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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Feb 02. 2016

기본소득 40만 원? 정말 가능한 거야?

녹색당 기본소득 40만 원 공약에 대한 소고

녹색당에서 기본소득 40만 원을 걸고 나왔습니다. 이게 그냥 남한 인구의 약 10%밖에 안 되는 핀란드라는 복지국가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식의 억지인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조금 알아보았습니다. (녹색당 자료 링크 참조 : www.kgreens.org/?post_type=news&p=7255)


먼저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핀란드는 현 집권여당이 중도우파인 성향으로, 이는 진보적인 의제인지 보수적인 의제인지 그 성향을 가리기는 어려운 주제임을 감안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핀란드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아래 허핑턴 포스트에서 지난 12월에 잘 다뤄준 바가 있습니다. 요지는 다양한 복지체제로 핀란드는 현재 실업자 및 취약계층에 지출하는 예산이 상당하고, 차별적 복지 배분에 따른 과도한 공무원 숫자로 재정이 지출되니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취지입니다. 즉, 복지가 충분히 선진화된 핀란드에서는 이 기본소득은 다소 우파적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www.huffingtonpost.kr/2015/12/07/story_n_8736722.html)  


핀란드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는 44.1%, 우리나라는 26.8%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세금을 거의 절반밖에 부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핀란드같이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하자면 정확히 지금의 두배 가량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녹색당 자료를 보면 여기까지는 동의를 한 바입니다.

'OECD 주요국의 조세체계 비교분석, 한국지방세 연구원 ' 참조


녹색당은 우선 2017년, 그러니까 내년까지 ‘불로소득 과세,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으로 무려 65조 원의 세금을 걷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산낭비 근절, 세출개혁’으로 30조 원, ‘기초연금 예산 통합’으로 10조 원, 그래서 우선 105조 원을 모아 ‘청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에게 매월 4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매월 40만 원이면 연간 480만 원, 상기 언급한 계층을 2천만 명이라고 치면, 대략 96조 원이니 큰 틀에서는 일단 맞습니다. (105조 원>96조 원) 그런데 이게 단기간, 그러니까 2017년까지 실현 가능하냐는 게 문제입니다.

출처 : 녹색당 홈페이지


‘예산낭비 근절, 세출개혁’, 이렇게 다소 애매한 문구를 저는 선호하지 않는데, 이 말은 아마도 곧 빈둥빈둥 놀고 있는 공무원의 숫자를 줄인다는 말일 것입니다. 지금 정부도 나름대로 예산낭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찌 국회의 당이 한번 바뀐다고 해서 없던 30조 원이 불쑥 1년 만에 튀어나오겠습니까. 앞서 언급한 30조 원이면 공무원 30만 명 정도는 감원해야 마련할만한 예산일 것입니다. (공무원 연봉 및 기타 복리후생을 잡아 인당 1억 원이라 치면 1억 원*300,000명 = 30조 원) 우리나라 공무원 숫자가 대략 백만 명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공약대로라면 1/3 가량은 내년에 해고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불로소득 과세,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이건 아마 재산세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세 세원별 현황을 보면, 소득 과세가 45.4%, 소비과세가 45.7%, 재산세는 고작 4.7%,  그중에서 증권거래세, 인지세 등을 제외한 상속세, 증여세, 종부세는 고작 2.6%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2013년 기준 전체 국세 202조 원에서 5조 원. 

'OECD 주요국의 조세체계 비교분석, 한국지방세 연구원 ' 참조


물론 지방세로 가면 재산세의 보할 이 조금 더 커지긴 하지만, 그것도 재산세, 주민세 해서 8조 원 남짓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13조 원의 이 ‘불로소득 과세, 부동산 보유세’를 단 1년 만에 65조 원으로 늘린다는 말 인데요. 당장 그런 법령이 발표된다면 아마 저기 저 중남미의 바하마 군도나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에 한국지사가 너나없이 생겨나며 국내 자산이 송두리째 이동할 것입니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사회의 형평성을 위해서 재산세율, 상속세율 등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이러하게 1년 만에 급진적(500%)으로 올려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몽상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결국 녹색당의 기본소득 정책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글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일방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반대하는 바는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소득 정책은 어찌 보면 작은 정부를 지향한 효율적 자본주의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현재와 같이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빈곤율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저번 주에도 1호선 종로역 전철 안에서 노숙자 아저씨가 칼을 휘둘러서 출근길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돈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다 같은 사람인데, 어느 정도 살만한 환경을 갖추게 해 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접근 방식에서 너무 나이브하지 않게, 조금은 bottom-up 방식으로 디테일하게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수천 년의 인류문명은 사람 위에 사람 있는 중상주의 경제에서 생활했고, 단지 요 200년 동안 자본주의 및 사회주의 경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미국이 소련을 이겼다고 자본주의 ‘승’, 사회주의 ‘패’, 이건 아닙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저 북유럽의 정치 경제체제는 사회민주주의가 그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고, 점점 그 틈새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소득 정책과 같이 혁신적인 생각도 점점 논의되어 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기원합니다.


배경 사진 출처 : Clouds are howering over the Finnish capital Helsinki, with the Finnish flag on a boat almost hanging half-mast, Helsinki, Finland.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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