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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y 22. 2016

[책]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

유쾌한 경제공부를 계속하려면

SNS을 하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경제학을 알게 된 점이다. 사실 예전부터 경제학에 대한 애정은 있었지만, 그 실체는 불분명했다. SNS에서 알게 된 동아시아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분, 글쓰기마저 최강이신 어느 컨설턴트 분, 불평등의 개념을 깨우쳐 준 어느 교수님, 키배까지 눈여겨 볼만한 시카고의 어느 박사님, 부동산 최고수인 어느 금융권 차장님, 그리고 세계 모든 경제를 지켜보고 계신 산타할아버지(?!)까지 어깨 넘어 배운 지식 덕분에 이젠 조금 그 일반 상식 선까진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경제경영 블로그계는 이 책의 저자 홍춘욱 박사님이 최고수라 생각한다.

이제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한 시점인데, 야간대학 석사라도 하고 싶지만 해외 출장이 잦아 이것도 여의치 않다. 나름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에 홍박사님의 책은 꽤나 반가운 일이었다. 사실 책 표면엔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이 책은 홍 박사님을 이코노미스트로 만든 책들의 목록, 그리고 기초부터 고급 단계까지 도움이 될만한 책, 마지막으로 세상 보는 눈을 밝히는 책들에 대한 소개다. 약간은 홍 박사님의 자전적 에세이 측면이 있는 책인데, 소개된 책들을 천천히 읽어가며 그 길을 따라가고픈 욕심이 생긴다.


저자는 금리와 경제회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책으로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을 소개한다. 사실 캐피톨힐 베이비 시팅 협동조합의 위기라는 예화는 다른 곳에서도 종종 보았다. 미 국회의사당이라는 캐피톨힐에서 젊은 부부들이 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쿠폰을 발행했는데, 이 쿠폰은 한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존재했다. 제대로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해선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다들 저축만 하니 ‘불황’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다들 아시다시피 쿠폰에 유효기간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쿠폰 수령 후 2달이 지나면 1장으로 30분밖에 아기를 맡기지 못하는 식으로 조정한 것. “즉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쿠폰의 저축을 막고 소비를 장려한 것이다. 이 정책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쿠폰을 보유하는 게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안 부부들이 서로 쿠폰을 사용하려 노력해 육아 조합의 불경기는 일거에 해소되었다. 불황은 보통 대다수의 대중이 현금을 쌓아 둘 때, 다시 말해 투자보다 저축을 할 때의 문제이며, 이는 더 많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대 세계의 쿠폰 발행자가 바로 중앙은행이다. p.85” 경제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불황’을 그간 자본주의에서 누려온 방종에 대해 도덕적 징벌같이 여기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경기순환이 필연적이고, 인플레이션 처방이 언제나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2000년대 초 IT버블, 꼬꼬면 열풍으로 본 ‘수요의 왜곡 사례’, 전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포퓰리즘성 정책을 택하다가 일순간에 공황을 초래할 뻔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잘 묘사되어 있고, 가이드라인이 될만한 책도 제시한다. 재테크 베스트셀러 작가 사기사건, 화폐전쟁의 쑹훙빙이 투자자들에게 망신당한 사건, 등 사기꾼과 진정한 실력자를 구분할 수 있는 노력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한다. 같은 선상에서 언제든지 “그러세요? 통계를 확인하게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p.145”라고 반문할 수 있는 까칠한 자세가 필요한 까닭도 잘 설명해 준다. 아울러 노벨 경제학상 같이 큰 상을 받고 ‘대가’가 된 분들의 글이 대단히 공격적으로 바뀌는 경향, 돼지 사이클의 예로 보여주는 경기순환의 비밀, 20세기 초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국미들의 집단적인 기억 속에 그토록 깊은 흔적이 남아있는 독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경제 이야기가 끝나고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모습도 흥미롭다. “아이 엄마와 논쟁을 벌여 봤자 결국 혼나고 조용히 입 다무는 게 우리 아빠들 현실 아니겠는가?” 하는 지점에선 무언가 동료애까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여하튼 이 책은 한번 보고 덮을만한 책은 아니다. 일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차츰차츰 책에서 언급한 64권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경제의 바다에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봐야겠다.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나도 언젠간 그 ‘인사이트’라는 게 좀 생기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 홍춘욱,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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