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녀석을 이제 시한폭탄이라 부르기로 작정했다. 엄마의 귓속에 설치된 보이지 않는 폭탄.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 징글징글 한 나의 웬수.
이석증 환자들은 한 번쯤 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암도 고친다는 세상에서 이 죽일 놈의 귀는 왜 이렇게 고치기가 힘들까. 어째서 뚜렷한 원인도, 제대로 효과를 보는 예방법도, 명확한 치료 방법도 없이 깝깝한 상황이 반복되는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제자리에 있어야 할 이석이 떨어져서 반고리관 어딘가로 닿아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가. 수 분내에 자연스레 좋아질 수 있다는 우스운 이론과 다르게 엄마는 이석이 이탈하면 걷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토하지 않기 위해 그나마 나은 자세를 찾으려 애쓰고 살려달라고 나한테 전화나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다.
보호자 없이 이 병을 해결할 수 있어? 이름도 무슨 이석증이래 겨우 증상이란 듯이. 이게 진짜 난치병이 아니야? 암만큼 무서운 병이 아니야? 이석증을 누가 알아줘. 사지가 이렇게 멀쩡한데. 피 한 방울 나질 않는데. 근데 이게 공포가 아니야? 언제 터질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엄마의 폭탄이 터지면 이제는 걱정보다 화가 난다. 들리지 않는 곳에 원망을 쏟아부을 뿐이다. 응급실로 달려가는 길을 외울 지경이야. 가도 시원하게 해결도 못해줄 게 뻔하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어. 그곳에서 이석증은 응급환자도 아닌지만 말이야.
나는 지방에 있었고 자정 무렵 엄마에게 또 전화가 왔다. 아 또 그 목소리야. 터졌구나 이 개 같은 폭탄. 하필이면 누구도 달려갈 수 없을 때야. 119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