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의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퇴근 시 내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내 퇴근 시간이 언제냐 하면
하나는 자정 즈음이고, 하나는 대낮이다.
퇴근 후 새벽에 벌어지는
긴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자정 퇴근 시 전화기를 돌리고 가란다.
언론 업계 특성상
퇴근해도 한 게 아니었던건 진즉 받아들였다.
갑자기 3시간 일찍 빨리나오라고 했던 날도
눈꼽도 못 떼고 집에서 컴퓨터를 켰던 날에도
상사 전화가 모닝콜이었던 날도
분명 짜증 났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게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언론인의 운명 같은 거니까.
뉴스는 쉬는 날이 없으니까.
기계처럼 교대근무를 돌았어도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새벽이든 대낮이든
퇴근하면 내 시간이 있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일이 적성에 잘 맞고 좋았으니까.
어제 회의 때 나는 무언가 머리에서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나는 이 회사를 나가야겠다.
한순간에 결심이 섰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례함을 넘어선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냥 알았다고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새벽 3시,
채용공고 사이트를 열어 이력서를 수정했다.
지난 5개월 동안 팀에 4명의 퇴사자가 발생했다.
나는 버티고 있었다.
정말 버티고 싶었다.
지치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참았다.
지난주에 드디어
모든 인원의 신규입사자가 채워졌다.
이제 내 차례다.
더 이상 이 회사에 해줄 배려는 없다.
나는 할 만큼 했다.