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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02. 2016

직장에서 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얼마 전 저녁에 브런치 댓글을 통해 어느 분께서 상사에게 큰 실수를 했다며 고민상담을 해 왔습니다. (본인의 동의 하에 이하 주니어하삶, 시니어상사로 명기했습니다) 다 말하자면 너무 길어서 설명은 못하겠지만, 하삶씨의 잘못이고 그 상사 분은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상사 분이 평소 인간적으로 너무 잘 해 주셨는데, 많이 화가 나시고 서운해하신 것 같아 어쩔 줄을 몰라하는 상황이라 하셨습니다. 하삶씨는 상사에게 카카오톡으로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도 없고 답답해 힘들다는 고민을 토로해 왔습니다. 


고민을 듣고 저는 너무 그렇게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잘못한 일이라 생각되면 다음날 아침 간단한 마카롱 몇 개 정도 준비해서 미안하단 메모와 함께 사과를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직속 상사라면 여태 하삶씨를 계속 봐왔고 인간적으로 잘 해 주셨다면, 비록 큰 실수라 하더라도 잠시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그게 관계를 완전히 틀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삶씨는 생각해 보니 자신의 이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했습니다. 정말 상사에게 사과하고픈 진심보다 하삶씨 본인 마음의 불편함을 해결하고픈 의도가 더 컸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제가 딱히 대단한 조언을 한 것도 아닌데, 하삶씨는 스스로 안정을 되찾았고 다음날 아침에 그 상사와 좋게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은 항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빈도의 차이는 존재하지요. 이게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로 맺어지면 조금은 더 풀기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오늘만, 아니 내일만 볼 사이도 아니고, 몇 년은 같이 보낼 사이라면 너무 그렇게 빨리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이 어떤 실수를 하고 밤새 괴로워하며 그 사건 때문에 나를 안 좋게 볼까 봐 상사의 눈치를 겁나게 봅니다. (아, 이건 제가 그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D) 그렇지만 보통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한 행동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이 10개 중 9개를 잘하고 1개가 미흡하거나 맘에 안 든다면 보통은 그 9개에 집중하여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물론 그 1개에 집중하는 꼬장꼬장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사람은 멀리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세상엔 멀리해야 할만한 사람도 존재합니다.)


데일 카네기란 아저씨는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라’고 했다 합니다. 철학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이 ‘타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기인데, 가능하면 관계에 갈등이 발생하면 최대한 나의 시선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마치 천장에 내가 붙어있는 듯한 느낌으로 내려보며 나와 내 앞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복기해봐야 하지요. 나의 어떠한 말이, 어떠한 행동이 저 사람을 기분 나쁘게 했을까. 내가 상대방이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미안하다고 한다면 바로 받아들일 것인가. 타자의 시선과 시간의 흐름은 갈등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두 변수입니다. 물론 그걸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게 사람이지만... 저 또한 그러합니다.

이번 한 주 당신은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살았습니까. 가끔씩은 한가한 주말 아침에 브런치를 먹으며 타자의 입장에서 나와 나의 인간관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그 인관관계에 얽매이면, 고것도 심히 피곤한 일입니다. 인생,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만 맞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20점은… 여유로운 삶을 위해 흐르는 강물에 놓아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쯤에서 문득 떠오르는 책의 제목이 있네요. 작년 베스트셀러의 이름이었던 ‘미움받을 용기’, 용기를 내자!


사진출처 : unsplash.com/photos/k_RYBedEv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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