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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13. 2016

탈핵과 탈토건의 패러독스

탈핵과 탈토건에 대한 짧은 단상

선거 기간 어느 색깔을 당 이름으로 건 정당의 선거 공약을 보다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뜨거운 지구 핵 조선에서 탈출시키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여기까진 좋습니다. 뭐 각자 의견이야 다를 수 있지요. 그런데 그다음 공약이 탈토건 안전사회라고 합니다. 토건예산을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현재 시공 중인 신고리 3,4호기, 요게 용량이 2,800MW인데 건설비용이 대략 1조 원가량 듭니다. 탈핵을 주장하려 이 발전소를 친환경적인 풍력발전소로 바꾼다면? 제주도에 짓고 있는 높이 110m짜리 터빈 한 개가 생산하는 전기용량이 7MW인데, 블레이드 지름이 무려 171m나 되는 어마 무시한 놈입니다. 요거 저 원자력 발전소 하나만큼 전기를 생산하려면 무려 400기나 지어야 합니다. 아니 지름이 남산타워보다 큰 놈을 400기나 지어야 한다니까요. 요거 개당 구입비 및 설치비 합해서 300억 원 정도 듭니다. 그럼 400 기면 대략 12조 원 정도는 들겠네요. 아, 토건족 배 불리는 소리 들립니다. 1조 면 만들 수 있는 전기를 무려 12조를 들여 만들어야 한단 말입니다.


자가당착, 이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탈핵을 해야 한다면,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그다음에 논리적으로 이어져야 할 말은 전기를 쓰지 말자는 것이어야 합니다. 밤 9시 이후엔 전기 키지 말고, 인터넷도 하지 말고, 뭐 지하철 운행 이런 것도 다 금지시키고 말이지요. 그런데 탈핵에 이어 나오는 말이 토건예산 삭감이란 말은 앞 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저 듣기 좋은 소리, 앞 뒤 맞지 않는 사탕발림 소리를 한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원전의 폐해, 위험성,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궁극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요. 하지만 이 좁은 지구에 전기를 사용하는 인구가 이렇게나 많은데, 택할 방법도 마뜩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는 원전이나 화석연료 없이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대안 중 하나가 저 남산타워보다 더 큰 풍력발전입니다. 비행기 타고 독일과 덴마크 사이에 있는 발트해에 가면 저 풍력발전기가 무지하게 많습니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풍력발전기 회사인 VESTAS사와 NEG MICON사는 모두 덴마크 회사임) 그런데 저 어마 무시한 풍력발전기가 우리 동네에 온다면... 아마 한전 송전탑 들어오는 것 같이 모두가 싫어할 것입니다. 말이 좋아 풍력발전기지 결국엔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이 작용하는 전자기 구조체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을 너무 듣기 좋은 말로 도배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앞 뒤가 맞지 않은 그런 공약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이 있습니다.


*사진출처 : www.siem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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