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차 엄지 리포트
12월 4일 토요일
한낮에는 시어머니 생신 퀘스트로 시댁 식구들과 일정. 저녁에는 F친구들과 우리 집에서 수다 파티. 보상이 클수록 퀘스트가 어려운 건 당연지사!
# 엄지 -
12월 5일 일요일
자유시간 만끽 후 엄지프로젝트를 발행할 작정이었으나 엄마가 절에 가보고 싶다고 제안을 해서 엄마의 변화를 선택했다. 공식 절 방문 처음이라 어리둥절했지만 물어물어 해냄.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은 초를 구매하고 켜는 모든 행위가 양심제(?)였다는 것. 작은 초 얼마 큰 초 얼마 금액은 쓰여있었지만 돈을 받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다. 알아서 우체통 같은 데 넣고 알아서 키면 되는 거였음. 양심에 맡겨버리는 쿨함과 멋짐에 문화충격. 엄마의 건강과 가족 모두의 화목을 바라는 초를 켜고 돌아왔으니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 엄지 + 2
12월 6일 월요일
토요일에 우리 집에 방문했던 정이가 백김치 보고 너무 좋아라 하고 잘 먹던 게 눈에 선해서 친구 집으로 백김치 주문해버림. 퇴근 무렵 그녀의 집에 무사히 도착. 내 친구 연신 미쳐 미쳐 연발하며 크게 좋아하는 모습에 백김치 먹은 듯한 시원하고 아삭한 행복을 느꼈다. 정이는 임신 중이어서 평생 백김치를 보면 내 생각이 날 거라고 했다. 세상에! 어떤 것을 보고 평생 누가 떠오르는 것만큼 낭만적인 에피소드가 또 어디 있을까. 사소한 선물에 멋진 말을 돌려받았다.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 엄지 + 5
12월 7일 화요일
연봉협상 시즌. 극 유관부서에서 대거 퇴사 선언을 보고 대략 인상률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불편한 상황이 있었다. 각자 사정이 다르기에 퇴사도 남는 것도 자유지만 결심한 이들이 내뱉는 다소 거침없는 말들에 어지러웠다. 어떤 선택을 하던 이딴 기분 느끼게 해선 안된다고....좋아하는 책 <오모내댄> 중 이 챕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집단에서의 탈출이란 남은이에게 일종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버린 장소에 남아야 하는 불안감, 누군가는 박차고 나갈 때 앉아 있다는 무력감, 누군가는 도착할 세계에 가보지 못한다는 박탈감> 그래 나 그랬다고...
# 엄지 - 2
12월 8일 수요일
화요일에 팀장님 연차여서 우리 팀만 못 본 연봉계약서 확인으로 이날 대리가 된 것을 알았다. 어제의 뒤숭숭한 사무실 분위기 탓에 내색은 못했지만 따로 이만큼이나 글을 쓸 정도로 나는 좋았다. 연봉이야 예상대로 작고 귀엽게 올랐지만. 그래도 좋은 부분이 있어 다행이었다. 이러려고 주경야독했나.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 엄지 + 1
12월 9일 목요일
퇴근 후 엄마 집에 가서 수육이랑 김치를 잔뜩 먹었다. 집에 와서 빨래 돌리고 집안일을 쳐내고 요즘 챙겨보는 예능을 한편 봤다. 씻고 누워서 엄마 집 가느라 놓친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북 토크 라방을 다시 보며 잠듬. 계획한 걸 다 해서 마음이 평온했던 날.
# 엄지 + 1
12월 10일 금요일
시댁에서 남편 생일 축하 겸 저녁식사. 이날 다소 불편한 이슈가 있었는데 나만 불편하면 모두가 편할 상황에 마음이 소란했다. 남편은 그래도 내편이긴 했지만 K-며느리 어렵다 어려워. 자세히 못 쓰는 점은 아쉽지만 엄지는 남길 수 있지. 이날의 콘텐츠를 평가하시겠습니까? 매우 싫어요.
# 엄지 - 5
12월 2주차
엄지 리포트 + 2
감정이 엄청 크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난리 부르스를 춘 주간이었다. 웃고 울고 잘한다 잘해. 엄지 올려 엄지 내려. 엄지 올렸다가 엄지 내려. 엄지 내리려다가 엄지 올려. 청기백기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