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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Nov 06. 2015

모르는 거 물어보는 습관에 대하여

아는 척, 하지 맙시다!

사실 스무 살도 되기 전 수능성적에 따른 대학 간판이란 꼬리표가 평생 쫓아다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뭐 지금도 그것에 해탈한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무 살 땐 그 생각이 나를 많이 사로잡았었다. 스무 살 땐 내가 생각해도 인생 통틀어 공부를 가장 안 했을 때다. 신입생이라면 도서관에 안 가는 게 미덕이라는 동아리 선배의 말을 듣고 정말 한 번도 안 갔다. 나중에 학점이 4점이 넘으면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다는 낭설까지 가슴에 새기고 선동열 방어율 수준의 학점을 받았다. (참고로 학점은 무조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ㅋ)


출처 스포츠동아


그런 나의 알량한 자존심(난 원래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했다는 알량함)을 무참히 깨 준 계기는 역설적으로 군대 다녀온 후 공부를 무지 열심히 할 때였다. 나름 철들었다고 혼자 새벽 3시, 4시까지 공부도 하고, 주말에도 교회 가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며 공부를 했다. 그 해 여름은 나에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정말 한 학기 내내 공부만 했는데 학점이 고작 3.5 정도 나온 것이다. 나는 하면 될 줄 알았다. 당연히 공부만 했으니 최소 4점은 넘을 줄 알았다. 그렇게 떠난 여름방학 한 달 반의 유럽여행 동안 나는 학교를 그만둘 생각도 무지 많이 했다. 군대에서 친했던 도쿄 사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의 조언 덕에 다시 2학기에 복학을 했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훌륭한 조언을 해준 분들이 몇몇 계시다. 나도 인덕은 있나 보다 ㅋ


신현준씨가 노원구에서 교수하고 계시는구나


그렇게 다시 복학을 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내가 뭐 조두;鳥頭도 아니고 뭔가 방법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나에게 ‘대학 친구들’이라 할만한 친구들을 만났다. 지금도 제일 친한 인생의 보배 중 하나인 친구들이다.  그중에 유독 학점도 높고 고등학교 때 강북에서 공부 쫌 했었다는 친구가 수업시간에 자꾸 나한테 공부를 물어봤다. 교수님이 얘기한 게 이해가 안된다며 나한테 자꾸 물어봤다. 짜증이 나다가 그때 좀 깨달은 게 있다.

‘아, 내가 수업을 듣고 있긴 한데 이해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구나.’

그랬었다. 비록 국민학교 때부터 12년을 넘게 공부했지만, 실상 나는 ‘아는 척’만 했던 것이다. 진짜 내가 이해를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고 가면 속에서 공부하는 ‘척’을 했던 거다.

그 해 2학기 땐 너덧명이 매일매일 집도 번갈아가면서 모르는 거 서로 물어보고 설명해주면서 공부를 했다. 뭐 끼리끼리 논다고 주변에선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지만, 적어도 나에겐 인생에 크나큰 도움이 된 시기였다.

물어본다.


우리 승환옹, 이런 좋은 노래도 부르시고


난 지금도 회사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대부분 선배들은 후배들이 물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가 주창한 ‘욕구계층이론;Need Hierarchy Theory’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는 하위욕구 개념이고, ‘존경 욕구;Esteem Needs’는 상위욕구 개념이다. 대부분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설명할 때 일말의 ‘존경 욕구’를 느끼는 거라고 본다. 이는 좋은 시너지 효과다. 후배는 모르는 것을 배워서 좋고, 선배는 자기가 아는 것을 조금 더 명확히 할 수 있어서 좋다. 설령 선배가 그 주제에 대해 모르는 것이라고 하면 아마도 다른 어딘가에서 알아서 다시 후배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이상적인 선후배 관계도


이러한 인생의 성공 실패사례;LL(Lessons Learned), 뭐 지금 다시 중고등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단지 지금부터라도 ‘물어보는 것’에 대해  창피해하지 않고, ‘아는 척’ 하지 않고 산다면 굳이 학벌타령이나 하며 인생을 낭비하진 않을 것 같다. 끝.


아는 척,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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