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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Feb 07. 2016

중앙은행과 금융위기에 대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를 통해 바라본 거시경제

먼저 필자는 공대를 나온 회사원으로 경제학이라곤 학부 때 맨큐의 경제학 2 학점 들은 게 전부임을 알려드립니다. 본 글은 美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 씨가 쓴 책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를 읽으며 느낀 바를  풀어쓴 것입니다. 좋은 책이란 소문이 많아 별 큰 생각 없이 산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가르침을 준 책입니다.


사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가벼운 책이고,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집이라 처음엔 기대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이건 빨간펜으로 그어가며 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앙은행과 금융위기의 교과서적인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그러니까 이 책에서 논하는 중앙은행과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나 뉴스는 보통 사람으로선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게 상대성 이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자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자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이건 뒤도 안 돌아보고 답은 ‘미국’ 일 것입니다. 혹자는 인당 GDP가 가장 높은 노르웨이나 카타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미국이나 노르웨이나 전체 GDP가 높거나 인당 GDP가 높은 것이란 인식은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GDP를 잘 따져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의 개념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는 누구인가요? 동네에 10층짜리 빌딩 정도는 있고, 집에 자산이 100억 정도는 있는 사람이 부자 아닌가요? 헌데 GDP란 돈을 쌓아 놓는 개념이 아닌, 돌고 있는 개념입니다. 금은보화를 많이 쌓아둔 나라가 부자라는 이야기는 예전 중상주의, 그러니까 영국이나 스페인이 아메리카 가서 금은보화를 많이 가져와서 곳간에 쌓아둘 때는 적어도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헌데 지금은 자본주의,  그때와는 경제가 많이 다릅니다.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의 준말로서 한 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즉, 우리나라 GDP가 1,000 조원이라 하면, 우리나라에 돈이 이만큼 있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동안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1조 원이라는 것입니다.

연방준비은행,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도 딱히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돈을 찍어내긴 내는 데고, ‘은행의 은행’ 인건 알겠는데, 이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에 뭐가 그리 중요한 존재란 말인지요. 책의 저자이자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이었던 버냉키는 중앙은행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합니다.


1. 거시경제 안정 – 통화정책 (금리 인상/인하 실시)
2. 금융안정 – 유동성 제공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단기 대출 실시 - 최종 대부자 역할 수행)


거시경제 안정이라 하면 너무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연준(연방준비위원회)은 연 2%대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합니다. 너무 많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발생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예를 들어 2006년에 인천 송도에 30평짜리 아파트를 5억에 구매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은 월소득이 400만 원이라 100만 원 정도는 대출금 및 이자를 갚을 수 있지 싶어서 3억을 대출로 집을 샀습니다. 헌데 2008년 경제위기를 통한 디플레이션의 발생으로 아파트 값이 3억으로 폭락했습니다. 여태 이자만 갚고 원금은 갚지도 않은 상황인데 집값은 온전히 빚이 된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실업률도 높아져서 해고당해 월급여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앞이 깜깜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을 우리는 하우스푸어라 합니다. 이걸 무리하게 대출 끼고 집을 산 그 가장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당해도 싸다고 매도하면 그만일까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가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경제활동에 대해 책임지고 파산하라고 하는 사고방식이 ‘청산 이론; Liquidationist theory’라고 합니다. 예컨대 IMF 때 공적자금으로 살린 다수의 기업들, 2008년 경제위기 때 연준이 살린 AIG나 자동차 기업들을 뭣하러 살리냐는 것입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한 만큼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지요. 헌데 거시경제 사회에서는 그게 그리 간단한 이슈는 아닙니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순식간에 폭삭 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기 인천 송도 상황을 단순화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디플레이션 -> 개인도산 -> 뱅크런 -> 은행 파산 -> 기업 파산 -> 실업률 상승 -> 해고 계속 -> 은행과 기업의 추가 도산 -> 나라의 존망
(물론 지극히 단순화한 논리입니다. 현실은 많이 더 복잡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굳이 언급을 안 해도 될듯합니다. 아파트 값이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 원씩 오르고, 버스비가 자고 일어나면 몇백 원씩 오른다면 정말 앞이 깜깜하지 않습니까. 초인플레이션으로 이발하러 갈 때 수레에 돈더미를 들고 가야 한다는 백 년 전 독일, 현재의 짐바브웨 모습도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논리로 그 큰 기업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살려주는 건 온당치 못하지만, 충분한 우량자산이 있다면 단기적 대출을 통해 살려줘야 할 것입니다. 버냉키에 따르면 지난 금융위기에서 충분한 우량자산이 있었던 회사가 AIG였고, 그렇지 못한 회사가 리먼브라더스였습니다. 그런 회사를 가려내는 것이 미 재무부의 스트레스  테스트이지요.

신문 경제면에 요 몇 년간 제일 많이 오르내린 단어가 아마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오묘한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마 1~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게 정말 연준이 돈을 헬리콥터처럼 찍어내서 뿌리는 것인지, 뿌리면 대체 어디서 뿌리는 것인 것. 연준과 재무부의 관계는 도통 어떤 관계인지. 왼쪽 주머니에서 꺼내서 오른쪽 주머니로 가는 게 아닌지.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알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세계경제의 전반, 미국이며 유럽이며 일본이며 다들 요 몇 년간 하고 있는 일입니다. 금리라는 도구의 끝에서, 통화량이란 새로운 도구를 발견해낸 셈이지요.

간혹 이러한 경제,  그중에서도 우리 생활과 그다지 상관없는 거시경제에 대해 뭐 그리 관심이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고도화된 사회, 가정경제 하나만을 이끌어 가려고 해도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는 필요해 보입니다. 가공이긴 하지만, 상기 언급한 인천 송도의 가장은 되지 말아야 하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필자는 해외 건설부문에 종사하고 있는데, 결국 해외 건설부문도 각국 정부 예산을 두고 마케팅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조금 더 그들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들의 상황을 알아야 그들의 원하는 바;Needs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닙니까.

여하튼 이 책은 보통사람들에게 중앙은행과 금융위기를 이해하는데 교과서로 쓰일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금융위기 대처에 대한 조금 더 역동적인 내러티브를 보고 싶다면 美재무장관이었던 티모시 가이트너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천합니다. 물론 미국인이 아니고 경제 비전문가에겐 조금은 버거운 책입니다. 이 버냉키 책의 역자는 김홍범, 나원준 교수, 경제학 교수분들인데, 역시 경제학 책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번역하는 게 답이라고 봅니다. 전문가는 전문가입니다. 전문적인 분야에도 불구하고 나름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 이야기해준 Mr. 버냉키와 두 분 역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보냅니다.


주) 경제 비전공자가 쓴 글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오류를 발견하시면 댓글을 통해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 벤 버냉키 지금 / 김홍범,나원준 옮김 /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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