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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Mar 05. 2019

뉴욕의 잠 못 이루는 밤

2016.08.14~2016.08.20 뉴욕 여행기


5일차 : 함께라서 행복해요


어제의 사라진 시간을 만회하고자 오늘은 더 힘차게 출발했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자연사 박물관. 뉴욕의 거대함을 느끼러 오늘도 달려보자!


아침일찍 도착하자 아무도 없는 자연사 박물관 앞.
오픈을 기다리며 커피빈에서 아침을.


일정에 없었던 자연사 박물관이었지만 신나서 관람했다. 박제를 무서워하는 나에게 동물 모형들은 조금 섬뜩하게 다가왔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아 나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자연사 박물관의 마스코트 들.

늘 아침을 든든히 먹어 점심을 건너뛰곤 했는데 오늘은 이 쉑쉑을 위해 배를 비운 탓에 바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맛보려면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비싼 아이지만 이곳에서는 그 어떤 음식보다 값싼 아이이다. 하지만 맛은 절대로 싸지 않은 기특한 아이. 사람이 꽉 찬 쉑쉑은 미국에서도 HOT하다.

3시간 기다릴만 한데?


점심은 자연사 앞의 Shake Shack. 드디어!


뉴욕에서 열리는 동창회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는 Nello의 합류가 있는 날. 그 누구보다 그동안 나를 감당하느라 피곤했던 가이드들의 가장 환한 웃음을 볼 수 있던 날이기도 하다. 우리의 만남은 소호에서 이뤄졌다. 점차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사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어 만나는 순간의 사진 또한 없다. 우리의 만남을 사진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어쩜 이렇게 사진이 없니.


일단 먹으러가자! 다같이 스페인 음식점으로. 여행 중 최고로 뽑혔던 음식점. 술도 맛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역시나 4시에 스케줄이 동이 난 우리를 위해 nello가 첼시를 추천했다. 이미 이때쯤 나의 가이드 둘은 실신 직전이었고 나를 nell에게 맡긴 후 기절해버렸다. 역시나 사진은 없다.(다음 여행에는 사진을 많이 찍어야 겠다. 지금도 충분히 많이 찍고 있지만) 늦은 시간이라 첼시 안은 닫은 상점도 많았고 거의 마감하는 분위기였다. 낮에 방문해 좀 더 활기찬 모습을 보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낮에?


저녁 식사 후 Nello의 추천으로 방문했던 첼시 마켓
밤의 High Line.


뉴욕까지 와서 약속을 잡아 누군가 만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상대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늘 같이 뉴욕을 거니는 것을 꿈꾸던 친구라니. 드디어 우리가 꿈을 이루었구나. 늘 한국에서도 가장 HOT한 곳, 가장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던 친구와 다름 아닌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뉴욕의 하이라인에서 같이 걷고 있다니... 

넬! 우리 성공했다! 우리 함께 캐리가 되어 이곳에 서있잖아! 안되겠다. 내일도 모여.



6일차 : 뉴욕의 잠 못 이루는 밤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일정이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는 날이지만 일단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걷자. 오늘은 주말에 너무 더워 포기했던 브루클린에 다시 도전하는 날. 여전히 덥지만 많이 선선해졌기에 호기롭게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역시나 아침은 든든하게. 난생 처음 느껴보는 맛. 아보카도 토스트. 역시 맛집 담당.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던 브루클린 브릿지. 다음에 이곳을 건너야 한다면 택시를 타고 건너고 싶다.


역시 브루클린은 맨해튼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사실 두 번째 날 입었던 옷이 브루클린과는 제격이었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 오늘은 다른 옷을 집어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이 많은 브루클린에 당황했고 배가 고픈 우리들 앞에 대기자가 많은 음식점들에 슬슬 짜증지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브루클린의 그리말디 피자를 여행 전부터 기대했는데 뙤약볕에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을 보니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마침! 저곳에서 빛을 내는 쉑쉑 버거의 간판! 그래 이곳이다. 피자가 대수야? 무려 쉑쉑인데!

맨해튼과 사뭇 다른 분위기. 그리고 두 번째 쉑쉑.
브루클린의 이곳 저곳들.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작년 영화관에서 251분으로 확장된 감독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관람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영화에 빠져 저 장소에 꼭 가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일년 뒤, 난 지금 그곳에 와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도 너무나 유명한 명소. 사진보다 실제 분위기가 훨씬 멋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포스터에 등장해 유명해진 장소.
드디어 왔다!

Love And The City


그리니치 빌리지의 이곳 저곳.


