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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Sep 20. 2017

프로젝트의 관리: 출근길 잡상

프로젝트란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단기적 개념으로, 투입한 리소스를 통해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투입 리소스 대비 조금 더 높은 이익을 보고자 노력하는데, 여기서 창의가 나오고 혁신이 나오게 된다. 어떻게 해도 아웃풋이 같다면, 그러니까 임금이나 이익의 변화가 없다면, 굳이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원가혁신 등의 개념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그냥 시간만 때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여하튼 프로젝트라 함은 언제나 그렇게 장밋빛 미래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고, 때론 공정관리, 자재관리, 등을 잘 못하여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딱히 누구 하나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이유 때문일 수 있다. 문제는 경쟁자가 존재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아무리 혁신과 창의를 통해서 이익을 보더라도 그 수준은 maximum 30-40% 수준인데, 상황이 좋지 않아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10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로 보자면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미분양, 미입주 리스크로 인해 착공하지 못한 부지에 따른 PF에 대한 금융비용, 혹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공기를 맞추지 못해 발생하는 지체보상금, 그에 따른 간접비의 증가 등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의 비용은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직접비 중에 재료비만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아이폰이라 함은 그 아이폰에 들어간 액정이나 반도체 등을 생각하지, 그 아이폰이 만들어지기까지 투입되는 조립 인력, 연구인력, 관세 및 제세금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이러한 직접비보다 간접비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상당한데, 단적으로 덴마크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만 해도 25%인데, 이쯤 되면 아무리 창의와 혁신을 통해 프로젝트 비용을 줄여도 부가세가 0%인 카타르와 같은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과 같은 나라는 노동법 상 외국기업이 직원을 고용 시 임금 총합 또는 고용인원 총합의 2/3를 현지인으로 두어야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러한 법체계는 간접 인원을 증가시킬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당 국가의 노무 및 세무제도 등을 파악하는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필수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프로젝트의 손실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가. 먼저 프로젝트의 손실을 이야기하기 앞서, 프로젝트의 비용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건물을 하나 올리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여기엔 먼저 언급한 바와 같이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비는 또 재료비 노무비 경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분류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다. 그러니까 건물에 투입되는 콘크리트나 철근, 하수도관이나 창문 같은 것은 이 재료비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철근을 조립하고 창문 따위를 설치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노무비.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위해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펌프카나 레디믹서트럭, 철근을 가공하기 위한 벤딩머신 등에 투입되는 구입비 혹은 임대비, 그리고 유류비나 유지보수비 등은 경비로 구분될 것이다. 이러한 직접비 중에 재료비의 경우에는 프로젝트의 기간이 짧아지거나 늘어나도 그다지 프로젝트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차피 높이와 넓이는 정해져 있는 것이고, 특별히 유통기한이 정해진 유기물이 아니면 두배 세배로 재료가 들어갈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비와 경비는 조금 그 성격이 상이하다. 프로젝트 관리에 따른 시간 의존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프로젝트는 시작하기 앞서 금액을 산출하기 위해 사람들은 히스토그램을 그리곤 하는데, 여기서 이 출력인원의 히스토그램, 투입장비의 히스토그램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 히스토그램의 시간을 나타내는 가로축과 출력인원을 나타내는 세로축을 곱하면 그 면적이 바로 비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나거나 투입인원 및 장비가 늘어나면 비용은 증가되기 마련이다. 이게 언뜻 보면 말인지 방구인지 별 당연한 말과 같이 들리겠지만, 공정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여기서 constraints와 relation의 개념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니까 어느 발전소에 주기기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그 foundation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해당 터빈은 설치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뭐 큰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발전소 터빈은 개당 500억 원이 넘기도 하고 지멘스나 GE와 같이 소수의 플레이어가 독과점하는 시장이라 다 만들어진 후 설치가 늦어지면 그에 따른 비용도 상당히 발생한다. 혹여나 현장에 가져다 놓은 후 설치가 오랜 기간 되지 않으면 기계적 결함이 발생할 여지도 존재하게 된다. 발전소 지하에는 수많은 상하수도 관과 전기관 트렌치 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미리 공사하지 않으면 나중에 터빈이나 대구경 파이프 등을 공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게 이런 사유로 공기가 늦어지기 시작하면 발주자-시공사 간의 지체보상금 문제도 문제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투입될 인원 혹은 장비의 대기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치명적이다.


중동을 비롯한 해외건설공사가 한국의 프로젝트에 비해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과 같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고 인력과 장비가 많은 나라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용직 근로자 분들께 출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고, 일단위 임대장비를 임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동과 같은 해외 PJ의 경우는 방글라나 파키스탄과 같은 곳에서 온 인력들을 집에 가라고 할 수도 없으며, 사막 한가운데서 장지를 디모빌 할 경우 그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저 대기할 수밖에. 그 대기시간에도 노무자를 위한 숙소는 제공해야 하고 밥은 드려야 한다. 시간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나중에 늦어진 공기를 따라잡기 위해 리소스의 투입을 늘리게 되는데, 이 경우 그 당초 계획한 인원 장비 히스토그램의 세로축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 인력에 대한 숙소를 더 늘려야 하기도 하고, 장비를 관리하기 위한 간접 인원 및 부지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해외건설공사 프로젝트 관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인식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렇게 복잡한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명석한 두뇌도 필요하지만 경험을 통한 lessons learned도 중요하다. 아울러 처음부터 공정관리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가관리를 철저히 하여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차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조합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니징이고 디렉팅이다. 관리하고 지휘하고 총괄하는 일. 하지만 꽤나 많은 분들이 이 매니저와 디렉터의 역할을 좀 혼돈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영업력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고 할까. 물론 영업력이 뛰어난 기술직 매니저나 디렉터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연과 지연 등으로 점철된 그 영업력이라는 요상스런 힘은 한국사회 및 회사에서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간 성장기 사회에서는 발주자-원도급-하도급이 모두 과실을 가져갈 수 있었기에,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사회는 복잡해지고, 각종 클레임 및 소송이 많아지는 고도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면, 프로젝트 관리도 조금 더 고차원으로 취급되어야 하며,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경사진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schedule-planning-startup-launching-7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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