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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pr 21. 2016

간접비용;Overhead cost에 대해

실례로 들어보는 현대 자본주의 가격구조 이해에 대한 원포인트 레슨

어느 시골에 집을 짓는다고 가정하자. 대지면적 100평에 건축면적 30평. 인근 시내 건축회사를 찾아갔다. 평당 500만 원가량 든다고, 그럼 땅값을 제외하고 건축비만 1억 5천만 원가량 든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설계비, 각종 인허가 비용, 싱크대 및 가구까지 한다면 추가로 3-4천만 원은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수백 채의 집을 지었다는 이 건축회사와 미팅을 했다. 지어진 집들을 보니 잡지에서 보던 집같이 한결같이 아름답다. 그래 여기서 계약을 해야겠다 하는 찰나에 매트기초를 이야기한다. 집에 부분침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콘크리트로 1미터가량 기초 타설을 해야 하며, 군데군데 자그마한 구덩이를 파서 줄기초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쯤에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 가진 돈을 머릿속으로 헤아리던 찰나에 부가가치세를 이야기한다. 10%. 갑자기 또 1천5백만 원을 더 내야 한단다. 공사 손해 보험에 풍수해 보험, 화재보험까지.. 허걱~ 앞이 캄캄해져서 그냥 나왔다.


건축회사를 나와 동네 마을회관에서 사놓은 땅을 보며 한숨을 내 쉰다. 이때 노인정에 계시던 어느 할아버지가 지나가다 얘기를 듣고 뛰어난(?) 목수 아저씨를 소개시켜준다. 만나자마자 자기는 평당 400만 원에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는 중동에서 공사도 해봤고, 서울의 고층건물은 다 자기 손으로 지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 그런 거 없다고 한다. 땅을 슥슥 밟아보더니 이 정도면 뭐 이 위에다 바로 건물을 올려도 무방하다고 한다. 시내에 건축업자랑 만난 얘기를 하니, 그놈들 다 사기꾼이라고 한다. 어차피 걔들이랑 계약해 봤자 다 다른 목수팀에 하도급 주고 중간에 돈 띄어먹느라 그렇게 비싸게 부른다 한다. 마음이 놓인다. 평당 400만 원이면 1억 2천만 원에 내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은가? 비록 잡지에 나오는 아름다운 집은 아니지만, 집이 집 구실만 하면 되지 이쁠 필요 있나 싶다. 여기랑 계약을 해야겠다! 계약서도 부가세도 필요 없단다. 그냥 종이에 슥슥 뭐라 적더니 사인하라고 한다.


공사는 4월에 시작했다. 그 목수아저씨는 공사를 시작하더니 얼마 있지 않아 며칠 쉬신다. 왜 공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하니 모르면 가만있으라 한다. 내 절대로 약속한 6월까진 집을 짓겠노라고. 5월이 되고 슬슬 사람들을 모아 철근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철근이 다 메어진 지 사흘이 지나도록 콘크리트를 붓지 않는다. 철근에 녹이 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왜 콘크리트를 붓지 않냐고 하니, 지금 이 동네 콘크리트가 동이 나서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천천히 쉬엄쉬엄 벽체까지 올렸다. 지붕을 만드려고 철근과 각종 자재들을 공사판에 잔뜩 가져다 놓은 게 보였다. 7월이 되고 뉴스를 보니 태풍이 온다고 한다. 설마 하고 자고 일어나 공사현장에 가봤더니 자재들이 저 멀리 쓸려 내려가 버렸다. 목수아저씨가 나에게 온다. 저 자재들 이제 못쓴다고, 미안하지만 새로 사야 하니 돈을 더 달라고. 이게 태풍 탓이지 내 탓은 아니지 않냐고 한다. 기상청도 못 맞추는 날씨를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한다. 그런 게 어딨냐고 눈에 쌍심지를 키고 달려드니, 그럼 여기까지 하고 그만두겠단다. 자긴 돈이 없단다.


