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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n 21. 2016

목표한 바가 다소 틀어지더라도

언젠가 황교익 선생께서 신방과를 졸업하고 메이저 언론사를 못 가고 농민신문에 갔다는 이야길 본 적 있다. 딱 1년만 다니자고 들어간 농민신문은 막상 들어가 보니 급여도 나쁘지 않고 근무강도도 높지 않아 십 년을 넘게 다니게 되었다고. 문득 지역농협의 일원이신 장인어른 댁에 와 농민신문이 있어 잠시 읽어보니 농협에서 발간하는 격일제 신문이더라. 농협에서 발간하면 농협 직원 신분일 것이고, 그렇다면 웬만한 대기업이나 메이저 언론사만큼의 급여나 복지는 당연한 말이겠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진로를 선택할 때, 어려서부터 무언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조금은 유연한 사고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사실 고등학생은 대학 학과에서 무얼 배우는지 확실히 모르고, 대학생은 각 기업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실히 잘 모르지 않는가. 그저 남이 읊어주는 풍월, 코끼리 다리에 불과한 진로 서적 등으로 설정한 진로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이라고 다 같은 직장인은 아니고, 회사별로, 같은 회사 내에서도 본부와 팀별로 상당히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그 근무시간 및 복지, 급여도 각기 다 상이할 수 있다.  


조금은 목표로 삼은 것에 도달하지 못해도, 유연한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노력을 등한시하면 안 되겠지만, 최선을 다 해 노력했는데 그에 살짝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때론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그 황교익 선생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및 깊이는 농민신문의 방방곡곡 먹거리 열전 같은 것을 취재하며 몸으로 부딪히고 먹어가며 쌓여간 게 아닐까. 그게 대학을 졸업할 당시 황선생께서 계획했다고 작금의 한국 제일 맛 칼럼리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인생은 참 모르는 일이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이 있다.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인간사 새옹지마란 얘기가 괜히 생긴 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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