브루클린 일정을 마치고 맨해튼으로 넘어오던 중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가지 못 했던 캐리의 집에 가게 됐다. 사실 찾아가 보기에 별 특별할 것 없는 장소이지만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뉴욕을 꿈꿔왔기에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장소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사랑이었다. 나로 인해 시작된 사랑 이야기는 이번 여행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 함께 도착한 캐리의 동네라 이곳이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맨해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 있었고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캐리와 닮아있었다. 

아 나도 이곳에서 살고 싶다. 뉴욕에 있는 동안 유일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곳.(져지 시티를 제외하고. 져지 시티는 사랑이니까.)


집 주인한테 욕 먹을까봐 조심조심.
지나는 길에 잠시 휴식을 취했던 워싱턴 스퀘어 파크.


뉴욕이 마음에 담기다


마지막 일정은 Empire State Building이다. 다들 화려함을 볼 수 있는 저녁에 전망대에 오르지만 개인적으로 높은 곳을 질색하기에 노을을 감상할 겸 늦지 않은 시간에 방문했다. 역시 무서워서 덜덜. 여길 오르니 피렌체 두오모 전망대의 악몽이 떠올랐다. 높은 곳은 역시 무섭지만 눈앞에 한눈에 담기는 뉴욕을 보니 지난 6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지난 6일 동안 내가 휘젓고 다닌 뉴욕이 이렇게 거대한 곳이었구나.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와서 미국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러 우린 K Town으로 향했다. 마지막 저녁은 떡볶이. 왜 이걸 마지막 식사로 먹었을까. 그 많은 음식 중에. 이제 돌아보니 음식을 너무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먹었던 것 같네. 미국에 가기 위해 갑자기 살을 뺏던 탓일까. 위가 급격히 작아져 대식가였던 내가 소식가가 되니 미국의 고칼로리의 음식을 견뎌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다음에 미국 갈때는 위를 쫙쫙 늘려서 가야겠다.


저녁은 엽기떡볶이. 외국에서 처음 먹어보는 한국음식. 정작 떡볶이는 안찍었다.


안녕 맨해튼!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추억 수거하러 금방 다시 날아올께! 그동안 변치말고 이대로만 있어줘.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한 컷. 사진은 Nello 작품.



7일차 : 안녕 뉴욕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장시간 비행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혼자 생각이 많았던 새벽이었다. 이날 난 아마 많은 생각을 하고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했던 것 같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일주일.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일주일의 추억은 떠나는 나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매일 내 집처럼 지냈던 Sarah's sweet house와 이미 정이 많이 들어 떠나기 쉽지 않았으며 아침마다 든든한 나의 식사 대용이 돼주었던 Chobani와는 더더욱 이별할 수 없었다.(아직도 가장 그리운 건 바로 초바니) 하지만 이제 여행 초급자를 떼고 중급자가 된 만큼 떠남에 담담해지기로 했다. 난 언제든 떠날 수 있고 그렇기에 이곳에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머무를 수 있는 행복이 찾아오니까. 이번에도 기쁜 마음으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처음, 집에서 인천공항을 갈 때와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마지막까지 나의 안전을 책임질 LR과 난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현재 위치, J.F.K Airport.


이제 한국으로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항상 여행은 나에게 짧은 일상의 탈출이다. 그리고 이번도 일탈 성공! 두고가는 것이 많기에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이곳. 하지만 모 별거 있나. 오고 싶음 또 오면 되지? 괜히 감정적인 말로 구질구질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꺼다. 그리고 이곳이 그립다면 언제든 날아올꺼다. 안녕 뉴욕. 나는 간다!


이제 내 보물들. 이 아이들과 함께 이제 한국으로.




To My Angels


나 때문에 일주일 동안(혹은 이틀 동안) 고생한 내 친구들. 사실 이 여행기는 그대들에게 전하는 나의 편지야. 짧은 시간이지만(누구에는 긴 시간일 수 있는)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짐이 됐을 텐데 그럴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나에게는 여행이었지만 그대들에게는 아니었기에 어떤 식으로든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내 생각대로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강한 추억을 남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지치고 힘들었기에 나에게도 뉴욕은 오로지 행복만은 아니었어. 떠나는 순간에도 내가 이 정글을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여행이 이제 막 3주쯤 지난 지금 난 이곳이 너무 그립다. 아니 이곳에 있었던 우리들이 그리운 거겠지. 그래서 난 언제가 됐든 이곳에 다시 가보고 싶어.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거부하고 싶겠지만 미안하게도 거부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는다면 그때는 또다시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염치없는 바람이 있기도해. 그리고 난 그 바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충분히 소중했지만 이 여행을 통해 더욱 소중해진 나의 친구들. 이것이 우리의 작은 추억으로 남아 시간이 지나도 낡아지지 않는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친구들.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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