 분장하고 피드백을 해준다면, 그 팀장은 실력 있는 사람일 것이고, 그 팀은 성과를 낼 것이다. 반대로 업무분장도 제대로 못하고, 본인이 열심히 하면 팀원들도 자극받아 따라서 열심히 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야근도 하고 주말근무도 하고 팀원이 할 엑셀이나 워드 등의 세부적인 작업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 팀원들은 팀원들대로 띵까띵까 놀러 다니고 성과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게 계속해서 반복되면 팀장은 팀장대로 팀원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팀원들은 팀원들대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빈둥빈둥 대고.



팀원들 간의 그 케미라는 것은 철저히 설계된 것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요인을 잘 개발해야 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 같지만, 그 목표의 설정, 그리고 그에 대한 실적관리를 해주면 해당 팀원은 굳이 업무시간을 강제하지 않더라도 해당 업무를 깔끔히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한다.



이게 그 팀원이 업무시간에 커피를 마신다든지, 점심시간에 삼십 분 정도 일찍 밥을 먹으러 간다든지에 대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해주고 Target date와 Task를 설정해주고, 해당 기한 내에 성과물만 만들어 온다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도덕적 책임에 대해서는 굳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질책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을 때 질책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늬 머리스타일이 그게 뭐냐, 너는 왜 야근을 안 하냐, 너 업무태도가 불량한데, 등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간 질책은 주니어로 하여금 반감만 더 들게 만든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정해진 업무 스케줄을 지키지 못했다든지, 비용을 초과하였다든지, 하는 객관적 지표가 있는 가운데 질책을 한다면 상대방도 납득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자면. 서두에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애초에 동질감 따윈 하나 없는 직원들끼리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 자체도 상당히 나이브하면서도 버려야 할 마인드다. 직원들끼리는 서로 경쟁을 하고 업무 간 충돌로 인해 간혹 싸우기도 해야 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발전소 현장에서 땅을 파는 토목 직원과 전선을 까는 전기 직원은 필연적으로 스케줄 상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땅을 너무 일찍 파서 위에 있는 토사가 내려앉을 수도 있고, 땅은 다 팠는데 전선이 없어서 전선을 깔 수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전선을 늦게 파서 예정된 되메우기 공기를 못 맞춘다면, 다시 토목 직원은 짜증이 날 수도, 때로는 협력업체 클레임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목 직원과 전기 직원, 너네 알아서 둘이 해결해. 혹은 좋은 게 좋은 거지. 사이좋게 지내시오. 이런 말을 하는 리더는 망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선 어느 직원이 예정된 스케줄에 맞추어 잘 하고 있는지 판관 포청천과 같이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 예컨대 전기 직원은 제 때 전선을 입고하였고, 근로자들을 데리고 와 전선을 깔려고 했는데 토목 직원이 예정일에 맞추지 못하고 땅을 못 팠다. 그러면 전기 직원의 손을 들어주고, 토목 직원을 질책해야지.



여기서 좋은 게 좋은 거다. 전기 직원은 토목 직원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넘어가 줘라. 그러면 다음부터 전기 직원도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일을 건성건성 할 수 있다.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하지만 저 상황에서 리더가 확실히 판결을 내려줘서 토목 직원을 나무란다면, 전기 직원도 다음부터 나도 저런 꼴을 당할 수 있으니 더 타이트한 공정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겠지. 아울러 갈굼을 당한 토목 직원은 다음부터 이런 꼴을 당하지 않게 칼을 갈고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겠지.



그렇게 팀원들 간의 이기심을 적절히 이용하며 경쟁을 유발해야 팀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조직의 생산성은 생각보다 그 Variation의 폭이 커서,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성과차는 상당하다 할 수 있다. 나도 해보니 대충대충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것이 공정이고,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예정보다 상당히 일찍 당길 수 있는 것이 공정이더라.



이 공정은 시간이고, 시간을 앞당긴다는 것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고. 이건 어느 업역에서나 비슷한 수준의 업무라 생각한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나가야지. 다소 두서없이 이래 저래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조직관리에 있어 사람을 지나치게 믿으면 안 된다고. 누구나 늘어지기 좋아하고, 같은 월급이면 조금 더 일을 안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다. 그걸 탓하기 전에, 제한된 시간과 비용 안에서 어떻게 인력을 관리할 것인 것, 어떤 인센티브와 페널티 요인을 주는 시스템을 잘 만들 것인지. 그것부터 고민하는 것인 평타라도 치는 리더의 기본요건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동조합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