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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13. 2016

적당히 싸가지 없을 필요

서로 윈윈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생각하나

얼마전 아내가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 친구를 데리고 길을 가다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합니다. 이 친구아이는 좀 기가 쎈 우리아이완 다르게 유순한 편인데, 짝꿍이라는 다른 아이 엄마가 길에서 대뜸 

"너 우리 애한테 반찬국물 흘린 애가 너지?! 공책도 막 바꾸고!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아줌마가 가만 안둔다!" 

이랬다는 것입니다. (물론 큰아이 친구 얘길 들어보면 사실관계는 상이했습니다) 


거 참 학교 들어간 지 열흘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 무슨 경우없는 일인가 싶었지요. 원래 필자는 애들 사회에 어른은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의 말만 듣고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뿐더러, 갈등은 자기가 풀어 나가야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해결능력을 키울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힘 쎈 어른이 끼어들어 내 아이 하나 기 세워줄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 다음날 부터 그 아이 주변은 애들이 멀리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아이는 주도적으로 관계를 만들고 푸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큰 아이에게는 이러한 일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앞으론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가 쎈 이놈을 다른 학부모들도 그닥 상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놀이터에서 가끔 보면 우리 큰 애는 어른이 뭐라고 혼을 내도, 그 원인은 나에게 있지 않고 저 아이가 먼저 괴롭혀서 한 정당한 행위임을 따박따박 말하곤 합니다. 간혹 이러한 큰 아이의 성격이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미움을 살까봐 제 아내는 걱정하곤 하지만, 저는 적당히 싸가지 없음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냥 두라고 합니다. 그러나 예의는 바르게 가르쳐야 하고요.




학교 다닐 때 보면 유독 어여쁜 여자애들의 성격은 보통 차가운 편이었습니다.(남녀차별은 아닌데 우리나라에선 대체로 여자들의 경우 그 경향성이 더 뚜렷하다는 말입니다) 주변에서 저 애는 얼굴은 이쁜데 싸가지가 없단 말을 종종 하는데, 저는 어느정도 그게 자기를 지키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기가 많은 경우, 기숙사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고백을 받는 둥,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별 날파리같은 잡놈들이 꼬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있는 애들은 인생이 겁나 피곤해지기 때문입니다. 선배가 영화를 보자고 해도, 남자인 친구가 같이 술을 먹자고 해도, 길거리에서 모르는 남자가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단호박같이 선을 그을 수 있는 적당한 싸가지가 필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애초에 미련이 요만큼도 남지 않게 말이지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처음 본 여자에게 적용하면 곤란합니다. 물론 태양의 후예급 여신을 보면 정신차리기 힘들긴 하겠지만요. ㅠ (출처 : KBS태양의 후예)


회사생활 하면서도 종종 저 직원은 일은 잘하는데 좀 싸가지 없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면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해줍니다. 

회사서 일을 잘하면 됐지,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태도를 가지고 뭐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고. 

사람이 혼내려면 일을 가지고 깨야지, 태도같이 주관적인 잣대로 혼을 내면 피차 피곤해 집니다. 조언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말이지요. 뭐 윗사람에게 인사를 잘 안하거나, 일을 시켰는데 안한다고 하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헌데 직속상관도 아닌데 막 일을 하나 둘 씩 넘긴다면 단호박같이 끊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사람 컴플렉스때문에 이것저것 다 짊어지다가 나중에 내 일도 제대로 못하고 넘겨 준 일도 못하겠다고 빵 터뜨리기보다는 처음부터 이건 좀 안되겠다고. 필요하시다면 우리 직속상관인 차장님께 말씀하시면 제가 하겠다고. 뭐 이런 정도의 코멘트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의바르면서도 적당한 싸가지 없음은 같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장유유서. 좋습니다. 그치만 나이를 조금 혹은 많이 더 먹었다고 합리적인 대화를 싸가지 없다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친구 엄마라고, 선생님이라고, 학교 선배라고, 회사 선배라고 그냥 암말이나 막 던져대는 분들께는 적당히 싸가지 없게 대답을 해드리는 게 미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경사진 출처 : unsplash.com/photos/j4PaE7E2_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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