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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22. 2016

겉만 보고 판단하면 저지를 수 있는 오류

일반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서 합리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가끔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데로 여행 다녀온 분들은 금문교(Golden Gate Bridge)와 양화대교를 비교하며 혀를 차곤 합니다. 왜 미국은 다리 하나를 만드는 데도 저렇게 길고 매끈한 현수교를 만드는데, 우리는 양화대교나 당산철교같이 교각이 따닥따닥 붙은 촌스런 교량을 만드냐고. 샌프란시스코는 항구고, 서울은 내륙도시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척의 배가 다니는 샌프란시스코와 유람선 한 대 홀연히 떠다니는 서울은 근본적으로 도시의 기능이 다릅니다. 현수교의 공사비가 일반교량의 1.5-2배가량 든다고 가정하면, 샌프란시스코의 현수교는 피치 못한 선택이고, 서울의 일반교량은 합리적인 선택인 것입니다. 물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교량을 지으면 좋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짓는 이 교량은 어느 정도 사치를 부리지 않고 용도와 목적에 맞게끔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릿지나,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도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교량은 대부분 항구도시에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여수라는 항구도시에도 이순신대교라는 아름다운 현수교가 존재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본 글의 배경 사진입니다 :D)


금문교가 아름답긴 합니다만...




덴마크나 네덜란드에 다녀온 분이라면 그 많은 자전거 행렬을 보며 깜짝 놀란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며,

'아, 유럽의 선진 국민들은 환경을 사랑하고 건강을 생각하여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맨~ 차만 좋아하고 게을러서, 우리도 다 자전거를 타는 문화로 바꿔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곤란합니다.


덴마크의 경우를 보면 최고봉(?)인 몰레회이(Mollehøj) 언덕도 170m 정도에 불과합니다. 남산보다도 100m가 낮습니다. 국토 어딜 가도 평지란 말입니다. (참고로 남한 최고봉 지리산 천왕봉은 해발 1,915m입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중강진보다 높은 북위 55도지만 1월 평균기온이 영상(+)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660mm 정도인데 1년에 약 160일가량 비가 내리지요. 그러니까 비가 자주 오긴 하지만 내려도 4-5mm 안팎이니 맞으면서 다닐만합니다. 그냥 자전거 타기 최적의 자연인 셈이지요. 아울러 자동차세가 180%입니다. 180%면 대략 3천만 원짜리 소나타를 산다 하면 세금만 5천만 원가량됩니다. 국회의원도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요론 거에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올해부터는 세율을 180%에서 150%로 내린다고는 합니다. 경차는 105%)  


우리나라를 봅시다. 서대문구 홍제동 현대아파트에서 홍대 앞까지 거리는 약 5km 정도밖에 안됩니다. 요고, 자전거 타고 통학하려는 비현실적인 학생이 있을까요? 홍제동 아파트들은 단지 안에서도 경사 구배가 10%가 훌쩍 넘습니다. 보통 도로 경사 7%만 돼도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기 힘듭니다. 홍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울의 학교들은요? 얼핏 생각만 해도 홍익대, 중앙대, 상명대, 한양대, 서강대, 모두들 극악의 경사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여름에 폭우도 많이 옵니다. 태풍에 장마에. 겨울은 어떠한가요? 눈이라도 한번 내리고 녹지 않으면 자전거는 베란다에서 고이 잠자고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 등 취득세? 10%도 채 안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지 않아서 자전거를 덜 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자전거는 그냥 취미생활밖에 될 수 없는 환경인 것이고, 자동차가 출퇴근용으로 합리적인 선택인 것입니다. 아무리 유럽처럼 자전거도로를 덕지덕지 깔아봤자 고걸로 출퇴근은 불가한 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고런 거 깡그리 무시하고 유럽 출장 한 일주일 다녀온 몇몇 공무원들이 지천에 자전거도로를 깔아놓은 걸 보면 증발한 세금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코펜하겐의 풍경... 서울로 옮겨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하면 안 됩니다.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자면 어떠한 정보를 듣고 쉽게 화를 낼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쉽게 흥분하지 말고 정치든 경제든 어떤 사안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팔랑거리는 귀를 차분히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은 도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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