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아침의 뉴욕
2016.08.14~2016.08.20 뉴욕 여행기
3일차 : XOXO Gossip Girl
광란의 주말이 지나고 뉴요커들이 그 어느때 보다 바쁘게 걷는 평일이 돌아왔다. 이틀 동안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던 Sarah의 출근으로 LR과 나, 단 둘만이 남겨졌다. 서로를 의지하며 떠난 첫 출발은 나름 순조로웠고 우린 마냥 행복했다. 이날의 이 출발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도 못한 체...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오늘의 날씨는 쾌청.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점점 예민해질 찰나에 발견한 베이글집!
'Sarah야, 맛집 추천은 역시 너야. 이곳은 최고였고, 넌 사랑이다.'
이제 이 여행의 핵심이자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고흐를 만나는 시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관람이다. 모든 여행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겨보는 나에게 특히 박물관과 미술관은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음악이나 공연을 즐겨보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일지도 모르지만 여행에서만큼은 음악을 감상하는 일보다는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아마도 여행 중 가장 발달하게 되는 시각에 몰두하기 위함이며 그러기 위해 시각적인 황홀함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는 행위를 스스로 찾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메트로폴리탄 관람은 이번 여행 중 가장 큰 이벤트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탄은 고흐와 모네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여행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장소이다. 그리고 이날 나는 이 박물관의 거대함에 놀랐고, 이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의 방대함에 또 한 번 놀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소장품이 많은 박물관이라고 하니 그 거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른 시간에도 메트로폴리탄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가십걸에 많이 나왔던 메트로폴리탄의 계단. 바로 이곳에 내가 왔구나. Hello S, Hello B.
미술 관람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열심히 찍어주던 LR. 나의 사진을 많이 찍으라는 이날에 미션에 두 손 두 발 다들었던 LR이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을 온 나와 나를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을 왔던 LR.
'언니 미안해. 그래도 언니는 벌써 세번째잖아. 나 이해할 수 있지? 다음에 다시 한 번 가자^^'
난 뉴욕을 영화와 드라마로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뉴욕에 환상을 키웠듯 나 또한 그랬고 '가십걸'을 보며 화려한 뉴욕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뉴욕에서 사랑에 빠져보고 싶게 만든 영화가 있었다. 바로 '세렌드피티'. 눈이 내리는 겨울, 두 남녀가 바로 이곳 뉴욕에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마치 나도 이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뉴욕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Serendipity3. 드디어 이곳에 왔다. 내 사랑을 찾으러.
"'세렌디피티'는 좋아하는 말이라, '우연한 행운'이라는 뜻이 좋아서..."
세렌디피티3의 베스트 셀러. 영화에서 조나단과 사라가 함께 마셨던 프로즌 핫 초콜릿과 더위에 지친 우리를 달래줄 아이스커피. 프로즌 핫 초콜릿은 무척 달다.
아쉽게도 운명적인 사랑은 없는 걸로^^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빠지지 않는 세계 속에 오드리 햅번 찾기 시리즈. 이탈리아에 이어 뉴욕에서도 오드리 햅번을 찾았다! 너무나 유명한 뉴욕에 있는 티파니 매장.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홀리를 만나기 위해 이번에는 뉴욕으로 날아왔다. 명품거리 5th Avenue에 있는 티파니인 만큼 나도 준비한 블랙 드레스. 어퍼이스트 스타일로 멋을 낸 이날의 코디가 뉴욕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티파니 앞의 오드리 햅번.
햅번과 더욱 진하게 사랑하기 위해 그렸던 그림. 뉴욕, 티파니, 오드리 햅번, 성공적.
그리고 그 앞에 선 나.
5th ave를 이곳저곳 걸으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이곳저곳 쇼핑도 하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보니 어느덧 이날의 최종 목적지 그랜드 센트럴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였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가.'
이날의 마지막 일정 Grand central terminal.그랜드 센트럴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지칠 데로 지쳐있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장시간 보도는 여행 삼일만에 체력 방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날 계획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의 일정이 매일 오후 4시쯤이면 마무리가 된다는 점이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 도착했을 시간이 오후 4시. 출근했던 Sarah의 일이 채 마무리도 되지 않은 시간. 한국에서 14시간 떨어져 있는 뉴욕에서 여행 하고 있는 나의 일정은 오후 4시 스케줄 마무리라는 이상한 메커니즘에 빠져있었다. 네온사인이 흩날리는 광란의 뉴욕 거리를 구경하기는커녕 모든 일정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후 4시면 마무리가 된다는 이 해괴한 상황에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녁도 먹지 않은 시간에 스케줄이 동이나다니...
