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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Sep 20. 2017

중동, 불의 여정, 무함마드 아유브 지은, 신해경 옮김

중동, 불의 여정, 무함마드 아유브 지음, 신해경 옮김, 아마존의 나비, 2014

단기 이익에원제는 ‘Will the middle east implode?’, 그러니까 ‘중동은 붕괴할 것인가?’인 이 책은, 무함마드 아유브라는 미시간대학 국제관계학 교수가 썼다. Ayoob는 1980년대 Subaltern realism(종속 현실주의?)이란 이론을 처음 제시했는데, 이는 제3세계 국가 행동의 주요 결정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툴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국제관계학 관점에서 제3세계 국가는 주로 선진국, 그러니까 외부의 후원자에 의존하며, 지배계층인 엘리트는 중장기 이득보다는  더 관심이 있다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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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근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을 기점으로 전개된 중동지역의 현실과 원인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지하다시피 2010년 태동한 아랍의 봄은, 해당 지역에 전례 없는 민주화운동이었다. 이 운동으로 인해 튀니지 정권은 민주적으로 교체되었으나, 이집트는 정권교체 후 군부 쿠데타의 발발이 일어났고, 리비아는 카다피의 축출 후 내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예멘이나 바레인, 등 영향을 미친 나라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시리아와 이라크로 대표되는 국제열강의 개입으로 인한 내전의 악화, 그리고 ISIL의 테러는 누구나 언론을 통해 인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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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국인에게는 대체로 절대선이면서도 밝은 미래를 약속할 것 같은 민주화운동은, 이 지역에서는 생각보다 그 의도된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미래가 어두워 보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유례없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정치적으로도 여러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상 유례없는 선진화된 국가체계를 만들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그 국뽕의 단계로 넘어갈 필요는 굳이 없는 게, 앞서 이야기한 본 책의 저자인 아유브 교수의 종속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해당 국민들의 역량뿐만이 아닌, 다양한 국제역학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복합적 관계의 산출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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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손바닥만 한 크기이며, 250페이지 수준으로, 그다지 분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중동지역 지리 및 역사, 그리고 정치, 인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중동에서 2년가량 근무하고, 이라크나 카타르 등지로 종종 출장을 다니는 나의 경우에도, 중간중간 구글을 통해 많은 단어를 검색해 가며 책을 읽느라, 생각보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 국제역학적인 측면에 매료되어,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가는 재미는 훌륭했다. 사실 읽는 내내 내 머리를 지배한 것은 북한이었는데,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의 핵 줄다리기, 서방세계 개방정책을 펴다 몰락한 카다피의 리비아, 낙후된 생활조건, 높은 실직률, 식료품 인플레이션 등으로부터 파생된 튀니지 혁명 등을 보면, 무언가 오버랩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 역시 한국어판 독자들에게, 갈수록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는 세계에서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을 이해하는 목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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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리얼노스코리아라는 책에서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정권 안정을 조건으로 서방세계에 개방 정책을 펴다 몰락한 카다피 정권을 보며, 결코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 북한이 이전에 비해 5배가량 더 세진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나날이 발전시켜가는 이 가운데, 이것은 미국을 향한 무기이니, 남한과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보면, 가슴이 탁탁 막혀온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간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관성의 측면에서 나도 심정적으론 그렇게 느끼지만, 이 평화의 관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당장 이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한 아랍의 봄이 십 년도 채 안된 작금의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중동 국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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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지구 상 ‘가장’ 많은 수탈을 받았고, 동족 간의 전쟁을 치른 비극적인 국가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세계 역사를 되짚어 보았을 때,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식민지배 역사,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재 진행형,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갈등, 구 유고슬라비아 후신들의 내전 등을 돌아보면, 이는 선진국을 제외한 제3세계 국가들에게는 생각보다 보편화(?)된 지역적 갈등 혹은 역사일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물론 그 과거를 잊지 말고, 다시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대비해야 하겠지만, 아랍 지방 갈등의 씨앗이 된 벨푸어 선언을 돌아보면, 이에 비한 한국의 근현대사는, 정말 양반인 수준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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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영국의 외무장관 아서 벨푸어가 발표한 외교 선언은, 작금의 이스라엘,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국가 수립을 약속한 선언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작금의 중동 근현대사 갈등의 거의 모든 원인은 이 벨푸어 선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유산은 한국의 신탁통치 등을 비롯하여, 인도의 해방, 중국의 공산화, 냉전시대의 시작 등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1차 세계대전이 남긴 유산은, 기껏해야 독일의 막대한 배상금으로 인한 하이퍼플레이션 따위가 간혹 경제학이나 금융의 역사에서 다루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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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동역사에 있어서는 이 1차 세계대전이 상당히 중요한데, 현대 아랍세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오스만 제국이 이 1차 대전에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맹국으로 참전하여 패전하는 바람에 1914년 이전 영토를 대부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오스만 제국의 영토는, 1600년경 전성기 시절에는 그야말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북으로는 오스트리아 바로 밑 그러니까 작금의 크로아티아 및 헝가리 지방부터, 남으로는 현재 소말리아에 이르는 지역까지 광범위한 영토를 차지했다. 터키의 국민적 영웅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지 않았다면, 이 오스만 제국의 후신인 터키라는 나라도 현재 존재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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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이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 영토분할은 석유시장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이라는 영국-프랑스-제정 러시아 간 비밀리에 체결한 중동 세력권 합의가 그것이다. 20세기 초반, 그러니까 아라비아 반도에 석유가 나는지 몰랐던 이 시점에 유럽 열강들은 페르시아해 북부 유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당시만 해도 대서양 너머 변방(?)의 나라에 지나지 않았던 미국은 이 협정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고, 영국은 요르단, 이라크 남부 등의 점유권을 얻게 되고, 프랑스는 터키 남동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레바논 지역, 러시아는 이스탄불, 터키 해협, 아르메니아 지역을 얻게 된다. 