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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18. 2016

많이 배운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가.

공돌이가 느끼는 직업과 임금에 대한 단상

오늘은 3차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서 현재 느끼는 직업에 대한 단상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극히 주관적 생각이므로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시작하겠습니다.


1차 베이비붐 세대 이전, 그러니까 50년대에 태어나신 부모 밑에서 자란 이 3차 베이비붐 세대(80년대생 전후에 태어난 세대)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대학진학률이 30%대에 불과했던 90년대 초까진 대학은 그야말로 취업의 보증수표였던 시기였습니다. 워낙 경제성장률도 높아 일자리가 많았던 시기이며, 대학 진학 자체를 고등학생 중 30%밖에 못하다 보니 희소성도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도 70-80년대에는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일찍 돈을 벌기 위해 실업계에 진학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산상고나 덕수상고, 인천기계공고나 서울공고 같은 곳에는 당대의 수재들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전해 듣기로는 어느 충청도나 강원도 공고도 그때는 고3졸업시험으로 버스타고 공무원시험을 보고 반 이상은 합격해 경기도 갈 지 충청도갈 지 골랐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공무원 처우는 상당히 좋지 않았지요. 더군다다 공고나온 기술직 공무원은 더 그랬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대학까지 갈만한 여건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비록 대학등록금까지야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대학에 갈 수 있을만큼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먹는 것 입는 것 아껴가며 지원을 해 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미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고 경제성장률이 2-3%대에 왔다갔다하는 이 시점에서 취업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때문에 좋은 대학에 나온 친구들도 겨우겨우 취직을 해야 석유화학이나 현기차 등 왠만한 회사가 아니면 신입사원 월급 300만원을 받기가 어려우며, 이건 아니다 싶어 어렵게 어렵게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어도 다시 그러한 기업에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취업할 뿐입니다. 옆엘 보면 학교다닐때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친구가 공고나 전문대를 나와 비슷한 월급을 받고 지내는 것이 눈에 띄며, 종종 동대문에서 원단 따다 부자가 되었단 친구 얘기도 들립니다. 그렇담 여태껏 공부한 것은 다 허사고, 이런 현실을 만든 부모는 판단미스를 한 것일까요?


회사가 지급하는 월급에는 개인의 역량에 따른 보상도 존재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보상도 존재합니다.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사무실에만 일하는 어느 김대리가 월급 300만원을 받고 공장에서 일하는 어느 김반장이 300만원을 받을 때엔 그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말이지요. 공작기계를 다루는 김반장은 언제든지 금속을 깎다가 손이 말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크레인을 관리하는 김반장은 언제든지 그 크레인이 머리를 강타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2012년 한해에만 일하다가 사고로 숨진 노동자수가 2165명에 달합니다. (참조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146.html)

건설회사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이라크나 나이지리아 같은 데서 근무하면 해외수당을 많이 줘서 왠만한 전문직 못지 않은 급여를 줍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테러나 전쟁에 대한 리스크는 존재하는 것이며 그 수당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그 오지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물론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쉬운 일을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연히 리스크에 노출되는 확률은 공장이나 현장이 비교할 수 없게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리스크가 녹아든 게 현재의 임금현황이란 말이지요.
예전에 인천 어느 대기업 공장에 다니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전문대를 나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노조에 상당히 적극적인 친구였습니다. 당시 월급은 4년제를 나온 사무직인 저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우리회사의 노조원이긴 하지만 이 친구는 그 결이 살짝 다른 감이 느껴졌습니다. 회사를 약간 적으로 본다는 느낌. 친구로서 살짝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좋은 대학에 나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사무직이라면 그 회사가 망한다 하더라도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공작기계를 다루는 회사가 망한다면, 관련 하도급 업체도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친구는 딱히 현재의 기술로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지는 것이지요. 그 단적인 예가 과거의 쌍용차 사태이고. 현재의 울산 현대중공업, 거제도의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입니다. 삼중의 사무직 친구들은 이미 다른 회사로 많이 넘어 갔습니다. 그치만 그 많은 용접사, 기능공 아저씨들은 이제 무얼 먹고 살아가야 하나요. 이젠 강건너 불구경이 아닙니다. (관련기사 : http://m.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505518)


건설업에 종사하다 보니 잠수부, 용접사, 철근반장 아저씨 들의 임금을 가끔 들여다 볼 때가 있습니다. 정말 뛰어난 잠수부, 용접사 아저씨들은 내 월급의 두세배를 가져가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왜 굳이 그렇게 공부만 했을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잠수를 오래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한 순간에 위험에 노출되고, 용접하다 스파크 하나 잘못 튀면 폭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안해서 드리는 것이 임금이라는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하지만 지금있는 현실은 어느정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각자 선택한 길에 따라 장단점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록 지금은 본사로 왔다갔다 하는 신세지만, 언제든지 현장에서 작업자 아저씨들이랑 그 리스크를 지워나가며 일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공업에서 그 '안전'은 '품질'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문송합니다라곤 하지만 결국 이 사회를 리드해 나가는 사람들은 또 그 문과출신 분들입니다. 국회의원도 의사나 엔지니어보단 변호사나 언론인 출신이 많고, 회사 내에서도 전략조직은 대부분 문과 출신 임원들이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진국이 될 수록 기능직 분들의 임금과 대졸 사무직 분들의 임금 격차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작금의 스웨덴이나 독일이 그러하듯이요. 그렇다 하더라도 각자 투자한 바가 다르고 리스크가 다릅니다. 부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서 승화시키길 기원합니다.


배경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HDMqSQxjN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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