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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27. 2016

수평적 조직구성, 그리고 권한위임의 중요성

월급쟁이가 생각하는 이상적 조직의 형태에 대한 소고

서구권 선진업체들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물어본다면 저는 주저없이 수평적 조직구성;Flat organization과 권한위임;Delegation of power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 둘은 조직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수직적 조직구성, 그리고 연공서열에 의한 보고체계를 선호합니다.


먼저 수평적 조직구성을 한번 들여다 봅시다. 수평적 조직은 무엇인가? 예컨대 어느 조직에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렇게 다섯 명이 있고 조직의 장은 부장이라 가정합시다. 여기서 사원이 어떤 업무를 맡고 대리에게 보고하고, 그 대리는 또 과장에게, 과장은 차장에게, 최종적으로 차장은 부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이 수직적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입니다. 물론 일일이 다 그렇게 가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조직에 있어서는 적어도 중간단계의 관리층;Layers of middle management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보고가 이렇게 중간단계를 거치기 시작하면 초안을 만드는 사원급 직원은 책임감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그 사원이 무능하거나 일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어차피 제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봤자 과장님이 고치고, 차장님이 고치고, 그리고 그 위에서 난도질을 당할 게 뻔한데 굳이 처음 단계에 열을 쏟을 필요가 있냐는 합리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Layer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저기 저 중생대 지층이 보이네요...  (사진출처 : unsplash.com/photos/-BKkI_hy9PQ)


그렇다면 수평적 조직은 어떤 형태인가. 앞서 언급한 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이라면 팀장인 부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직접보고를 하는 식으로 굴러가는 팀입니다. 수평적 조직이 구성되려면 선행되어야 할 개념이 신뢰;trust입니다. 먼저 아무리 사원이라 할 지라도 같은 회사에 들어올 정도면 기본적으로 나와 능력은 비슷하다는 전제 하에 그가 하는 일의 결과물에 대해 신뢰를 해야 합니다. 경험의 차이가 있어 결과물이 예상치에 20%정도는 못 미친다는 생각은 당연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원이라 할 지라도, 본인이 지금 만드는 초안이 어쩌면 결재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 것입니다. 즉, 책임감;Responsibility이 생긴다는 말이지요. 자기 실력의 민 낯이 드러나기 때문에 더 잘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할 것이며, 옆에 과장님이나 차장님에게 오히려 자발적으로 물어보거나 검토를 요청할 것입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여러 직원의 아웃풋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제한된 시간과 목표를 잘 설정해 준다면 오히려 관리포인트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구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어느정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상장이 안 된 중견기업이라 할지라도 저 다섯명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수백명, 수천명의 조직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권한의 위임, 영어로 하자면 Delegation of power 혹은 Empowerment 정도가 되겠습니다.
권한위임도 어찌보면 수평적 조직구성과 그 바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경영진이 세부 조직의 장에게 최종결정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이게 보통의 회사의 경우 '전결권'이라는 개념으로 결재할 때 이루어 지는데, 꼭 전결권을 행사할만한 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만 필요한 개념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 공장이나 현장이라면 사원이나 대리에게도 주어져야할 권한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예컨대 만두공장에 다니는 어느 대리가 공장의 어느 섹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ㅂㅂㄱ 왕교자 만두 같이 겁나 많이 팔려서 야간작업까지 하며 생산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생산되던 이 만두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밤 중에 갑자기 고장났습니다. 이런 상황에 있어 권한위임의 정도에 따라 위기대처능력이 달라지게 됩니다. 만두공장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은 모두 공장의 유일한 관리자 이 대리 하나를 쳐다보고 있고, 권한위임을 받지 않은 대리라면 위에 과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왜? 보고가 중요하니까. 저녁에 술마시고 있다 전화를 받은 과장은 짜증이 납니다. 아 이거 뭐 어쩌라고. 그러나 과장은 술을 깨고 태연이 부장님께 전화를 합니다. 역시 보고가 중요하니까. 그리고 부장은 또 공장장에게... 이렇게 한두시간이 가는동안 공장의 생산성은 '0'일 것입니다. 그래도 그 다음날 대리는 그다지 걱정이 없습니다. 보고를 했으니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지요. 그럼 권한위임이 이루어진 야간작업시 돌발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컨베이어벨트가 멈췄습니다. 대리는 식은땀이 나긴 했지만 어서 영선반에 전화를 합니다. 급한 일이 발생했으니 어서 오시라고. 그리고 공장의 아주머니들을 소집하여 컨베이어벨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같이 들여다 보자고 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영선반의 기계담당 직원이 도착했습니다. 이 때 어느 아주머니가 저기 저 롤러 밑에 무언가가 보인다고 말씀하십니다. 노후되어 조금 기울어진 컨베이어벨트 밑으로 조금씩 재료들이 떨어져 막힌 것입니다. 영선반 직원은 곧 해당 부분을 수리하기 시작하고, 몇십분 후 이내 공장은 정상가동 됩니다. 대리는 다음 날 아침 공장장에게 이러한 일이 발생했고, 해결하여 문제는 없지만, 목표 생산량에는 10%정도 미달된 결과물이 나왔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기 상황은 가정입니다. 저는 만두공장 근처에도 못 가봤고,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시나리오임을 인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가요? 보고를 통해 공장장에게 까지 컨베이어벨트 고장이 보고된다한들 무언가 요술방망이같은 해결책이 나왔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공장은 공장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장에 화재나 났다거나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정도까지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는 각 조직에 따라 상이합니다.


어제도 구워먹었는데... 물론 본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만... (출처 : CJ)


여튼 종합을 해보자면, 조직이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려면 책임감;Responsibility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책임감은 방앗간 가래떡 나오듯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아웃풋이 최종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최종결정권자일 수 있다라는 권한;Authority이 주어져야 생성되는 개념입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아랫 직원들 일 하는게 한심해 보일 수 있습니다.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그러나 아마도 십년전 당신의 고참도 당신을 보며 똑같은 말을 되뇌었을 가능성에 오백원을 겁니다. 같은 회사 직원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를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 직원이 실수한 사항이라면 내가했더라도 그만한 실수는 발생했을 것입니다. 인간은 실수하는 동물입니다. 그 실수, 그러니까 Human error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품질관리;Quality management니 안전관리;Health & Safety, Environmental management를 실시하지 않습니까.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검토기능 같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지, 부하직원을 믿지 말고 내가 다 하나하나 볼꺼야, 이런 건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 직급체계를 단순화한다는 삼성의 조직변화도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에서 실시한 것 아닐까요?  (끝)


사진출처 : unsplash.com/photos/b5POxb2aL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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