이후 뒤늦게 중동지역 선긋기 대열에 합류한 미국이 겨우 차지한 지역이 사우디아라비아.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이 시점에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ARAMCO가 Arabian-America Oil Company의 약자인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아람코는 본디 엑슨, 소칼, 텍사코, 모빌 등 미국의 4개 석유회사가 Joint venture 형식으로 시작한 회사이며, 4년간의 탐사 실패 뒤에 1938년, 지금 아람코 본사가 있는 다란에서 첫 번째 유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니엘 예긴의 황금의 샘을 보면 되고, 아람코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퀘벤하운이란 작자가 쓴 다음 포스팅을 읽어보면 된다. (https://brunch.co.kr/@aboutheman/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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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 벨푸어 선언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갑자기 유대인의 땅으로 변경되고, 갈등의 씨앗은 던져지게 된다. 작금의 이스라엘 지도를 구글맵을 통해 보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점선의 형태로 그 경계가 그어져 있는데, 이는 1948년 처음 이스라엘이 건국되었을 때 팔레스타인 지역 총면적의 77%를 차지했던 것이 그 연유가 된다. 책을 보다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사실 온건파인 파타(PA)와 강경파인 하마스로 양분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으며, 파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이 동네는 현재도 여전히 미사일이 오르내리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지난 60여 년 간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진 곳이다. 그러니까 총 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는데, 연도로 따지자면 1948년, 1956년, 1967년, 1973년이 그것이다. 이 모두 이스라엘 대 중동, 사실상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인정하는 바이다. 작금의 상황에도 미국 의회의 친이스라엘 세력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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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지역도 평화의 무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1992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통해 각자 영토를 상호 인정하고, 단계적 계획에 의해 이스라엘 군을 철수하는 등의 내용을 협의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1995년 이스라엘 라빈 총리가 이스라엘 극우파에 의해 암살되고, 1996년 하마스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고, 1996년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라는 걸출한 극우파 인물이 당선되면 협의는 물 건너갔다. 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와 아랍의 봄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을 혁명으로 몰아내고 등장한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 줄여서 MB라 한다…응?)에 있다. 이 무슬림형제단은 이름에서부터 풍겨오는 느낌과 같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다. 따라서 급진적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거주한다는 강경파 하마스와 그 궤를 같이하여, MB의 이집트 집권 후 국경이 맞닿아있는 이 둘은 급격히 교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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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아이러니는 시작되는데, 기존 무바라크가 집권하던 이집트는 외교적으로 친미, 친이스라엘 정책을 유지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입장에선, 비록 독재를 하지만 안정적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이 무바라크가, 재스민 혁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게 또 무슬림형제단이란 강경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집권하게 되고, 다시 이 무슬림형제단은 팔레스타인의 강경파인 하마스와 연대하기 시작하니 이스라엘 입장에선 불안하기 짝이 없어지는 형국이었다. 결국 무바라크를 축출한 무슬림형제단 출신 국민영웅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1년 만에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고 만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군사쿠데타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워싱턴에 이집트 군사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로비를 펼친다. 이유는 이집트 군부가 의심할 바 없이 이스라엘에게 가장 안정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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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한 가지만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아랍지역 각국 간의 관계는 거미줄과 같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각국의 이익에 맞게 시간에 따라 치밀하게 움직인다. 이집트의 독재세력이 시민혁명에 의해 무너지고, 다시 그 세워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는 사건들을 보다 보면, 과연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논리적으로 외세의 영향 없이 이루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된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국내 정치적인 상황도, 어디까지나 외부의 후원자에 의해, 그 후원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남북관계에 있어 국제정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그저 남북 자체적으로만 바라보자는 일부 나이브한 관점이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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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랍의 봄을 통해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북한 문제도 그러하다. 사실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적극 알려서 자생적으로 무너지게 하거나, 그러면 안 되겠지만, 국제연대를 통해 직접적 타격을 가해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김씨 정권이 무너지면, 그 이후는 어떠한 세계가 도래할 것인가. 정말 남북 간에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껴안을 수만 있을 것인가. 이 책에서 다뤄지는 중동국가들은 대부분 국민소득 1만 불 대, 못해도 4천 불 대로, 북한보다 한참은 살만한 나라들이다. 그러면 경제력 규모가 수십 배 차이나는 남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귀리죽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면 부자라는 개념의 북한 사람들, 자가용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이 우리가 자가 비행기를 소유한다는 수준의 부라 생각하는 동포들의 정신적 박탈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북한 정권 몰락 후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영토를 분할할 것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작금의 이라크나 시리아의 상황을 보면, 그 해방구를 찾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의 연속은 암울한 미래만 예측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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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암울하다고 하여 그냥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리 앞에 이미 존재하는 미래이며,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계획하고 대처해 나갈 것인가, 결국 이 해결책은 객관화된 현실인식, 그리고 철저한 분석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저 이념에 사로잡힌 당위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의 독후감을 마친다. 중동은 붕괴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북한은 붕괴될 것인가? 그러면 그 붕괴 이후,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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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en.wikipedia.org/wiki/Mohammed_Ayoob

매거진의 이전글 공간의 가치, 박성식 지음, 유록출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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