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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7. 2022

훌륭한 창업주, 위대한 경영자

빌게이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많은 사람들은 훌륭한 창업주에 대해 칭송한다.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와 같은 창업주들이 그러하다. 나 역시 과거에는 그런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 낸 창업주들을 좋아했고, 닮아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이 창업주들의 후임 경영자들을 보면 그 성과가 탁월한 경우가 많이 있다. 먼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경영하고 있는 팀 쿡, 그가 애플을 경영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애플의 기업가치는 10배 이상 상승했다. 창의력의 끝판왕이었던 스티브잡스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경영을 하는 팀 쿡은, 산업공학 전공자답게 그 큰 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매우 효율적으로 개조했다.


거기다 부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100% 이상의 괴물같은 ROE를 만들어냈고, 애플와치나 에어팟과 같은 혁신적이면서 안정적인 제품도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M1 실리콘이라는 지난 수십 년간의 인텔 레거시를 파괴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했다. 애플은 현재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인데, 이렇게 큰 대기업을 과연 스티브잡스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을까 의문해보면, 답은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평가받는 창업주 빌게이츠가 존재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훌륭한 후임 경영자 덕분에 기업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MS의 최고경영자는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인데, 이 분 역시 기업경영을 매우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지난 분기 기업실적은 실로 역대급이다.


https://youtu.be/XYoot2GoiqM


매출액은 역대 분기매출 최대인 50 bUSD를 가뿐하게 넘었으며, 이 와중에 영업이익은 42%에 이른다. 사업군도 탄탄하다. 먼저 오피스 365를 필두로 하는 생산성 비즈니스 그룹군, Azure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클라우드 그룹군, 그리고 가장 전통적인 윈도우, 엑스박스, 서피스 등으로 구성된 퍼스널컴퓨팅 그룹군, 총 3개 그룹군이 유사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가지고 서로 경쟁을 해 나가고 있다.


여기서 가장 미래가 밝은 그룹군은 물론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는 클라우드 그룹군이지만, IT 속에서 레거시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오피스나 윈도우를 가지고 우상향의 매출과 이익률을 보여주는 것 역시 놀라운 수준이다. 나도 요즘 일을 할 때 MS Teams를 통해 거의 15분, 30분 단위 일정으로 미팅을 하고 업무를 하고 있는데, 맥OS에 더 훌륭하게 정착한 MS의 프로그램들까지 생각하면 그 유연한 경영방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AMD의 리사수 역시 훌륭한 경영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리사수는 MIT 출신 엔지니어였는데, 강한 도전정신과 경영능력으로 쓰러져 가는 AMD를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그녀는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GPU 시장에서 라데온을 안착시켰고, 콘솔게임기 시장에서 통합형 칩셋을 개발하여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에 APU를 납품하여 7년 만에 흑자전환을 성공시켰다.


현재는 클라우드 시장은 물론 PC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으며, 차세대 반도체인 FPGA의 리딩 회사 자일링스 인수까지 성공하며 경쟁사인 인텔의 시가총액을 위협해 나가고 있다.


훌륭한 창업주는 물론 그 놀라운 창의력과 카리스마로 시장에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간혹 키맨 리스크로 작용하여 회사 운영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워낙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험이 있는지라,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사고를 이해하기 어려우며, 소통의 부재는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면 이미 훌륭한 회사를 이뤄놓은 창업주의 발판 위에 들어 선 후임 경영자의 역량이 뛰어날 경우, 후임 경영자는 창업주가 미처 챙기지 못한 재무적, 산업공학적, ESG 등의 역량을 펼쳐나가며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상기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의 경우 창업주의 자녀에게 회사 경영을 물려주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기존 구성원들과 꾸준한 유대감을 가지고 검증된 능력을 가진 직원들 중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위대한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조선시대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녀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가지고 간다면 구성원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코스피 및 코스닥 시가총액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창업주들이 많이 등장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셀트리온 등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디 이런 훌륭한 창업주들의 회사를 위대한 후임 경영자가 잘 이끌어나갈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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