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달러구트꿈 백화점>
2021년 2월 4일(목) B의 집에서 진행된 BnJ의 첫 번째 독서모임.
돈돈이(B의 17개월 된 딸)의 낮잠시간에, B와 함께 살고 있는 아가씨의 목욕 소리와 함께 조용히 진행됐다.
우리는 2021년을 아름답게 시작할 독서모임의 첫 번째 책으로 무엇을 읽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첫 번째 책으로 결정했다. 너 나할 것 없이,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책이라며 추천한 탓에 궁금하기도 했고, 올해 좀 어렵고 두꺼운 책들을 읽기로 한 터라 시작은 좀 가볍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이 책은 예상대로 굉장히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읽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감을 들고 만났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너는 꿈 덕후잖아. 이 책은 꿈에 대한 책인데... 어떻게 읽었어?
J: 저는 일단 스토리가 좋았어요. 꿈을 주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꿈을 이런 식으로 꿀 수도 있겠다'하고 상상해볼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 책이 잘 나가는 건, 아이디어의 승리인 것 같아요. 언니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B: 일단 아이디어나 구성은, 해리포터에 ‘삼 형제 이야기’(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중)가 나오잖아. 그런 데서 뼈대를 따와서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청소년 도서라서 그런지 쉽게 읽혀서 좋았어. 또 청소년 도서답게 긍정적이고 밝은 면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좋았는데, 스토리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아주 짜임새가 있다는 느낌은 없었어.
예를 들어서 이 책의 주인공 ‘페니’가 꿈 백화점에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주변에서 ‘네가? 네가 여기 서류에 합격했다고?’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어. 또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도 조금 더 풍성하게 디테일을 넣었으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 너무 허무하게 끝난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스테디셀러 꿈을 제작하는 스타 꿈 제작자들도 몇 명 안 나오는데 그건 아무래도 산타클로즈 같은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그 사람을 (갑자기) 집중, 조명하는 식의 전개나 구성이라 그런 것 같아. 어쨌든, 청소년 도서라서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괜찮았어.
J: 맞아요. 나도 스타 꿈 제작자들이 좀 더 풍부하게 표현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B: 아! 한 가지 흥미롭게 느꼈던 점은 중간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꿈에서 본 것들을 데자뷔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꿈 자체를 무의식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이 아니라 꿈 백화점에서 꿈을 구매했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꾸기도 하고, 데자뷔를 겪기도 한다’고 이야기하잖아.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의 ‘꿈은 무의식의 반향이다.’라는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감하다고 생각했어.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가볍게 건드릴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고.
J: 나는 초반 부분을 읽었을 때는 ‘테마를 확실히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읽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쨌든 판타지 소설이잖아요. 제 판타지 소설의 내 기준은 ‘해리포터’거든요.
B: 너무 기준이 높은데?
J: 그죠. 기준이 너무 높죠? 사실 저는 판타지 소설을 생각보다 많이 안 읽어 봤거든요. 그래서 제 기준이 해리포터인 건데, 그래서 그런지 해리포터와 같이 좀 더 디테일한 묘사들이 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에, 글로 표현된 것에 의존해 책 속의 세계를 상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묘사들이 부족해서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어요.
B: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 이 책에서 표현하는 꿈 백화점의 세계관이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났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것이 없어서 아쉬웠어.
J: 맞아요. 제일 처음에 주인공 ‘페니’가 백화점에 도착해서 본인이 일 할 수 있는 층을 찾으려고 일층부터 올라가는데, 그 층마다 명확한 테마가 있잖아요. 그 층을 맡고 있는 매니저들의 캐릭터도 특이하고... 그런데 그 백화점의 모습이 어떨지, 그 사람들이 그곳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이 어떨지, 그 꿈들이 진열장에 어떤 형태로 어떻게 전시가 되어있을지가, 사실 거의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B: 난 거기에 이 표지도 한몫했다고 생각해. 표지 이미지로 꿈 백화점의 모습을 어느 정도 상상하게 되는데, 이 표지에 있는 백화점은 규모가 너무 작아. 그래서 상상에 제한을 만들어 만들어 버렸달까. (물론 작은 문 안에 커다란 백화점이 있는 상상도 해볼 수 있겠지만.).. 그래서 나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장난감 백화점’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어.
