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Apr 10. 2016

세계경제의 보이지 않는 세 가지 균열

[책] 폴트라인;Fault Lines을 읽으며 느낀 부분에 대한 공유

폴트라인;Fault Lines, 

사실 이 단어는 나에겐 매우 친숙한 단어다. 지질학에서 단층이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이 책에선 큰 의미로 지각판과 판 사이를 의미한다. 판과 판 사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며 큰 압력을 발생시킬 때 우리는 지진;Earthquake를 경험한다. 나는 땅을 파고 구조물을 짓는 일을 주로 하는데, 일을 착수하기 앞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지반 보고서;Ground investigation report를 잘 해석하고 지반의 상태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때 암석이 주를 이루는 지반에서는 이 폴트라인으로 이루어진 폴트 존;Fault zone의 해석은 더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터널링 기계;TBM로 터널을 뚫고 지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폴트라인의 존재는 지하수 및 암석 붕락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경제와 관련된 책으로 이러한 경제 관점의 폴트라인이 세계경제를 어려움에 직면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중간중간 경제학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어렵고 따분한 내용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 흐름에 몸을 맡긴 한 사람으로서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여기서 읽다가 느낀 몇 가지 부분을 공유해 본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으로 현재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있는 분이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며, IMF의 경제고문을 역임한 세계경제의 한 복판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정책으로 펴나가기 위해 노력한 분이다. 이 책은 2008년 경제위기와 관련된 책으로 과연 어떤 것이 금융 위기의 원인이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세계경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세계경제의 위기였는데, 이를 해결해 나간 경제주체 중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은행의 관점에서 서술한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비록 월스트리트 관점에서의 에피소드인 빅쇼트는 보지 못했지만 요것도 언젠가 볼 것이고, 당시 IMF에 소속되어 있던 학자인 이 라구람 라잔의 시각으로 본 경제위기도 또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
-
저자는 지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는 폴트라인으로는 총 세 개를 제시한다.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국내 정치적 압력에 의한 폴트라인
2008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이 MBS 채권과 관련된 내용이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서 어느 정도 성장 침체기에 빠져든 90년대 미국에서 정치권은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신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이른바 돈이 많지 않더라도 모기지 제도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자가주택의 소유)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정책인데, 이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그리고 이 대출로 인한 파생상품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며, 포퓰리즘의 경계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2. 각기 다른 경제환경의 국가들 사이 무역 불균형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소비의 중심지로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국들은 해외 소비자 의존성이 지나치게 큰 경제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이 수출입 불균형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수출 중심국의 기업, 즉 캐논, 도요타, 삼성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업체 육성을 위해 집중적으로 개입해서 탄생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가계소비는 약간 희생양이 된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 중심의 기업들과 내수경제산업, 즉 요식업이나 소매, 금융 등의 기업 간 격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수출 중심 국가의 장점이었던 임금은 점점 올라가고, 노령화로 인해 갈수록 어려움만 산재해 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일본은 아베노믹스 등을 통해 정부 주머니를 풀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장기적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방법이 거의 최후의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3. 서로 다른 금융제도가 접촉할 때 생성

90년대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출 지향적인 개도국들은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 말 IMF라는 단어로 익숙한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발발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선진국 자본에 의존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금융제도는 전혀 다른 원칙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로 인한 폴트라인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서구권 금융제도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채무자들의 사업운영방침 및 실적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어 있다. 혹시나 문제가 발생해도 법정에서 채권자의 권리가 잘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장기적 투자가 가능하고, 은행이나 정부의 보증 없이도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도 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말이다.
헌대 개도국에서는 금융시장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으며, 정부와 은행이 자금의 흐름을 주도한다. 정부도 딱히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며, 인맥과 관계를 통해 거래를 한다. 이러한 폐쇄적 시스템에서는 외국인들이 국가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이 거의 없다. 따라서 리스크는 증대되고 그 결과 외국 투자자는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게 된다.

1) 단기 차입금 위주로 빌려줌, 
2) 채무국 인플레이션/통화가치 하락 리스크 방지를 위한 외환 결재, 
3) 채무자를 기업이 아닌 개도국 은행으로 지정하고, 그 은행의 부도를 대비하여 해당 정부가 보증을 섬

이러한 외채로 개도국의 기업들은 무리하게 시설투자를 하게 되었고, 빌려준 자금으로 진행된 PJ의 성과가 저조하다 보니 외국 투자자는 자금을 신속히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외채에 크게 의존한 투자계획을 준비하던 개도국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이것이 90년대 말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한다.


책은 전반적으로 상기 언급한 세 가지 폴트라인을 축으로 서술되어 있고, 간간이 재미있을만한 시각도 제시된다. 몇 가지 언급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실 자본주의의 목표와 민주주의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두 제도가 공존하는 이유는 오늘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적당히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P.44”

⇒ 개인적으로 중상주의를 마치고 아담 스미스의 자유무역을 바탕이 시작되는 이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은 필연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에 1인 1표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즈를 필두로 소위 수정자본주의나 북유럽의 사민주의를 본다 하면 조금은 그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는 데에 민주주의의 요구가 조금은 섞여있지 않나 싶다.  


