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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y 30. 2016

한국 산업의 미래 - 제조업인가 서비스업인가

일요일 오후 휴대폰을 보다가 ‘선진국 제조업 비중 줄어들 때 한국은 늘었다’란 기사를 보게 되었다. (m.media.daum.net/m/media/economic/newsview/20160529110123574) 현대 경제연구원의 보고서 ‘G7 국가와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시사점’을 통한 기사인데, 제목이 일단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가 오니 우산을 썼다’와 같이 지극히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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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란 무엇인가. 제조업 중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부분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화학, 기계, 전자기기 분야를 들 수 있겠다. 지난 50여 년간 그러한 부문에서 미국, 일본, 독일을 비롯한 영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1970-80년대까지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에 따른 생산성의 저하로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경쟁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서비스업으로 전환하였고, 미국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굳이 제조업에 집착하지 않아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자 기축통화 보유국, 각종 Regulation, Specification의 기준이 되는 나라다 보니 우리완 좀 케이스가 다르다. 80대 이후 선진국 중 그나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결국 독일과 일본으로 귀결되는데, 이 두 국가는 여전히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0% 대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현재 제조업 비중이 70년대 상기 언급한 선진국들과 같이 30%대인데, 현재 30%대 제조업 비중을 보여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 지극히 드물다. (월드뱅크 자료 참조: data.worldbank.org/…/NV.IND…/countries/KR-GB-US-DE-JP-CN-CH…)

굳이 따져보자면, 세계의 공장이란 중국, 한국, 스와질란드 밖에 없는데, 스와질란드는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0.3%도 안 되는 나라기에 논외로 한다. (참고로 남아공 옆에 붙어있는 소국 스와질란드는 GDP의 40%가 코카콜라 원액 공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ㅋ 깨알 재미 참조 : www.huffingtonpost.com/…/04/coca-cola-swaziland_n_1183588.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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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친구들과 만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한다고 하면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정말 그러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유는 제조업이다. 우리나라는 명목 GDP 순위가 2015년 기준으로 세계 11위가 예상되며, 이 GDP의 무려 30%가 제조업에서 유발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차나 석유화학, 조선업, 전자제품 등의 경우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울산, 포항이나 거제, 여수와 같이 대규모 제조업 공단을 조성하려면 일단 해안을 끼고 있어야 하며, 대단위 공단을 조성해야 한다. 이게 70년대 국가적으로 조성했으니 가능한 일이지, 지금 그러한 공단을 조성하려면 수백조 원을 들여도 될까 말까이다. 최근 S오일에서 발주한 제2 울산공장만 봐도 계약금액이 4조 5천억 원이다. 그냥 사기업 하나의 공장을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이 5조 원에 육박하니 전체 공단으로 보자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은 현재 제조업으로 방향을 틀고 싶어도 틀 수 없는 것이고, 한 국가에서 휴대폰도 생산하고, 석유화학도 하고, 자동차도 생산하고, 배는 물론 각종 백색가전까지 생산하는 것이 부러운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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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면 얘가 아닌 밤중에 제조업을 빨러 이 장문의 글을 쓰느냐고 타박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논리는 꼭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표 5)는 주요국 서비스 산업의 GDP 비중을 보여준다. 

7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해 보자면 비슷하진 않지만 한국도 충분히 구라파(아 이 아재 용어 ㅋ)와 그 비중 이동 추이를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제조업 비중이 높아진 것은 1차 산업, 즉 농어업 산업의 비중을 제조업이 대체한 것이지, 서비스업과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아울러 지난 70-80년대 10%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준 우리나라는 그 파이의 증가로 인해 다 함께 성장한 케이스지, 어느 산업이 증가하면 다른 산업이 죽는 그런 형국은 아니다. (그림 6)는 주요국 서비스산업 및 제조업 취업 비중을 보여준다. 

보면 한국의 서비스산업 취업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고, 제조업 취업 비중은 1990년을 정점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제조업은 기존 설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 도래로 인해 갈수록 생산성이 좋아지고, 서비스산업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고용은 높은 데 비해 GDP 대비 비율이 낮은 것을 보면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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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게, 우리나라 고용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이 서비스업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세 번째 그림을 참조해 보자. 

한국과 선진국의 세부 항목별 고용비중을 비교한 표를 보자면, 서비스업 세부항목 중 G7 평균에 미달되는 부분은 금융서비스와 복지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는 생산성이 낮아서 그렇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G7 평균에 비해 7.7%밖에 뒤지지 않는다. 아마도 비교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금융 쪽에서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이 G7 국가에 비해 가장 뒤쳐저 있는 서비스업은 복지의 부문이라 할 수 있는 보건/ 사회복지/ 교육/ 등의 항목이다. 이는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아 발생하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여당이나 야당이나 적극적으로 공약을 걸고 있는 복지정책만 도입해도 아마 10-20년 내 자연스럽게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업 비중은 달성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본다. 금융-보험업도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이는 선진국에 비해 경제발전이 늦어진 국가의 태생적 한계로 보이며, 이도 결국 10-20년 내 자연스럽게 금융시장이 확대되며 그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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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어보자. 선진국 제조업 비중 줄어들 때 한국은 늘었다는 명제는 당연한 말이다. 70-80년대 제조업에 박차를 가했던 선진국은 그 비중을 개도국에 넘겨주었고, 현재 독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은 GDP 대비 제조업의 비중이 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그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70년대 제조업 비중이 30%대에 육박한 나라들이었고, 그 제조업을 바탕으로 현재의 산업구조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30%대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제조업이란 산업은 진입장벽이 너무나 커서 다른 국가가 경쟁상대로 부상하기 쉽지 않다. GDP 비중만 봐서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이 20%대라는 것이지, 이 두 나라의 GDP는 세계 3,4위이며, 20%만 쳐도 이 나라들의 제조업 부가가치 총량은 우리나라 전체 GDP보다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즉, 이 연구결과를 두고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제고하여 미래를 대비해야겠다는 말은 맞지만, 제조업은 이제 후진 산업이고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 테니 정책의 1순위에서 접어두어야겠다는 말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지식서비스라는 말도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리는 게, 사실 지식서비스도 휴대폰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고, 각종 건물을 올리면서 파생되는 연구결과 혹은 특허이지, 맨땅에 지식 지식 한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독일, 미국 대부분의 국제기준이나 특허권에 점유율이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제1,2차 세계대전 혹은 60-70년대 냉전, 산업화 시대에 이루어 놓은 산업을 기반으로 그 ‘지식서비스’ 산업을 육성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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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도 중요하고, 서비스업도 중요하다. 한 국가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사실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관계이다. 90년대 소니의 워크맨을 듣고, 2000년대 벤츠나 BMW를 타면서 왠지 도쿄도 가보고 싶고, 뮌헨도 가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게 그 나라의 관광업도 발전하는 것이고, 국가경제 활성화로 인해 신용등급이 올라 금융업도 발전하고, 축적된 세금으로 복지산업에 투자한다면 서비스업도 발전할 것이다. 부디 파이를 늘려갈 생각을 해야지 어느 한 산업만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식으로의 정책은 조금 조심스럽다고 느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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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굳이 예를 들자면 대처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제조업을 시장에서 아웃시킨 영국보단, 독일의 길을 가야지 않을까 싶음. 영국은 수많은 식민지와 파운드 기축통화 경험이 있는 국가라 우리완 그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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