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boutjina Jan 07. 2020

12월, 겨울 제주

전지적 이모 시점 PART 2

Christmas in JeJu

아이들은 12월에 가장 기분이 좋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뒤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우울한 어른들과는 다르다. 어린 조카도 4살의 크리스마스를 무척 기다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미리 맞이할 겸, 어른들도 연말의 기분을 느끼고자 제주도 크리스마스 박물관을 방문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박물관


오후 4시가 지나면 야외에서는 플리마켓도 열리지만 역시나 이날 또한 강추위 때문에 우리 모두가 넋이 나갔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었고, 칼바람이 부는 바람 때문에 구매하고 싶은 몇 가지만 골라서 얼른 이곳을 떠났다. 아쉬운 방문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일찍 크리스마스를 만난 기분이 들어서 잠시나마 행복했다.


저녁은 방어회.


이모가 좋아하는  고흐 아저씨

오늘은 제주도 빛의 벙커에 새로 오픈한 반 고흐 전시를 보러 가는 날이다. 신기하게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클림트 전시가 지난여름에 있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전시가 이번 12월부터 새로 시작됐다. 지난여름에도 역시 이곳을 방문해 클림트 전시를 관람했었다.


조카는 그림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미술전을 자주 관람했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또 반 고흐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이모 덕분에 반 고흐 전시를 자주 갔던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조카와 함께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조카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미술전이 키즈카페나 놀이동산보다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언니의 주장과 함께 우리는 수많은 미술전과 전시회를 관람했다. 그 결과 조카는 어린 나이에도 '미술관'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다.


조카와 함께했던 전시들


빛의 벙커의 반 고흐 전시는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일정이다. 사실 미디어 아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미디어 아트가 아니고는 반 고흐의 그림을 볼 수 없기에 종종 미디어 아트 전시를 보는 편이다. 그리고 지난번 빛의 벙커-클림트를 좋게 관람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걱정은 조카였다. 조카는 전시를 좋아하지만 유독 미디어 아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아이에게는 큰 사운드가 함께하는 어둡고 갇힌 곳은 두려움을 주는 공간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공간에서의 클림트 전시도 만족스럽게 즐기고 나오진 못했다. 하지만 고흐의 그림을 잘 알아보는 조카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방문해 보았다.


입장까지는 아직 즐거운 조카


제주도 성산읍에 위치한 이곳은 옛 국가 기간 통신시설로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벙커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가 2017년 전시공간을 위해 새 단장되었고 2018년 '빛의 벙커'로 재탄생되었다. 2018년 개관작인 빛의 벙커 : 클림트는 56만 관람객을 달성하며 폐막했고, 2019년 12월 다음 전시인 빛의 벙커 : 반 고흐를 새롭게 개막했다. 그리고 우리는 운 좋게 새로 개막한 고흐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곳은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으로 전시에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실 원작 미술을 새롭게 해석하는 미디어 아트는 뻔하다. 과거의 예술을 21세기에 맞게 영상과 사운드를 결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 미디어 아트라고 하지만 이것에서 큰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렵다.(물론 큰 영감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원작이 있는 그림을 미디어 아트로 새로 만났을 때 그것에서 원작과 비견될만한 감동을 얻는 것은 더욱이나 어렵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미디어 아트가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작품을 새롭게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것에는 다른 장점이 있다. 전 세계로 퍼져있는 미술품을 한 공간에서 시대별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또한 시각이라는 한 가지의 감각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시각, 청각 그리고 때로는 후각까지 사용해서 작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순수 미술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이다. 그리고 그런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빛의 벙커' 첫 번째 전시였던 '클림트'전이었다.


빛의 벙커 첫 전시인 클림트전


빛의 벙커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18년 7월이었다. 나에게 이 시기에 이곳에 방문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2018년 2월 클림트를 만나기 위해 비엔나에 다녀온 후, 아직까지 클림트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전 클림트의 그림과 일생을 모두 공부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에 대한 정보도 유효한 시기 었다. 그래서 그런 감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곳에 방문해 보고 싶었고 그 방문의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미디어 아트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관람할 수 있을 만큼 규모와 퀄리티였다. 아마 첫 전시가 호평이었던 것은 이 장소와 클림트의 그림이 정말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화질에 거대한 사이즈로 전시된 클림트의 그림은 그 금빛에 감동받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림의 순서나 배치가 적절했고 사운드 또한 감상을 충분히 도왔다. 그렇다면 새로운 반 고흐 전시는 어땠을까?


빛의 벙커 : 반고흐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클림트 보다 많이 아쉬운 전시였다. 그림의 배치나 혹은 그림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효과가 그의 그림을 돋보이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림의 순서가 생각보다 매끄럽지 못했고, 그 순서가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워낙 다양한 색감을 쓰는 그림이 많아서 전시는 전반적으로 화려했지만 그의 색감과 효과를 잘 표현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적이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조카와 반 고흐.


조카는 나를 따라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 정말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반 고흐의 그림이 등장하면 그 그림을 보고 나와 같이 즐거워한다. 이제는 나보다 반 고흐의 그림을 먼저 알아보고 나에게 알려주는 정도이니, 이제는 누가 반 고흐의 팬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반 고흐와 클림트 그림은 마스터한 4살이니, 5살에는 더 많은 작품과 작가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그림을 보며 감동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는 반 고흐의 그림이 실제로 보면 얼마나 더 멋있는지 네덜란드에 가서 보여줘야지.


샤갈 그림 같다며 칭찬받았던 조카의 그림. 그래 그렇게 쭉~ 그림 좋아해 줘.




매거진의 이전글 너와 함께하는 여섯 번째 제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