'이거 잘 못 돼도 뭔가 한~참 잘 못 된거 같은데...'
LR의 이 한마디는 여행 내내 우리를 쫓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명대사.
그 외 오늘 일정들
알록달록 Dylan's candy bar
나홀로 Plaza Hotel.
분위기 좋았던 Ace Hotel. 다음에는 이곳에서 묵어보고 싶다. 1층에 있었던 Stumptown coffee를 꼭 먹어 볼 것.이날의 마지막 투어는 뉴욕에서의 마지막 서점 Rizzoli서점이다. 원래 리졸리 서점은 라임스톤 빌딩에서 1964년 문을 연 후 뉴욕뿐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5번가의 치솟는 세에 밀려 결국 문을 닫았고 1년 뒤, 이곳인 세이트 제임스 빌딩에 새로 터를 잡았다. 물론 예술 전문 서점이라는 그 명성만으로도 찾아가 볼 만한 서점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원했던 이전의 그 예스러움과 클래식한 서점의 분위기는 안타깝게도 느껴볼 수 없었다. 가끔은 뉴욕의 클래식함을 느껴보고 싶은데...
4일차 : 사라진 하루, 뜻밖의 행복
여행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제 가방 정리는 포기.벌써 4일째 아침이 밝았다. 아직 중반이지만 돌아갈 생각에 벌써 아쉬운 날이다. 여행을 하며 그 나라의 이국적인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만큼 평소에는 잘 나누지 않는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우리들의 수다는 여행 4일차에 접어드는 오늘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다가 깊어질수록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 그 모습은 이전에는 보지 못 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늘 확고하게 나의 자아에 확신해왔던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 길을 잃어버렸고 그랬기에 그 모습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테마가 '계획 없음'인 만큼 나도 이번에는 계획 없이 생각이 드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놔두기로 했다. 그래 일단 발이 가는 대로 가보자. 이번 여행처럼.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난 뒤, 난 어떤 아이로 변해있을까?
별이 빛나는 아침의 뉴욕
오늘의 감상은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이다. 사실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모마에 더 설레었던 이유는 바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 작품이 바로 모나리자와 별이 빛나는 밤. 그렇기에 그 작품과 실제로 마주한다는 생각만으로 잠을 설치기 충분했다. 이틀 동안 만나는 고흐라... 너무 낭만적이야.
설레는 입장.
드디어 만난 별이 빛나는 밤.여행 때마다 유명한 혹은 좋아하는 예술 작품들을 실제로 관람하고 오는 이유는 그 작품을 걸러짐 없이 그 상태 그대로를 온전히 감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을 만나 보면 사진을 통해 관람하며 느껴온 감상과는 많이 차이가 날 때가 있다. 이전부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굉장히 좋아하고 사랑하던 나였지만 실제로 만나 본 별이 빛나는 밤은 생각 외로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개인적 감상) 오히려 고흐를 만나기 전 감상했던 '모네 수련'의 웅장함에 매료되었고 전날 메트로폴리탄에서 만났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는 작품을 실제로 보기 전에는 쉽사리 평하지 말아야지. 얼른 모나리자부터 보러 가야겠구나. 이제는 별이 빛나는 밤보다는 삼나무가 있는 밀밭이 더 내 스타일 인걸로...
그런 의미에서 밀밭 다시 감상.우리는 이후 LR이 가장 좋아하는 마카롱 '부숑'이 있는 타임워너센터로 향했다. 여기서 무언가 다른 날의 여행기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나게 찍어대던 사진이 현저이 줄었다는 점. 3일 동안 무더위와 싸우며 무리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였던 수다를 떨며 너무 웃은 탓인 건지, 타임워너 센터에서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부숑'에서 마카롱으로 당 섭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말을 듣지 않자 급한 데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퇴근 시간에 맞춰 Sarah의 회사 앞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카페에서의 꿀잠. Sarah를 만나자 마자 딱 한 마디를 남겼다.
"안되겠다. 일단 집으로 가자"
그렇게 난 이날 '낮 2시 귀가'라는 여행 최고 기록을 남겼다.
새로운 세계, Jersey City
그렇게 집에 돌아가 몇 시간을 잤을까. 자면서 간혹 '쟤 죽은 거 아니야?'라는 친구들의 얘기만 들릴 뿐 얼마나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충전 완료된 모습으로 상쾌하게 기상했다. 그리고 향한 Jersey city. 난 이곳을 이번 여행의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도시의 복잡함 건너에서 만나는 소박한 도시의 Jersey city는 내가 좋아하는 한가로운 멋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과 다르게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의 걸음거리를 보자 급했던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내 사랑 져지 시티! 너무 그리운 이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