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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18. 2016

세상을 다른 식으로 바라보기

괴짜 경제학을 통해 본 세상 바라보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남들이(흔히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각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 그리고 두 번째는 나만의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 물론 두 가지 시각 모두를 견지해야 합니다. 간혹 너무 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바보라 불리며, 너무 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ㅁㅊ놈이라 불립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습니다. 사실 세상에 요만큼의 모방도 없이, 선대가 이루어 놓은 지식을 요만큼도 활용하지 않고 창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적절히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모습을 견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후자, 아주 특별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책입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기저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1. 인센티브는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이다.
2.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는 잘못된 것들이 많다.
3.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는 흔히 거리가 멀고 미묘한 요인을 원인으로 한다.
4. 범죄학자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강점을 자기 자신의 어젠다를 위해 사용한다.
5.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알면 복잡한 세상이 훨씬 단순해진다.


이 책의 목적은 모든 것의 숨겨진 이면을 찾는 것입니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 스티븐 래빗은 사실 하버드 경제학과를 최우등 졸업할 만큼 기가 막힌 두뇌를 가졌지만, 세상을 조금은 독특한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딴지 기질이 다분한 양반으로 보입니다. 최근 읽은 경제학 서적은 대부분 거시경제를 다룬 약간은 구름 위의 책이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입니다. 그럼 책의 내용을 경제학에 문외한인 공돌이의 눈으로 하나하나 더듬어 보시죠.




책에서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이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 인센티브를 제대로 활용하면 조금 더 효과적으로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인센티브는, 단순히 말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센티브는 저절로 발생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경제학자나 정치가 혹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P.37”


이스라엘에 어느 놀이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찾으러 오는 시간에 지각을 많이 해서 고민 끝에 벌금제도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인센티브를 고안한 것이지요.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10분 이상 늦을 때마다 3달러(대략 3천5백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 부모들은 이제 지각을 하지 않을까요?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벌금제도를 실시했을 때 보다 대략 2배의 부모가 지각을 했다고 합니다.

“도덕적 인센티브를 경제적 인센티브로 대체한 것이 문제였다. P.40”


그러합니다. 부모들은 벌금제도가 없을 땐 내가 지각하면 선생님들의 퇴근이 늦어질 것이란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헌데 벌금제도를 실시하자 이제 한 달에 60불(대략 7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그 죄책감도 정당화시킬 수 있고, 나도 서두르지 않고 넉넉하게 아이들을 데려가도 된다는 마음이 작용했다는 말입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인센티브를 은연중에 많이 사용합니다.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건설현장에서는 쓰는 ‘야리끼리’라는 요상스러운 일본말이 대표적인데, 아저씨들 오늘 철근 10톤 다 매시면 집에 일찍 가셔도 된다는 그런 것입니다. 집에서는 어떠한가요? 아이가 받아쓰기 연습을 안 한다고 하면 받아쓰기 연습을 마친 후 TV를 30분 볼 수 있게 한다든지, 받아쓰기 백점을 맞는다면 장난감을 사준다는 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센티브는 적당한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 언급한 이 야리끼리의 경우도 오늘 이 인원으로 철근 10톤 매는 것이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이라면 잘못된 목표의 설정으로 이어져 매니저의 오판이 됩니다. 반대로 두 세명의 철근공 아저씨를 데리고 하루에 철근 10톤을 매라고 한다면 아저씨들은 아마 그 야리끼리를 콧방귀도 안 뀔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이 인센티브의 적절성입니다. 때로 우리는 통계나 논문의 연구결과보다 선입견이나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부여할 때에는 이 인센티브가 야기할 결과, 나아가 적절성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책에선 왜 마약(여기선 크랙)을 파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대부분 빈곤한 생활을 면치 못하나에 대해서도 논합니다. 분명 불법인 일이고, 대부나 마피아 같은 데서 보이는 잠시나마 화려한 생활을 해야 맞는데, 주변에 보면 심지어 홀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마약상들도 존재하니 말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토너먼트의 규칙을 이야기합니다.

“토너먼트의 규칙은 대단히 직설적이다. 참가자는 무조건 맨 밑바닥에서 출발해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 그들은 낮은 급료를 받으면서 장시간의 고된 노동을 기꺼이 감수한다. (중략)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최고의 지위에 도달할 수 없다고 깨닫게 되면 토너먼트를 포기한다. P.139”


이 토너먼트의 규칙은 사실 스포츠, 연예계, 음악이나 미술 같은 분야에 많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김연아나 박태환, 아이유나 장한나를 바라보지만 실상 그렇게 되는 사람은 정말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갈 만큼 어려운 확률인 것이지요.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예전 산업화 시대 때 횡횡했던 만화가 문하생, 바둑 문하생, 바닥 물 청소부터 시작했던 연극이나 영화판은 모두 상기와 같은 토너먼트의 규칙이 적용되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열정 페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점차 사라지고 있으니, 옆에서 보기엔 조금은 나아지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범죄율과 관련하여 저자는 아주 신선하면서도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을만한 분석을 제시합니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매년 폭력범죄가 엄청나게 증가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그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분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른 낙태 시술의 합법화입니다. 이 판결 이후로 첫 해 미국에서 75만 명의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았고, 1980년에는 그 수치가 160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낙태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범죄 감소 요인이었다는 발견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불쾌 한 일이다. P.182”


사실 낙태가 그 자체로 범죄로 여기는 사람도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발견은 적확하면서도 따로 발표하기 어려운 그러한 그레이존에 존재합니다.


조금은 더 불편한 진실이지만, 광우병과 관련된 부분도 존재합니다.

“단 한 건의 광우병 발병으로 미국 전역에 쇠고기 기피증이 일어났던 2004년 초반에 바로 이점을 지적했다. (중략)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리스크와 사람들을 실제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리스크가 아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기본. P.191”


사실 광우병에 의해 병에 걸릴 확률보다는 일반 가정의 부엌에서 음식을 통해 확산되는 병원균이 훨씬 리스크가 큽니다. 우리도 광우병으로 촛불집회도 하고 참 험난한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아무리 미국 소가 광우병으로 위험하다 하더라도 여름철 동해안에서 갓 잡은 생선을 회쳐먹는 것이 비브라오균에 의해 식중독 감염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때론 우리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도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게되는 시점입니다.


상기 언급한 부분 외에도 교육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연구결과와 상식과 다른 통계를 많이 제시합니다. 이런저런 부분까지 다 언급하면 아마 출판사에서 전화 올 지도 모르니 소개는 여기까지 해 두겠습니다. ^^ 저자가 이 책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P.260”


사실 이 책이 상식과 다른 사실을 많이 알려주긴 했지만, 그것은 고기를 잡는 방법이지 고기 자체는 아닙니다. 우리가 일을 할 때, 어떠한 판단을 할 때, 조금은 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은 쓸 데 없는 일이겠지만, 걔 중엔 정말 값지고 독특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통념을 뒤집는 생각, 이건 아마 하루아침에 뚝하니 하늘에서 떨어질 리 만무하지요. 옆으로, 때론 뒤로도 생각할 수 있는 습관을 한번 길러봐야겠습니다. 가끔 욕은 좀 먹겠지만 말이지 말입니다. ㅋ


괴짜경제학;Freakonomics,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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