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출장 중 느끼는 작은 행복
필자가 요 몇일 포스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개도국으로 출장을 와서 여유가 없기도 하고, 인터넷도 느리기도 해서 그러하였습니다. 처음엔 덥기도 하고 지저분하기도 했던 이 개발도상국에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행복의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지구본을 돌리다 보면 적도 위, 아래로 그어져 있는 선이 있는데, 북쪽에 있는 것이 북회귀선이요, 남쪽에 있는 것이 남회귀선입니다. 아 벌써 헨리 밀러가 생각나는 분들은 반성하십시오. 그 짝으로 가려는 건 아닙니다. 여하튼 이러한 회귀선;tropic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발생한 지역인데, 이 tropic이라는 단어는 trope이라는 명사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Oxford dictionary를 통해 그 어원을 찾아보면 이는 헬라어 tropos에서 따온 말인데, 그 뜻은 ‘turn’, 그러니까 ‘돌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남북 회귀선;tropic은 결국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정도 기울어져 돌다가 태양의 남중 고도가 90도가 될 수 있는 지역들의 경계선 인 것이지요. 그 지역을 우리는 열대지방이라 부르고, 이를 영어론 tropical region이라고도 하고 간단히 the tropics라고도 합니다. 태양의 남중 고도가 90도란 말은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리쬐는 곳이고, 다른 말로 하면 많이 덥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한여름 가장 높은 때의 남중 고도가 대략 76.5도이며, 겨울엔 29.5도까지 내려갑니다. 29.5도란 말은 태양이 정말 지평선에 살짝 떠있는 수준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고, 그만큼 춥다는 얘기지요. 이게 가끔 노르웨이나 저 북쪽 동네로 가면 겨울에 하루 종일 해가 안 뜨는 날도 생기고, 여름엔 반대로 백야 같은 현상도 발생합니다. 아, 그 동네로 출장 다닐 때가 좋았는데 :D)
아 뭐 그러니까 공돌이의 과학교실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이 북회귀선 밑으로 내려오면 가장 좋은 점이 무언가 하면 열대과일을 냉동시키거나 방부제 폭폭 뿌려가며 배 타고 오지 않은 것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커피도 주로 이런 tropical 지역 중에 산동네에서 자라긴 하는데, 이건 뭐 재배지의 신선함도 그렇지만 어차피 땅땅 때려가며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실력이 중요하니 그다지 지역적 메리트는 없는 것 같고. 결국 이 지방에 있는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그 열대과일. 그러니까 매일 점심에 망고를 먹는 일입니다. 잔뜩 먹어도 뭐 이 동네 GDP가 1천 불도 안되는데 뭘. 쨌든 아 이 망고는 역시 그 태양이 직각으로 내리쬐어 그 노란 정도가 슬슬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순간에 따먹으면 달콤한 맛에 새콤한 향까지 더해 입을 황홀하게 해줍니다. 한국에서 주로 먹는 건 얼린 망고인데, 이 천연의 망고는 그 사각까지는 아니면서도 부드럽다고 하기엔 조금 그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점성이 있는 식감! 거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어딘가에서는 즐거움을 찾나 봅니다. 연휴이지만 쉴 수는 없고, 운동도 못하고, 가져온 책도 다 읽어 이제 남은 건 일밖에 없지만, 이 망고 먹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이제 식사시간만 기다려진다는 것이지요. 으흠 그래 인생 뭐 있겠습니까. 사소한 것 하나라도 즐거움을 찾으면 그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