아는 변호사 형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형은 표준 공사계약서를 썼느냐고 물어본다. 그렇지 않다고 하니 한 숨을 내쉰다. 그럼 사진이나 회의록, 메모한 것은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 거 없다고, 그래도 좀 도와달라고 하니 계약서, 충분한 근거가 없으면 누구의 귀책인지 따지기 어렵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공사를 진행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붕공사를 하다가 인부 아저씨 한 분이 낙상을 하셔서 허리가 다치셨다. 수술비가 천만 원이 넘은 중상이란다. 목수아저씨께 아 이거 보험 같은 거 없냐고 하니 없단다. 건축주가 당신이니 당신이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법이 그렇다 한다. 억울하다고 하니 노동부에서 나오기 전에 조용히 합의 보라고 한다. 합의를 하고 나니 이제 더 건물을 지을 돈이 없다. 내장도 마무리되지 않은 집에서 앉아 하여없이 벽만 바라본다. 아.. 후회된다. 그냥 정상적으로 건축업체랑 계약하고 세금 내고 진행할 걸.




물론 한편의 소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아래 사진에 나온 기울어진 오피스텔은 작년인가 아산의 실제 지어진 건물이다. 다 짓고 나니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영업은 해보지도 못하고 폭파시키고 말아 현재는 존재하지 않은 건물이다. 모르긴 몰라도 저 건물 짓는데 최소 50억 원은 들어갔을 것이다. 공중에 증발한 그 50억 원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을지. 보상? 그런 거 없을 것이다. 주머니에 50억씩 차고 있는 중소건설회사는 없다. 아마 부도내고 도망갔겠지. (관련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382&aid=0000211644&sid1=001)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각종 간접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영어론 Overhead cost라 한다. 예전엔 공사를 하다 태풍이 오면 그냥 그런가 보다, 불이 나면 그냥 운이 없으려니, 사람이 죽으면 공사를 잠시 멈추면 되었다. 아마 서남아시아나 동아프리카 쪽은 지금도 그렇게 공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거의 올랐다. 공사를 하다 사람은 절대 죽으면 안 되고, 태풍이 오더라도 불이 나더라도 보험으로 리스크를 보완해야 한다. 정식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공사 중 완료하지 못하고 도망간다면 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 이 말은 그만큼 각종 간접비용이 상승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신뢰도 있는 공사 수행과 안전, 품질의 보장이다. 그것이 곧 선진국의 기본 요소이고.


아직도 그러한 사실은 요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건설사가 폭리를 취한다느니,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원가보다 괜히 비싸게 판다고 흥분하는 분들이 계신다. 물론 어느 정도 생산가보다 비싸게 팔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다른 리스크를 셰어 하고, 연구개발/영업 비용의 마련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고냥 아파트 한 동, 휴대폰 하나의 부품비용만 보고 폭리라 주장한다면 그냥 안사면 된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없는 공급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통신사 기본요금을 없애겠다고 나서는 국회의원들이 있다고 한다. 언뜻 듣기엔 매우 달콤한 이야기 같다. 그런데 아주 조금 들여다보자. KT의 2014년 순이익은 마이너스다. 그 이후로도 순이익률은 2-3%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본요금을 법적으로 없애버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용요금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회사는 망할 수 없으니 조삼모사 격의 대응은 불가피한 것이다.




세상을 아직도 마블이나 DC코믹스와 같이 선과 악의 구도로 보는 분들이 계시다.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선과 악의 구도는 뚜렷하거나 확실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내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근간인 현대사회에서 나쁜 것이라 생각하면 구입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고걸 가지고 마치 누군가가 음모를 가지고 조종한다거나 누가 뒤에서 봐주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시각은 곤란하다.
오늘 먹은 만 원짜리 칼국수의 재료값이 삼천 원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이유는 서울 한복판의 임대료, 직원/사장의 인건비, 비영업시간에 발생하는 고정비용, 각종 제세금, 업종변경시 발생할 리스크 등을 고려하여 산정된 것이다. 고개 맘에 안 든다면 그냥 도시락을 싸다 먹자. 괜히 그 칼국수 집 사장한테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지 말고.




주 1) 상기 언급된 공법 및 보험 등은 실제와 다를 수 있음. 상기 상황은 오롯이 간접비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공의 것으로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선해해 주길 바람.

주 2) 이 글은 지금 작성한 것이 아니라 출퇴근시 페북에 끄적거린 글을 그냥 퍼온 것임.


배경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aRaY_Cuq3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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