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촌에 있는 맛집 세 군데 소개

소소한 직장인의 맛집 소개

by 퀘벤하운

회사가 광화문에 있다 보니 종로나 서촌 등지로 뭘 먹으러 종종 다니곤 하는데, 사람 많고 북적거리는 종로보단 서촌이나 삼청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삼청동은 그래도 택시를 잡아 타야 하니 자주 못 가고 서촌은 걸어 걸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가는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쓰리 맛집을 소개해 본다. 아 물론 주인님들께 뭘 받은 건 아니니 전화번호나 주소 이런 건 생략한다. 혹시 생각 있으면 네이버나 다음에 치면 포스팅 몇백 개 나온다.


서촌 계단 집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말 한 80년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거리가 있다. 덕지덕지 널린 전깃줄 아래로 아티스 운동화 뭐 고무신 이런 것도 팔고 할마니 할아버지들 머리에 뭐 이고 가시고 그런 곳인데, 여기에 숨은 맛집들이 꽤나 많다. 서촌 계단 집은 그중 하나인데, 이 집은 다른 여타 동네 해물 집과 달리 제철 해물을 숙회나 생물로 준다는 특징이 있다. 메뉴판은 물론 매직으로 직직 그어 놓으신다. 철마다 메뉴가 바뀌니 말이다. 언뜻 기억나는 메뉴는 제주도 참소라, 여수 직송 해삼, 통영 석화 같은 것이다. 다 가게 앞에 아주머니가 생물을 스티로폼 박스에서 건져 올려 쪄서 주신다. 아 물론 석화나 해삼은 안 찌겠지 ㅋ 내가 워낙 어릴 때부터 이가 안 좋은 편이라 문어숙회 이런 거 안 좋아하는데, 여긴 무슨 기술이 있는지 상당히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 많이 먹는다. 워낙 싱싱해서 굳이 초장이나 간장 같은 걸 안 찍어도 씹다 보면 그 맛이 음미된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며 이 숙회나 생물을 씹고 있으면 세상만사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기도 한다. 아 여기 사람 음청 많아서 그냥 생각 없이 갔다가는 그 엄청난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생긴 건 허름해도 예약도 받으니 미리 전화를 해 놓고 가자. 생물이나 숙회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해물라면이 있다. 물론 이 라면에는 홍합에 미더덕에 조개,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이 함께 들어 있다. 라면 하나에 칠천 원 하니 이건 라면이라기 보단 라면으로 만든 삼선짬뽕 수준으로 보면 되시겠다.


다음으로 할매집
다른 일로 가기는 싫은 서울지방경찰청, 여기 뒷동네에 있는 요것도 아주 허름한 집이고 허리에 요대를 하고 계신 할머니가 메뉴까지 간섭하는 아주 귀찮은 곳이다. 하지만 족발이 아주 유들유들하며 쫀득하며, 약간의 매콤함이 가미되어 입을 즐겁게 한다. 메뉴는 딱 두개, 아름답다. 족발과 감자탕. 요 감자탕도 오밀조밀하니 콩나물 및 부추와 잘 어우러져 있는데, 할마니의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콩나물은 예전 안방에서 기르던 것같이 튼실하고, 감자탕 속에 있는 뼈찜은 군데군데 고기가 잘 배어 있어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약간의 부드러움과 적절한 식감은 주인 할머니의 타이밍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라. 서울 하늘 아래 뭔 이런 80년대 외갓집 분위기 나는 집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외지고 허름한데, 사람은 물론 미어터진다. 그래도 앞서 언급한 서촌 계단 집보다는 조금 넓고 외진 곳에 위치해 쫌 느슨한 편이다. 물론 예약받으니 미리미리 전화하고 가면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집, 영화루
식신로드에도 나오고 여기저기 매스컴에 많이 탄 곳. 이렇게 매운 짜장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지라 순간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 울면서도 "맛있어!"를 연발하는 바보 같은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벽에 정준하가 다녀간 사진이 있던 거 같은데, 뭔가 연상되긴 한다. 여하튼 딱 중국 사천 어딘가에 있는 사찰을 고대로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과 화교로 추정되는 임직원 여러분과 칭따오 포스터를 보면 이게 서울인지 중국인지 조금은 헷갈린다. 아 물론 나는 중국을 가보진 않았다. 잘 보면 가게 뒤에서 고추를 가는 장면이 목격되곤 하는데, 재료 소진 시 영업을 닫아버리는 아주 아름다운 가게다. 곧 묵힌 재료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고,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무리해서 영업하지 않으니 신뢰감은 더욱더 상승할 뿐이다. 오히려 너무 퉁명스러워서 좀 아쉽긴 한데, 상도의에 어긋날 수준만 아니면 맛이 문제지 서비스가 문제겠나 뭐 그런 생각해본다. 고추짜장 및 짬뽕이 주 메뉴지만, 중국집 답게 탕수육이나 기타 요리도 상당히 맛있다.


물론 서촌 외에도 성북동 성너머집, 삼청동 북막골, 광화문 도화림, 충무로 필동면옥 등등 생각나는 맛집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촌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