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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Feb 27. 2016

서울의 아파트,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용적률과 건폐율을 통해 바라본 서울과 유럽의 아파트 비교

가끔 서울은 아파트밖에 없어 미관을 해친다, 험악해 보인다 그런 말들을 합니다. 유럽 같은데 가면 3-4층 옹기종기 건물들이 모여 이쁜데, 서울은 왜 이러냐고 하지요. 여기까진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아파트 때문에 환경도 망친다. 서울만 아파트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 하는 것까지 나아가면 고건 아니라고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용적률과 건폐율을 고려해서 짓게 됩니다. 그러니까 100평 땅에 20평짜리 건물을 올린다고 한다면, 여기서 건폐율은 20%입니다. 건평은 1층 만의 면적을 가리키며, 대지에서 건물이 해당하는 면적 비율을 건폐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1층이 아니고 2층이라면, 건폐율은 여전히 20%입니다. 여기서부터 연면적 개념이 들어가는데, 각 층의 면적을 합쳐서 대지와의 비교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100평짜리 대지에 20평짜리 2층 주택이 있다고 하면, 연면적은 40평이
고 용적률은 40%인 것입니다. 3층이면 60%, 5층이면 100%이겠지요.

(출처 : 중앙엔지니어링 홈페이지, www.jungangeng.co.kr/xe/page_xpvK53)


용적률과 건폐율의 관점에서 서울의 공덕래미안과 코펜하겐의 주택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공덕래미안은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건물을 차지하는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녹지입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아파트 검색만 하면 나오는 게 이 용적률과 건폐율인데, 공덕래미안의 경우 용적률은 228%, 건폐율은 14%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건물 면적만 보자면 100평 땅에 14평짜리 조그마한 집을 지었다는 뜻이지요. 이쯤되면 꽤 친환경적인 구조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최근 아파트 트렌드는 건물을 제외한 토지의 대부분은 녹지입니다. 건물을 고려한다고 해도 하나의 공원개념이지요.


다음은 코펜하겐의 도심지 어느 주택가 사진입니다. 아마도 100년도 더 전에 지어진 4층짜리 건물들입니다. 물론, 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옹기종기하고 아기자기하지요. 그런데 여기 사는 사람들도 그 쾌적함을 느낄까요?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건폐율은 가히 80%에 육박해 보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안뜰이 조그마하게 있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입니다. 건폐율이 80%라면 이게 4층짜리 건물로 가정하면 용적률은 320%가 됩니다.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스트뢰게 거리 조금 위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공덕래미안의 용적률이 228%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코펜하겐 어느 주택의 용적률 추정치는 320%입니다. 이게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냐면 단위면적당 인구밀도, 즉 주택면적이 같다면 가구의 숫자도 코펜하겐 저 주택가보다 공덕래미안이 더 적다는 것을 뜻합니다. 같은 면적에 더 큰 용적률이라면 그 동네에 사람이 더 많이 사는 것이고, 이는 삶의 쾌적함에서 점점 멀어져 가게 됩니다. 주차도 힘들어지고, 쓰레기도 더 많이 발생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물론, 공덕래미안 30평대 아파트 가격이나 코펜하겐 시내 30평대 주택이나 가격은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따지고 들자면 오히려 코펜하겐의 주택이 더 비싸겠지요.
"그런데 왜 코펜하겐이 서울보다 공기가 좋지요?" 하고 물으신다면 그건 공원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만 따지고 보면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더 여건은 좋은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코펜하겐을 파리나 런던으로 옮겨도 비슷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가면 정말 극악의 아파트 값이 나옵니다. 물론 렌트비도 상상을 초월하지요.

여러분은 같은 가격이라면 어느 사진에서 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그냥 공덕래미안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녹색의 저 푸르름, 그리고 인테리어 및 지하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국제뉴스, news.joins.com/article/19573009)


서울의 집값은 우리의 소득에 비해서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건 여느 대도시에나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누군가의 음모로 폭리를 취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시장논리라는 것입니다. 코펜하겐도 시내가 저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지 교외로 나가면 동화에나 나올법한 2층짜리 단독주택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트레인으로 한 시간가량 출퇴근은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도 그러합니다. 비싼 아파트가 싫으면(못 산다면) 서울에 안 살면 됩니다. 평촌으로, 시흥으로, 남양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기 수준에서 저 공덕래미안 같은 쾌적함을 느끼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의 경우에도 육아를 하는 입장이라, 복잡한 서울보다는 인근 신도시에서 사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헬이니 뭐니 이름을 붙여가며 한탄만 해야 할까요. 집값이 높아진다고 아쉬워할 수는 있지만 굳이 비관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비관론에 편승해서 서울의 집값은 거품이고, 필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떠벌이며 책 팔아서 돈을 버는 분들이 계시는데, 조금 안타깝습니다. 아마 서울에 20~30층짜리 아파트가 아닌 기존 4-5층의 연립주택들이 난립한다면 환경 악화와 주거난은 더 심해지면서도 집값은 더욱 오를 것입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인구 천만명이 같이 이 좁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서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D

언젠가 내 집도 생기겠지 하는 희망을 품으며... 끝


*배경 사진 출처 : pixabay.com/ko (USAGI_POST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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