J: 아! 그러고 보니깐 그 '장난감 백화점'의 이미지가 진짜 잘 어울리네요. 표지 얘기를 하니깐 생각난 건데 책 뒤편에 보면 블로거의 후기가 나와있잖아요. 그 후기에 ‘호그와트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환상의 세계를 선물했다’고 나오는데 저는 그런 환상의 세계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어요.(감히 호그와트라니 부들부들) 그리고 이게 양으로 보면 해리포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짧잖아요. 근데 그런 짧은 양에 굳이 이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이 짧은 책에? 차라리 나중에 이 책이 대 히트를 쳐서(물론 지금 대 히트를 치고 있지만)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그다음에 그 이야기를 넣어서 이야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작가는 이 한 권에 모든 내용을 다 넣고 싶어서 너무 많은 인물을 넣은 느낌이에요. 꿈 제작자들도 중간에 등장하는데 그 사람들도 각자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사람들마저도 너무 평면적으로 느껴져요. 차라리 꿈을 사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를 하든지, 아니면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만 다루든지, 어떤 것에 집중해서 그 이야기만 다뤘다면 오히려 산만하지 않고 더 집중해서 읽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내용이 분산되는 느낌이었어요.
B: 맞아. 이 작가가 상상한 것이 되게 많고, 여기저기에서 본 것이 되게 많구나 싶지.
J: 맞아요. 판타지 소설이라면 으레 나오는 장면들을 모두 넣고 싶었던 느낌이었어요.
작가가 상상한 수많은 장면들 중에 우리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한 가지씩 꼽아봤다.
B는 페니가 신을 벗고 달려서 출근하는 장면을 꼽았고,
J는 주인공 페니가 꿈 백화점에 입사 후 전층을 둘러보는 장면을 꼽았다.
B는 맨발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얼마나 포근하고 안정적일까 싶어서, 그 장면 하나로 꿈 백화점이 있는 그곳의 이미지를 아주 따뜻한 곳이라고 상상하게 됐기 때문이었고
J는 꿈 백화점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B: 나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게 있었어. ‘달러구트’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진 걸까? 혹시 내가 모르는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내가 못 찾은 건지도 모르겠지)만없더라고. '어원이 있는 이름이라면 더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J: 그리고 나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사람의 꿈뿐만 아니라 동물의 꿈 이야기도 나오는데, 차라리 동물의 이야기를 삭제하고 사람이 꾸는 꿈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계속 이 이야기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또 ‘세계의 모든 사람이 방문하는 백화점’이라는 설정이고, 페니, 달러구트, 요정들 이렇게 표현하면서 한국과는 상관없는 다른 제3차원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한국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깐 너무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오히려 서양 쪽과 가깝게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한국 사람 이야기만 하다 보니깐 너무 이질적인 느낌?
B: 그리고 이 꿈 백화점이 있는 곳이 처음에는 황무지 같은 곳이었는데, 세 번째 제자로 인해서 그 동네가 굉장한 관광지로 성장했고 꿈을 꾸며 이곳에 방문하게 된 사람들을 관광객이라고 표현하잖아.
그런 설정이라면 이 도시 말고 다른 도시나 마을도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런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아.
J: 그래서 나는 작가가 속편을 생각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B: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지. 근데 아쉽게도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모든 이야기를 한 책에 넣고 싶다보니까 이렇게 나온 게 아닌가 싶어.
이쯤 되면, 우리는 이 책의 속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채 풀지 못한 세계관과 나누지 못한 등장인물들의 속이야기를 들어야만 하기에.
B: 이야기하다 보니 이 책이 무척 아쉽기만 한 책처럼 비치는데, 사실 (이렇게 많은 구성의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 심지어 정말 금방 읽었거든. 그래서 흡입력이 있는 문장과 이야기를 갖춘 책이라고 생각해.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한 번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너라면, 이 백화점에서 어떤 꿈을 구매할 것 같아?"
J: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이요.
B: 그런 게 베스트셀러긴 하더라.
J: 나는 그냥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을 꾸고 싶어요. 언니는요?
B: 나는 예약된 꿈. 엄마가 나오는 꿈을 꿨으면 좋겠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모 꿈에는 몇 번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엄마 꿈을 못 꿨거든. 그래서 엄마가 나왔으면 좋겠어. 나를 위해 맡겨 놓은 꿈이 없나 봐.
우리는 이렇게 바람과 현실의 사이에서 꿈꾸듯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B: 6.4
J: 6.0
B: (왼) 네이버 웹툰 '모퉁이 뜨개방' : 꿈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예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추천!
J: (오) 해리포터 시리즈 : 판타지의 세상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추천!
(사실 꿈 백화점을 읽으면서 이 책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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