“미국인의 경우 71퍼센트가 빈곤한 사람도 얼마든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반면, 유럽인이 경우 40퍼센트만 그렇게 믿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P.66”
⇒ 과도한 소득세가 오히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념에는 저해가 된다는 시각. 하지만 경제학에 뛰어난 식견을 가진 어느 분은 이렇게 평가하기도 한다. "여러 통계를 보면 미국의 '사회적 상향이동성'이 유럽보다 낮습니다. 미국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생각이 많은 것은 실상을 가리는 '허위의식'이라는 얘기가 많죠." 사실 책 저자도 상기 부분에 후술하여 통계적으로 상기 사실이 맞지 않는데, 미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신념같은게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민간 기업의 목표는 정부의 목표와 절대 같을 수 없다. 정부의 정책은 상당수 정부와 민간 기업의 목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의도와 달리 비극적인 결과가 나타나곤 하는 것이다. p.95”

⇒ 어느 관계나 계약에 있어서 목표나 목적의 상이는 필연적으로 갈등, 클레임을 야기시키곤 한다.


“한국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에는 임금이 극도로 낮았고, 근무 시간도 길었고, 국민의 소비 수준도 극히 낮았다는 점 (중략) 관리 자본주의의 두 번째 문제점은 한마디로 말해서, 국내 소비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으로 하여금 대규모 내수시장을 잃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P.122”

⇒ 아니 언제 한국의 상황이 저기까지 소문이 났는지. 실제 이 부분은 군부정권 시 심야통행금지 등 매우 강력한 소비통제 시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식 사회 안전망은 도덕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그 어떤 현대 경제 체제도 실업자가 되어 의료보험 혜택이 끊기고, 돈이 없어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식 중 한 명만 골라 의료 보험에 가입시키는 선택을 하도록 할 수는 없다. P.240”

⇒ 세계 제일 경제 대국이란 곳에서 이러한 슬픈 일이 횡횡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이번 금융 위기의 요인과 관련된 주장 중 가장 타당성 있는 것은 저소득 가계의 주택 보유율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야심이 주택분야로 거액의 돈이 쏟아져 들어오게 만들었고, 그것이 위기를 촉발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P.263”

⇒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거의 근본적 이유라고 추정된다. 예전 호주나 미국 어학연수 가면 그 동네 사람들은 돈이 많지 않아도 정부에서 모기지론으로 집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부러워 했던게 생각난다. 세상에 그런 요술방망이는 없음을 그땐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에게는 투자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P.291”

⇒ 이거슨 초등학생도 아는 투자의 원칙인데, 요즘 많은 분들은 그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는 듯 하다.


“(미국은) 소득분포 하위 20퍼센트에 속하는 저소득 가계 자녀 중 34퍼센트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반면,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가계 자녀는 79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한다. 더 심각한 사실은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가계 자녀의 대학 졸업률이 53퍼센트인 반면, 하위 20퍼센트 가계 자녀의 대학 졸업률은 겨우 11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빈곤층에서 대학을 중퇴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P.382”
⇒ 한국과는 상당히 상반된 상황과 현실인식으로 보인다.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포스팅으로 논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한국은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이 문제되어 이제는 강제적으로 대학 정원을 관리하고, 부실대학을 정리하고 있는데, 오바마 아저씨는 여전히 한국의 교육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상기 진단과 비슷한 상황인식에서 시작한 것을 보인다.


“(사회 보장 혜택의 손실을 방지하고 노동 이동성을 향상시키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바람직한 해결책은 직원의 저축을 회사와 상관없이 분리하는 것이다. P.394”
⇒ 개인적으로 우리 사주 같은 제도가 개인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격이니 말이다.


“특히 부유층에 집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의욕을 감퇴시킬 수 있다. 게다가 부유층에게만 지나치게 세금 부담을 줄 경우, 그들은 세금을 면제해주는 세금 천국으로 주소를 옮기거나 다른 세금 감면 계획을 갖고 미국을 떠나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 같이 공평하게 희생을 감수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P.402”
⇒ 한국에서도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임


“수출 업자를 위한 자국 통화 가치 저평가 정책이 국내 경제를 엄청나게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때문에 국내 소비가 증가하지 못하고, 노동력이 지극히 풍부한 나라의 산업이 자본 집중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금융 산업이 저개발 상태로 남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P.437”


이상으로 인상 깊은 구절 몇 가지를 옮겨 적긴 했다. 각 구절에 대한 내 의견도 좀 남기고 싶지만, 일요일 아침 애들이 갑자기 기상하는 바람에 뒤치닥 거리에 들어가야겠다. ㅋ 언젠가 시간이 되면 각 주제 하나하나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은 바람이… 그럴 깜냥과 여유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


폴트라인, 라구람 G. 라잔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 에코 리브르

매거진의 이전글 환율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