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회사에 남은 정이라고는 1㎍만큼도 없는 요즈음.
*마이크로그램 : 1㎍. 100만분의 1g
이 와중에
나는 신규입사자의 멘토가 되었다.
"멘토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한 통의 사내 메일을 받았고
멘토로써 멘티에게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하는지
나의 역할이 담겨있는
6개의 시트가 있는 엑셀 파일도 하나 받았다.
미친
축하는 무슨 축하.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감히 조언 따위를 할 수 있는 상태 이기는 한가.
그리고 그 조언이
일을 막 시작한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리가.
멘티와 회사 근처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갔다.
우리 회사는
멘토링 비용으로 월에 5만 원을 지원해준다.
근데 후불이야 헤헤
돈도 다음달 중순 넘어야 줄거고
비용증빙도
전표 결재도 해야하는데 헤헤
바빠죽겠는데 그 일은 언제 다 하지 헤헤
돈도, 체력도, 정신력도 없고
남아 있는건 오기와 분노 뿐이었지만
일단 비싼 거를 먹으러 갔다.
메뉴판을 보며
아 그 사이에 이직에 성공 하면 어떡하지
(나는 김칫국을 좋아해서 종종 잘 마신다)
퇴사자가 쓴 멘토링 비용은
안 돌려 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일단 시켰다.
핫케이크는 따뜻했고
멘티와의 대화도 따뜻했다.
열심히 하고싶은 반짝반짝한 눈망울이 보기 좋았다.
멘티에게
꺼내어 말할 수 있는
과거의 있었던 재미있고 행복했던 사례들을 말하며
오
나도 행복했던 순간도 있긴 있었구나
혹시 나도 나의 멘토에게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여러 가지로 리프레쉬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최근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과
과거에 있었던 좋았던 일들을 번갈아 떠올렸다.
뭐 그렇다고
퇴사 욕구가 줄어들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추억은 추억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