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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13. 2016

남 탓

선거 날, 관계에 대한 생각 하나

연애를 하다가 애인이 바람을 피면 사람은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 부류는 바람난 애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거나, 애인에게 화를 내는 경우. 어쨌든 갈등을 둘이 알아서 해결하는 경우입니다. 헌데 두 번째 부류는 나의 착하디 착한 애인은 죄가 없다는 가정 하에 그를 꼬드긴 다른 이성에게 가서 화를 내는 케이스입니다. 뭐 이런 경우 대부분 내 애인이 다른 이성에게 대시하거나 애걸복걸한 케이스가 많은데, 왜 우리 애인한테 꼬리 쳤냐고 바락바락 뭐라 하는 스타일, 피곤합니다. 남 탓하는 부류입니다. 바람이 났으면 둘만의 관계가 틀어져서 난 것이지 다른 이유는 딱히 댈 필요가 없습니다. 그 둘 사이 관계 탓인 것이죠.




청년들에게 모든 탓을 돌리려는 기성세대. 88만 원 세대부터 시작하여 최근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선동하는 이 담론이 상당히 불쾌합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현실 속에서 살아가려 노력할 뿐이고, 알바에 시험기간에 바빠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 물론 실제로 투표율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지난 대선 땐 20대 초반 투표율이 70%대를 넘겼다고)


얼마 전 어느 선배님이랑 저녁을 먹다가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아드님이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빠가 지금은 돈 넉넉히 버니까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를 하라고 카톡을 보냈다가 극악의 장문 카톡 답신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중고등학교 때 엄마 아빠가 얼마나 돈 가지고 압박을 주셨는지 아시냐고. 이 과외비 학원비 운동화에 옷값, 이런 거 다 엄마 아빠가 뼈 빠지게 고생해서 번 돈으로 준비한 거니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딱히 반론의 여지도 없고 감사한 마음 있어 그땐 그냥 살았지만, 이젠 그냥 스스로 돈을 벌어서 필요한 건 사서 쓰겠다고. 진심 제 가슴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선배님 아들 참 잘 키우셨다고. 이제 대학교 1학년 된 아이가 이리 독립적으로 자랐다면 앞으로 그 아이의 미래도 꽤나 밝아 보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언론에서 보이는 한심한 청년들은 실제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한 요상스러운 선입견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지요. 누구 말마따나 어려서부터 시키는 구몬-보습학원-메가스터디에다 괜찮은 이름의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세대가 지금 이십 대입니다. 그들도 그들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이쪽에서도 저기 저 노인분들 보는 시선이 아주 나이스 하진 않습니다. 공약이고 인물이고 뭐시고 그냥 1번만 찍는다고. 수구꼴통이니 이런 말 함부로 씁니다. 6.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같은 동네 친구끼리, 때론 형제끼리도 서로 총을 겨우었습니다. 그리고 보릿고개, 옥수수죽을 겨우겨우 먹어가며 혜택이라곤 받아보지 못하고 자라온 분들이 이 분들입니다. 실제로 간첩도 자주 있었고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런 거 보면서 살아오셨지요. 그러니 복지고 양극화고 일단 저 북괴군을 제일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일단 안보가 최우선인 것이지요. 아울러 지금 노인빈곤율이 거의 절반으로 OECD 최고 수준입니다. 현실이 너무 힘드니 과거 고속성장을 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또한 일정 부분 이해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너나 나나 남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오늘 자기에게 주어진 한 표, 고것에만 집중하자고요!

2016.0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하는 날 씀.


사진출처 : unsplash.com/photos/U5rMrSI7P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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