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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Jun 06. 2018

이직 준비 중인데 갑자기 멘토가 됐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회사에 남은 정이라고는 1㎍만큼도 없는 요즈음.


*마이크로그램 : 1㎍. 100만분의 1g


이 와중에

나는 신규입사자의 멘토가 되었다.



"멘토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한 통의 사내 메일을 받았고

멘토로써 멘티에게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하는지

나의 역할이 담겨있는

6개의 시트가 있는 엑셀 파일도 하나 받았다.



미친

축하는 무슨 축하.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감히 조언 따위를 할 수 있는 상태 이기는 한가.

그리고 그 조언이

일을 막 시작한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리가.





멘티와 회사 근처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갔다.


우리 회사는

멘토링 비용으로 월에 5만 원을 지원해준다.

근데 후불이야 헤헤


돈도 다음달 중순 넘어야 줄거고

비용증빙도

전표 결재도 해야하는데 헤헤


바빠죽겠는데 그 일은 언제 다 하지 헤헤


돈도, 체력도, 정신력도 없고

남아 있는건 오기와 분노 뿐이었지만


일단 비싼 거를 먹으러 갔다.






메뉴판을 보며

아 그 사이에 이직에 성공 하면 어떡하지

(나는 김칫국을 좋아해서 종종 잘 마신다)


퇴사자가 쓴 멘토링 비용은

안 돌려 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일단 시켰다.


핫케이크는 따뜻했고

멘티와의 대화도 따뜻했다.


열심히 하고싶은 반짝반짝한 눈망울이 보기 좋았다.



멘티에게

꺼내어 말할 수 있는

과거의 있었던 재미있고 행복했던 사례들을 말하며


나도 행복했던 순간도 있긴 있었구나

혹시 나도 나의 멘토에게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여러 가지로 리프레쉬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최근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과

과거에 있었던 좋았던 일들을 번갈아 떠올렸다.


뭐 그렇다고

퇴사 욕구가 줄어들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추억은 추억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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