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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n 21. 2016

정치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총선 시즌이나 대선시즌이 되면 수많은 공약들이 쏟아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4년이나 5년밖에 재임하지 않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공약들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민자도로 통행료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민자도로의 경우, 국가재정이 충분치 않아 필요한 수요자만 요금을 부담하는 것을 가정하여 민간사업자의 자금을 이용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국가 입장에선 당장 인프라가 충분히 조성되어야 물류비도 절감되고, 시민들의 왕래가 원활하게 되어 경제에 보탬이 된다. 헌데 정부 재정은 항상 넉넉치 않으며, 그에 따라 민간의 자금을 가지고 어찌 보면 공짜로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100% 민간자본은 거의 없고 어느 정도 국가 재정이 끼어있긴 하다. 이도 조금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간사업자는 시공기간 3-5년, 운영기간 20-30년을 고려하여 통행량을 예측하고, 예상수입에 맞는 통행료를 책정하여 계약을 한다. 보통 1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이러한 사업은 불확실한 세계 경기 및 인플레이션 등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따라서 일반도로에 비해 그 통행료가 비쌀 수 있고, 이는 사업 전체가 그 몇십 년의 기간 동안 외부요인에 의해 어그러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안한 것이다. 간혹 후순위 채권자의 고금리 문제를 걸고넘어지는데, 후순위 채권자의 경우 사업이 망가지면 채무변제순위가 낮아 자산에 대한 권리가 거의 없는 투자자이다. 내가 투자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High Risk High Return은 투자의 기본 아닌가.

헌데 그 30여 년에 달하는 민자사업 계약을 어느 정치인이 대뜸 나와 바꿔버리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세금으로 보전 해 주어 통행료를 낮추는 방법이거나, 민간사업자의 팔을 비틀어 통행료를 낮추는 방법.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방법은 필요한 사람만 내도 되는 해당 도로 통행료를 전 국민에게 돌리는 행위다. 눈 가리고 아웅 할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 방법을 몇 년 전 용인시가 캐나다 회사에게 하다가 국제중재법원에서 패소하여 7천억 원가량을 배상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세금은 낭비되는 일이다.

사회가 성숙된다는 말은 서로 약속을 한 것에 대해 지켜 ‘신뢰’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개인 간도 그렇고, B2B도 그렇고, B2G에도 해당하는 개념이다. 설령 잘못된 계약이 십몇 년 전에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팔을 비틀어 바꾸겠다는 생각은 상당히 폭력적인 사고일 수 있다. 물론 최소 운영수입 보장제 등 다소 불리한 계약이 보일 수 있다. 헌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건 IMF로 신용등급이 땅에 떨어진 때에 이루어진 계약인 경우가 많다. 아니 어느 민간기업이 내일 망할지 모르는 나라에 정부보증 없이 자금을 들이겠는가. 국가재정은 파탄 나고 인프라에 투자는 해야겠는데 없으니 급하게 민간자금으로 지은 것이란 말이다. 헌데 이제와 국가경제가 정상화되고 도로도 다 지어졌으니 통행료를 인하하라고 계약을 바꾸는 것은 물에 빠진 놈을 구해줬더니 떠내려간 가방 내놓으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전 계약의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면 성공 실패사례;LESSONS LEARNED로 인지하고 있다가 다음 계약 때 반영해야 할 것이지, 서명된 계약을 억지로 바꾸려 하면 안 될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했으면 좋겠다. 민선 시장이나 도지사의 캐릭터에 따라 일선 공공계약이 휘둘리기 시작하면 어느 누가 믿고 계약을 하고 자금을 투자하겠는가. 신규 해외사업을 하면 국가별 리포트상 political risk부터 체크한다. 법치가 부족하고 언제 쿠데타나 혁명이 일어날지 모르는 국가엔 가능하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부디 우리의 정치인들이 그러한 무소불위의 권력 유혹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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