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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05. 2016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이유

평범한 월급쟁이의 아파트에 대한 생각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 우리 삶을 망쳐 놓았다, 아파트는 돈 낭비이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매도하는 책이나 글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저는 여기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의 포스팅을 올려 보겠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동의 가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냥 지극히 주관적인 어느 월급쟁이의 생각인가 보다 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파트는 돈 낭비라고 주장하는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참고기사 : ppss.kr/archives/77455) 저와 생각은 다르지만 집에 대한 생각도 많으시고, 잘 쓰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라이버시가 없는 가족 – 경리단길의 5억 5천의 4층짜리 협소 주택으로 이사 간 어느 연예인이 아들과 싸울 일이 줄었다고 함 (주택은 층당 면적 9평) 아파트에 살면 프라이버시를 위해 자식은 학원, PC방 가고, 아빠는 술집 가고, 엄마만 집을 지켜서 가족이 화목하지 않다는 논리.

2.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이미 7년 이상 제자리. 아파트 가격 상승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3. 가까운 장래에 자식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두 개의 작은 아파트를 나란히 임대해서 같이 쓰는 그런 일도 생긴다. 한국의 기형적 주거문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형적 미래.


그러면 상기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저의 생각을 말해 보겠습니다.




1. ‘프라이버시 없는 가족’에 대한 생각

경리단길의 층당 9평에 4층짜리 주택. 물론 중고등학생 및 40대 어른만 거주하기엔 괜찮은 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있거나, 노인이 있다면 살기엔 부적합한 집일 것입니다. 아기는 계단을 넘어가다가 자빠질 우려가 있고, 노인은 낙상의 우려가 있습니다. 9평에 4층짜리 집이라면 연면적은 36평, 전용면적으로 치면 아마 아파트 42평 정도 될 텐데 이걸 평면으로 펴는 것이 어린이 있는 집이나, 노인이 계신 집에는 훨씬 살기 좋은 집일 것입니다. 집이란 오랜 세월 살아야 하고 필요시 매매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연령대에 맞추어지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아파트 42평 정도 되면 방이 4개는 될 텐데, 4인 가족 각자 방 하나씩 가지고 문 걸어 잠그면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거지 고게 뭐 4층으로 바뀐다고 무슨 프라이버시가 생기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자식은 학원 가고 아빠는 술 마신다고 하는데, 고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 생략. (일단 저는 그러한 삶을 살지 않기에)


아울러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선 학군이 중요한데, 경리단길. 여기는 수제 맥주를 마시기 좋은 곳이지 학군이 좋은 곳은 아닙니다. 이태원초, 용산 중고가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십분 이상 꽤나 걸어가야 합니다. 아파트 촌이라는 분당, 일산 이러한 신도시는 초중고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학교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단 생활권이 같은가는 학부모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경리단 길과 비슷한 동네에 4층짜리 집에서 하숙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게 바로 신촌 모텔촌이었는데, 거 참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니 프라이버시는 무슨, 밤에 옆집 애정행각의 시끄러움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모텔촌’이었습니다. 여기에도 하숙집 많죠. 대학 때 살았으니 망정이지, 아마 중고등학교 때 그런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 살았더라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맹모삼천지교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아파트? 동간 간격이야 뭐 몇십 미터 되고, 위층 쿵쿵 거리는 소리만 조심하면 프라이버시, 잘 지켜집니다.


요러한 형태의 집이라고 합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아울러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본 연예인이 지은 주택은 대지 16평입니다. 대지 16평에 건축면적이 9평이면 건폐율은 56%입니다. 주차공간까지 넣고 나면 아마도 마당에 나무 한그루 심기 어려울 것이지요. 요즘 짓는 서울의 재개발 아파트들 건폐율은 10%대입니다. 대지가 100평이면 그중 건물은 10~15평만 짓고 나머진 다 녹지로 조성한다는 말이지요. (주차공간은 지하화) 도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아파트만큼 친환경적인 도시 구조물도 없습니다. 국가나 시 자체가 아닌 사비를 털어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국가적 관점, 더 좁혀서는 서울시 관점에서도 아파트가 소형주택의 과밀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입니다. 맑은 공기를 생산해 내는, 후우~


2.’ 한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에 대한 생각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사람을 보면 저는 이미 판단은 끝났다고 봅니다. 점쟁이가 아니고서야 집값의 향방은 아무도 예측하기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코노미스트 인덱스;House-price를 보면 등락은 다르지만 1980년 대비 호주는 12.5배, 캐나다는 6.5배, 프랑스는 5배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참조 : blog.naver.com/hong8706/220654213305) 집값은 내릴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저성장이라 할지라도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은 곧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나마 진행된다는 것이고, 콘크리트/ 철근 값이 오른다면 집값도 오를 여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참조된 블로그의 주제는 ‘인구감소=부동산 붕괴’의 가설에 대한 검증인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된다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오를 여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3. 한국의 기형적 주거문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형적 미래
해외업무를 하고 있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한국의 독특한 주거문화는 ‘전세’ 제도 밖에 없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광역도시;Metropolitan city 중 아파트 문화가 존재하지 않은 도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까이 도쿄, 홍콩부터 싱가포르, 뉴욕도 그러합니다. 꼭 그렇게 인도 뭄바이나 첸나이처럼 다닥다닥 비좁은 가옥들이 모여 살아야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월세 관점에서 보자면 앞서 언급한 도시들보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편입니다.
서울의 주거지역 면적은 총 3억 13백만 m2(약 95백만 평)입니다. (참조 문서 15페이지 : citybuild.seoul.go.kr/files/…/09/55ef8fd80d3ce4.67126202.pdf) 서울 인구가 1천만 명가량이니 인당 9.5평가량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건폐율을 50% 적용하면 5평인데, 4인 가족으로 하자면 20평짜리 주택을 따닥따닥 녹지도 없이 쭉~ 지으면 아마 70년대 산동네 분위기 날 것입니다. 그리고 교통은 골목골목마다 마비가 될 것이고. 여기서 건폐율을 10~20%로 만들어 용적률을 300%까지 올려서 나온 게 요즘 짓는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로 말미암아 서울에 녹지도 살아나게 되고, 다 같이 살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도시로서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30대 이상이라면 예전 미아리 고개 넘어 산동네 길음동에서 살고 싶은가요, 아니면 현재의 길음 뉴타운 푸르지오에서 살고 싶은가요? 지금 길음 뉴타운 꽤나 살만한 동네입니다. 응팔만 보지 말고 예전 보던 서울의 달도 좀 떠올려 봤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을 맺자면, 저도 마당 딸린 2층짜리 집에서 애들 프라이버시 존중해 주면서 뛰어놀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수도권이란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은 동네입니다. 불가능합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면 그 안에서 최선을 찾아야 하는 게 회사나 국가가 할 일입니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는, 한정된 토지 안에서 실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이란 말입니다. 그래 경리단 길에 건평 9평에 연면적 36평 5억 5천짜리 주택을 지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경복궁역에서 3호선 타고 북쪽으로 네 정거장만 가도 래미안 베라힐즈라고 34평에 5억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제가 비슷한 돈이 있다면 저는 래미안 베라힐즈를 선택하겠습니다. 빌라 관리비에 수리비에, 세콤도 달아야 할 테고, 이웃과 분쟁이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하고, 그런 복잡한 일은 저는 딱 질색입니다. 집에 아빠가 뭐 회사 안 가고 뚝딱뚝딱 망치질하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일주일 내내 회사 다니는 우리의 환경에선 고건 참 요원한 일입니다.
세상 일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뒤에서 환경은 고려치 않고 이상향만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조금은 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봐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기 사진은 경기도 어느 신규 아파트 24층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파트 대지 대부분이 녹지임이 보일 것입니다. 건폐율 16%인 이 아파트를 30층이 아닌 3~4층으로 지었다면 건폐율은 100%가 넘어갑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집’만 존재한다는 말이지요. 도로도 없이…


주) 아파트고 뭐고 지금 나이 사십에 내 돈 1억 도 없다는 분께는 참 죄송스러운 포스팅입니다. 하지만 저도 상기 언급한 경리단길이니 래미안 베라힐즈니 살 여력이 없어 서울 외곽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배경화면 : Le Corbusier의 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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